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글을 위하여
매일, 매 순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글을 쉽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제 업이 글쓰기/책쓰기 강사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아직 이 비밀을 풀어낸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면서부터 제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했고,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만족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기가 막힌 맛집을 찾으면 SNS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듯이, 저도 많은 사람이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 것이지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글을 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초고와 퇴고의 집필 방식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초고는 생각나는대로 마구 씁니다. 퇴고는 최대한 집중하고 정성을 쏟아 붓습니다. 초고는 후다닥 쓰고, 퇴고는 10년간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쉽고 현명한 방법입니다.
자, 이제 글을 한 번 써 봅시다. 먼저 초고부터 써야 합니다. 어떻게 쓴다고요? 네, 맞습니다. 후다닥 씁니다. 블로그 포스팅이든 자기 소개서든 책 집필이든, 어떤 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생각나는대로 마구 써내려 갑니다. 자기 안에 어떤 생각이 갇혀 있는지 잘 모르니까, 먼저 봉인을 해제하는 것이죠.
초고를 다 쓰고 나면, 이제 퇴고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다 쓴 초고를 읽어 보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차라리 몽땅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고픈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퇴고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글 쓰는 이들에게, 특히 퇴고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문장을 쓰고 다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기본 실력을 먼저 갖추어야 합니다. 공부해야지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작가들이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만 글을 쓰고 고치려 합니다.
문법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포함되지요. 맞춤법을 잘 모르겠다 하면, 구글과 네이버와 사전 등 찾아 볼 방법이 수두룩합니다. 초특급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정성이 없다면 글 쓰지 말아야지요. 찾아 보고, 공부하고, 익히고, 적용하고, 하나하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공부를 하고 실력을 갖춘 후에 글을 쓰면 아무래도 좀 낫겠지만, 우리에겐 늘 시간이 문제입니다. 빨리 쓰고, 빨리 책도 내고 싶은데, 공부하느라 시간을 죄다 보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로 책을 내는 것이지요.
겸손해야 합니다. 자신이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사실을 충분히 경험해 놓고, 책만 냈다 하면 어깨에 뽕이 들어가는 작가가 너무 많습니다. 서툴고 어설프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정성껏 적었다는 마음으로 독자 앞에 내밀어야 합니다.
겸손하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열광하는 독자가 생겨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악성 댓글을 쓰는 사람이 있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 편의 글을 퇴고하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무조건 두 시간을 내야 합니다. 오늘은 한 시간밖에 시간을 낼 수 없으니 한 시간 안에 퇴고를 마치겠다 이런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초고는 정해진 시간 안에 후다닥 써도 되지만, 퇴고는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반드시 내야 합니다.
적어도 퇴고에 있어서만큼은, "시간 없다"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으면 퇴고를 못하는 것이죠. 무조건 내야 합니다. 잠을 줄여서라도 시간을 내야 합니다. 다른 바쁜 일을 뒤로 미루더라도 시간을 내야 합니다. 퇴고 작업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였는가가 글의 질을 좌우합니다.
초고를 한 번 고치면 글이 한결 좋아집니다. 두 번 고치면 조금 더 좋아집니다. 세 번 고치면 더 좋아지고, 네 번 고치면 또 더 좋아집니다. 몇 번쯤 고치면 완벽한 글이 될까요?
그렇습니다. 글에는 완벽이 없습니다. 열 번 고치는 것보다 열 한 번 고치면 더 좋아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원고를 붙들고 앉아 퇴고만 계속할 수는 없겠지요. 언젠가는 중단해야 합니다. 바로 그 언젠가라는 시점을 작가가 결단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퇴고는 완성이 아니라 중단입니다. 여기서 다시, 위에서 말한 겸손한 태도와 맥이 통합니다. 완벽한 글을 쓸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기고만장해도 이해할 수 있겠지요. 허나,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습니다. 아무리 퇴고를 반복해도 그보다 더 좋은 글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퇴고를 중단하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격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책을 세상에 내는 것이죠.
퇴고는 급하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휙휙 건너뛰면서 하는 작업도 아닙니다. 첫 문장부터 단어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으면서, 더 적확한 단어는 없는 지, 빼도 되는 말은 없는 지, 문맥은 통하는지, 메시지는 명확한 지, 문장은 쉽고 명쾌한 지, 독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지, 이 부분에 접속사가 꼭 필요한 지, 괜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문장 속에 빠져들어야 합니다. 빨리 끝내고 설거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차라리 다음에 퇴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글쓰기 3대 기초를 설파한 당송 사람 구양수는 시를 쓴 뒤 벽에 붙여 놓고 방을 드나들 때마다 고쳤다고 합니다. 얼마나 고쳤던지 초고 중 단 한 글자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요. 톨스토이는 《부활》이나 《전쟁과 평화》를 수십 번 고쳐 썼고요.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400번 고쳐 썼다고 합니다.
퇴고는 정성입니다. 자신의 글에 대한 열정이지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혼을 담아 퇴고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초보 작가인 우리는 과연 어떻게 퇴고를 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글을 쉽게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고 해 놓고, 퇴고 작업이 심오하고 어렵고 힘든 일이란 사실만 전해드린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글을 쓰기가 쉽고 만만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분명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꼭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누가 선택한 일인가요?
그 어렵고 힘든 일, 도대체 누가 택한 겁니까?
맞습니다. 내 자신이 선택한 길이지요. 선택에는 두 가지가 따릅니다. 하나는 책임이고요. 다른 하나는 축복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기만 하면 누구나 반드시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덥고 습합니다. 글 쓰기 힘드시죠? 이렇게 덥고 습한 날에는 뭘 해도 힘듭니다. 이왕이면 보람과 가치 충만한 글쓰기로 이 여름 멋지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