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싹 다 인공지능으로 쓰면 안 되나요

지금 시대 글쓰기의 방향

by 글장이


인공지능 세상입니다. 글쓰기, 그림, 영상, 데이터 등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그럴 듯한 결과물을 기계가 뽑아줍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곤 원하는 결과물을 제대로 얻기 위해 프롬프트 잘 작성하는 일뿐입니다.


글 쓰는 삶을 전하며 살아온 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현상입니다. 베스트셀러 쓰자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 책 출간해서 돈벼락 맞자고 작정했던 일도 아닙니다. 한 줄 한 줄 자기 인생을 정성껏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그렇게 경험한 내용과 배우고 깨달은 점을 가지고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 주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사업이지요.


그럼에도 실력이 부족한 초보 작가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거의 완벽한' 글을 뽑아내는 맛이 들린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으로 쓰면 안 됩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심지어, 아무런 상의 없이 '몰래' 챗GPT로 원고 써서 제출하는 사람도 많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첫째, 자칫하면 두 번 다시 '나의 글'은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예 작정하고 인공지능 활용해서 원고를 싹 다 써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에 자기 글 쓰고 보면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들겠지요? 또 인공지능 생각이 스물스물 날 겁니다. 앞으로 영원히, 자기만의 글은 쓰지 못한 채 인공지능만 사용하게 될 겁니다.


둘째, '작가'가 아니라 '인공지능 활용자'가 되겠지요.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쓰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닫고 느끼는 바가 큽니다. 글은, 결과물보다 집필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지, 더 나은 글만 뽑아내는 게 목적은 아니거든요.


셋째,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우려가 큽니다. 자신의 자녀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른 채 인공지능의 도움으로만 살아간다 상상해 보세요. 세상이 달라졌으니 우리 아이도 그냥 인공지능만 잘 쓰면서 살면 된다, 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행복은 언제나 자기 존재 가치를 느끼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지요.


넷째, 보람과 기쁨, 긍지와 자부심 따위 잃게 될 겁니다. 기계로 뚝딱 뽑아내는 글에서 사람 냄새 맡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당장은 '잘쓴 글'에 매료될 수 있겠지만, 시간 지날수록 '내가 쓴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겁니다. 허탈하고 공허한 인생 되는 거지요.


다섯째,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 편의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인공지능이 뚝딱 그 역할을 대신해버리면, 사람은 편리하긴 하겠지만 사고력이 약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겠지요.


인공지능 세상인데 인공지능 활용하는 게 뭐가 나빠?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활용은 어디까지나 활용이어야 합니다. 글 쓰기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통째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습관 들이면, "두 번 다시 글 쓰지 못하는 작가"가 되거나, "영원히 글 쓸 줄 모르는 작가"가 되고 말 겁니다.


인공지능이 잘 살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잘 쓰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지, "나를 작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서는 곤란하겠지요. 글 쓰는 이유는 단순히 참한 책 한 권을 출간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과정으로 나와 타인의 인생 모두를 위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나의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 도구라면, 남발은 절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디까지나 내가 주인이고, 인공지능은 내가 사용하는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선 글을 한 편 씁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부문 수정하고 보완합니다. 그 과정에서 도저히 풀어내지 못하겠다 하는 부분 있으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수정된 부분을 다시 나의 문체로 다듬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작업하면 글도 좋아지겠지만, 무엇보다 내 글쓰기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권할 만합니다. 인공지능한테 '맡기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공부를 하자는 얘기입니다.


세상은 앞으로 더 편리하고 빨라질 겁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못할 일이 없는 시대가 되었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잘 압니다. 같이 만나 대화 나누고, 서로 손 잡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사람다운 모습이 훨씬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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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한 달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얼굴은 시커멓게 그을렸고, 5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하고, 팔꿈치와 다리에는 여기저기 멍도 많이 들었습니다. 씩씩한 모습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곧 곁을 떠나겠구나 싶어 허전한 마음도 듭니다. 더 가지기 위해 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인생이겠지요.


부족하고 모자라도, 인공지능이 쓴 글보다 사람이 쓴 글이 훨씬 좋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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