진짜 글을 씁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쓰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할 무렵, 이대로 책을 내도 될까 싶은 우려와 걱정 때문에 입맛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원고를 대충 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이후로 다섯 권의 책을 더 썼지만, 저는 책을 한 권 낼 때마다 온힘을 쥐어짭니다.
완벽은 없다는 사실을 매 순간 되뇌이면서도, 자꾸만 고치고 싶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상태로 탈고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요. 부족하고 모자라고 불완전하다는 생각 가득했지만, 언제까지 원고를 붙들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만 퇴고를 '멈춘' 겁니다.
500명이 넘는 작가를 배출하고, 매일 글을 쓰고 다듬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라는 것이 '나'라는 사람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삶을 망친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언제나 삶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글이 제법 잘 써지는 날에도 마음이 심란하고 괴로우면 당장 글 쓰기를 멈췄습니다. 내가 불행한데 어찌 행복한 글을 쓸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문장력이나 문법에 관한 문제가 아니지요.
밝고 환한 에너지가 가득 차는 날에는 비록 글이 술술 써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끝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 순간의 마음이 애틋하고 아쉬워서 독자들에게 꼭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글은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문자 언어를 백지에 쓰는 행위가 전부가 아니라, 인생을 담는 것이지요. 무슨 개똥철학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이것이 독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솔직하지 않은 글을 가식이라 합니다. 위선이라 하고요. 과장이고 허풍입니다.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았다."는 서술어를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합니다. 하나도 감사하지 않으면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내일부터 달라질 마음 별로 없으면서 "각오하고 결심하고 다짐"합니다. 이 모든 것은 글을 글처럼 쓰는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의 진짜 마음을 써야 하는데,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니까 어디선가 읽고 들은 표현으로 여백을 채우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진심을 쓰기를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넘치는 탓입니다. 바꿔 말하면, 타인의 입에서 마땅찮은 말이 나올까 봐 차마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이라는 1인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7년째 접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제법 성과도 냈습니다. 저도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고, 더 성공하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연습하고 훈련한 방법을 총동원해서 다른 사람 입맛에 맞는 달콤한 글을 써 볼까 수도 없이 갈등했습니다.
제 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글이 지나치게 강성이고, 표현도 거칠고 투박하다고 말이죠. 말이 좋아 사이다고, 듣기 좋으라고 팩트 폭격이라 하는 것이지요. 때로 읽는 사람을 상당히 거북하게 만드는 표현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제 모습인 것을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 거친 삶을 살아온 제가 뽀송뽀송한 글을 쓰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겠습니까.
결단을 내렸습니다. 내 모습을, 내 삶을,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글을 쓰자! 그렇게 결단을 내린 후로는 한 번도 주저하거나 흔들린 적 없습니다. 쓰면 쓸수록 오히려 속도 시원해지고, 이런 제 글을 읽으면서 자극 받고 도움 얻는다는 독자들 말을 들을 때면 기쁘기 더 없습니다.
정규과정이든 특강이든, 첫 시간에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라고 쓰지 말고, 자신이 직접 본 구름을 쓰세요! '배운 구름' 쓰지 말고 '겪은 구름'을 쓰세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삐죽삐죽 송곳처럼 찢어진 구름을 얼마나 많이 보았습니까. 그럼에도 글만 썼다 하면 솜사탕 같은 구름에 고사리 같은 아이들 손이라고 거의 자동으로 쓰곤 하지요.
잘 썼는가 못 썼는가 따지고 평가하기보다는, 이것이 정녕 나의 글이 맞는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세상의 글인가, 아니면 나의 글인가. 공자님 말씀인가, 아니면 나의 글인가.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인가, 아니면 나의 글인가. 주례사인가, 아니면 나의 글인가.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가, 아니면 나의 글인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인가, 아니면 나의 글인가.
이 모든 질문에 당당할 수 있다면, 아마 살아가는 것도 당당할 수 있을 겁니다.
나의 글입니다. 나의 인생입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벅차고 심장이 떨리지요. 내 것입니다. 소중한 내 것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