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삼자대면

지금 당장

by 글장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들 각자의 부부 사이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듣게 됩니다. 사이가 좋은 부부도 있고, 심각한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부도 적지 않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있지요. 함부로 조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하기도 힘듭니다.


부부 사이 오해와 편견, 다툼이 생기는 이유는 가지각색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큰 사건 때문인 경우도 있고, 별 것도 아닌 이유로 싸우는구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반면, 부부 금실이 좋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 만난 오십 대 부부는 매일 함께 산책을 한다고 합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부부 산책이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죠.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버린다고 합니다.


책쓰기 수업 초창기 때 만났던 신혼 부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다육이를 재배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두 사람 모두 다육이에 관심 많았고, 서로가 일정 수준 이상 그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잘 통한다고 했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부부도 많았습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강아지나 고양이 얘기를 할 때 부부의 표정이 환해진다는 사실이었지요.


여름에는 함께 수영을 하고, 겨울에는 같이 스키장을 찾는 부부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건강했습니다. 몸이 건강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하는 걸 들어 보면 마음도 지극히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부부관계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이 좋은 부부를 만나고 보니 한 가지 진실을 알 수가 있었지요.


부부에게도 제 3의 대상이 필요하다. 아이든 강아지든 집이든 직업이든 바라볼 대상이 필요하다. 서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 나란히 서서 바라볼 대상이 있어야 한다. - 나탈리 골드버그

상대방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부부는 대부분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뭔가를 했다는 추억을 말하는 부부는 금실이 좋았고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글쓰기도 이와 똑같습니다. 나와 글쓰기. 이렇게 둘이 마주 서 있으면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서로 노려봅니다.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나와 글쓰기 사이에 뭔가 있어야 합니다.


나와 글쓰기 사이에 나무가 있으면, 이제 나는 글쓰기를 노려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집중합니다. 나와 글쓰기, 둘이서 나무를 함께 바라보고 있으니 쓰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나와 글쓰기 사이에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요? 우리 모두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산책, 등산, 운동, 반려동물 키우기, 식물 재배, 노래, 춤, 독서, 글쓰기 등 부부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것에 제한이 없듯이, 나와 글쓰기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대상에도 조건이 없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표만 갖고 쥐어짜듯 글을 쓰는 사람도 자주 만납니다. 힘들고 어렵다는 말은 이런 현상에서 비롯됩니다.


날카로운 감정으로 글쓰기만 노려보고 있지 말고, 글쓰기와 함께 바라볼 대상을 찾는 것이 지혜롭고 현명한 방법입니다. 어떤 대상을 쓰고 있으면, 마치 그 대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합니다. 내가 하는 인생 모든 고민을 그 대상이 대신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고요.


글을 쓰면 세상이 풍요로와집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합니다. 온세상이 나를 위해 돌아가는 것처럼, 모두가 나를 응원하는 것처럼. 때로는 모두가 나 못지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구나 싶은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살아갈 용기가 생기지요.

스크린샷 2022-08-01 오전 8.28.43.png

삼자대면합시다! 나, 글쓰기, 그리고 함께 바라볼 대상. 이렇게 셋이 모이면 두려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저 쓰면 되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