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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하지 않기

가벼운 인생을 위하여

by 글장이


노래 부르는 가수를 보고 있으면, 어쩜 저리 감동적으로 잘 부를까 빠져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가수의 사진을 접할 때면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순간의 표정이 그리 예쁘지는 않다는 사실에 피식 웃기도 합니다. 입은 크게 벌리고, 콧구멍은 훌렁 넘어가고, 목에 핏줄이 섭니다. 노래 부를 때는 누구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특히 고음을 부를 땐 더 그렇고요.


저는 춤을 못 춥니다. 그러나, 춤 추는 게 취미(?)입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혼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는 마구 몸을 흔들지요. 막춤입니다. 아주 가끔, 거울로 제가 춤 추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요.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릅니다. 흥을 돋우고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춤을 추는 것이지만, 제 모습이 그토록 우스꽝스럽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트렘펄린 아시죠? 어렸을 적에는 봉봉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 위에 올라서는 순간, 체통은 접어야 합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중심 잡기조차 힘이 들지요. 조금 적응하면, 높이 뛰기 시작합니다. 풀쩍풀쩍 뛰다 보면 스트레스가 다 풀립니다. 물론, 그 위에서 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단정하거나 품위 있지는 못합니다.


연연(戀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간절히 그리워할 연'이라는 글자입니다. 연인이라고 하면, 간절히 그리운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중요한 것은, 간절히 그리워할 만한 일을 간절히 그리워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노래 부르는 가수가 자신의 얼굴 표정을 간절히 그리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춤 추는 사람이 자신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간절히 그리워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트렘펄린 위에서 풀쩍풀쩍 뛰는 사람이 체통이나 품위를 간절히 그리워할 필요는 없을 테지요.


무슨 일이든 연연하지 않으면 재미 있습니다. 우리는 사소한 일들에 '연연'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심하고 걱정도 많지요. 어떤 일에 집착하거나 걱정 근심 심하다면, 그 일이 간절히 그리워할 만한 일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글을 보면 뭐라고 할까요? 제 글이 너무 형편없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누군가 심한 댓글을 달아 상처 받았습니다. 뭐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에 '연연'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반응을 간절히 그리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까? 글쎄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자신의 경험이고 생각이며 삶입니다. '내 것'이라는 말이지요. 내가 내 것을 쓰는 겁니다. 우리에겐 글을 쓸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단,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나의 경험이고 나의 감정이라 하더라도, 타인을 비방하거나 화풀이를 할 목적으로 쓰는 글이라면 차라리 쓰지 말기를 권합니다. 일기라면 모를까, 세상에 내놓는 글에다가 오직 타인을 아프게 할 의도만 담는다면, 그것은 작가로서 바람직한 태도라 할 수 없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일에 '연연'해야 할까요? 꿈에 연연해야 합니다. 목표에 연연해야 합니다. 과정에 연연해야 합니다. 지금과 순간에 연연해야 합니다. 인생에 연연해야 합니다. 오늘이라는 주어진 삶에 연연해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에 연연해야 합니다. 간절히 그리워하고, 사무치게 보고 싶어해야 하며, 온마음으로 품어주어야 합니다.


연연해야 할 만한 일에 연연합시다. 지나간 과거, 실수나 실패, 자신을 비방하는 헛소리, 악담, 악성 댓글, 분노, 시샘, 질투, 결과...... 이런 것에 연연하는 것은 집착이며 시간 낭비입니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타인의 반응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오늘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연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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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집착하고 연연해하던 일에서 마음을 내려놓는 토요일 되면 좋겠습니다. 아마 오늘 하루가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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