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말을 할 거면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시고 종일 운전했습니다. 경북 안강에 계신 작은 아버지도 뵙고, 재래시장에 들러 두 분 사고 싶은 식재료도 사고, 아버지 어릴 적 살던 고향집 근처도 둘러보았습니다.
처서도 지나고, 제법 선선해졌다 싶었지만 여전히 날씨는 더웠습니다. 차 안에 에어컨 틀어놓고 다닌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처음엔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면서 즐겁고 행복한 나들이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먼저 말씀을 꺼냈습니다.
"옛날에 니 아부지가 이런 일을 저질러서, 그때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이어서 아버지가 받아쳤습니다.
"니 엄마는 이런 버릇이 있어서 내가 평생 속끓이며 살았다."
치고, 받고, 다시 치고, 받고.
그렇게 불편한 대화가 몇 차례 오가더니, 급기야 두 분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은 적막 가득했고, 저는 오늘 괜히 두 분 모시고 나왔다는 후회만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세월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추억, 아름다웠던 장면들 많지요. 반면, 힘들고 아프고 괴로운 상처와 아픔도 적지 않습니다. 어쨌든 다 지나간 이야기입니다.
좋았던 기억이야 얼마든지 다시 꺼내 곱씹고 또 곱씹어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빴던 이야기는 굳이 지금 다시 꺼낼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다 지난 이야기를 새삼 꺼내서 무얼 어쩌자는 말인가요. 이제 와서 다시 사과라도 받겠다는 뜻인가요.
아버지와 어머니 뿐만 아닙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괜시리 불편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 망치는 경우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과는 두 번 다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과거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강조하고 싶으면, 저기 노인들 많이 모여 장기랑 바둑 두는 공원에 가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는 자리에 끼면 됩니다. 거기서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얘기 천지입니다.
현실에 아무런 도움 되지 않고, 더 이상 삶에 아무런 희망도 없는, 그저 지난 세월 부정적인 얘기만 꺼내면서 주변 사람들 기분만 잡치게 만드는 사람들. 딱 질색입니다. 좋은 이야기 꺼낼 게 얼마나 많습니까. 진취적이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얘깃거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부정적이고 불편한 얘기 꺼내는 것도 습관입니다. 입에 걸레를 물고 있어서, 어떤 대화가 이어져도 중간에 반드시 분위기 잡치는 얘길 꺼내고야 마는 거지요. 상대조차 하기 싫습니다. 그래놓고 정작 당사자 하는 말은 뻔합니다. "아니, 무슨 말도 못하냐."
말과 글은 언어입니다. 언어의 본질은 전달입니다. 전달의 근원은 "중요하고, 필요하고, 의미 있고, 가치 있고, 예쁘고, 아름답고, 또는 주의를 요하는" 등과 같은 요소입니다.
아무 짝에 쓸모없는 "그때 나 기분 나빴다"라는 이야기를 지금 뭐하러 꺼내는 건가요. 10년 전에 기분 나빴던 걸 지금 뭐 어쩌자는 겁니까. 지난 주에 속상했던 이야기를 꺼내가지고 굳이 지금 또 속을 상하게 만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런 경우야말로 입에 모터가 달린 꼴입니다. 스스로도 주체가 안 되는 거지요. 나불나불 참질 못한 채 마구 지껄이는 형상입니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아무런 도움도 가치도 의미도 없는 이야기를 계속 떠들어대는 습관, 당장 고쳐야 합니다.
저한테도 소중한 시간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께는 더 없이 귀한 시간 아니겠습니까. 좋은 이야기만 하면서 살아도 시간이 부족할 판인데, 오늘 같은 날 분위기 다 망쳐가면서 굳이 안 좋은 이야기를 꺼낼 필요 뭐가 있겠습니까.
"좋은 얘기도 많은데, 두분 굳이 나쁜 얘기만 꺼낼 필요 뭐 있습니까. 그러실 거면, 저도 감옥 갔다 온 얘기나 할까요!"
이 한 마디에 두 분 모두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후로는 두 분 뒷 좌석에 앉아 서로 반대쪽 창문만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차 산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뒷자리 창문 깨질까 염려 컸습니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말,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입니다. 왜 노인들한테 입 다물고 지갑 열라고 합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인이든 젊은이든, 불편하고 부정적인 얘기 꺼낼 거면 차라리 입 다무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입 다물고 지갑이나 열라는 말, 어쩌면 애초에 과거 나쁜 이야기만 주로 꺼내는 노인들한테 주의를 주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나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제발 좀 묻어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꺼내서 해결하고 사과 받아야 할 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모를까, 개인적인 감정만 쌓여서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한풀이만 하는 것은 참말로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좋은 말만 해야 합니다. 좋은 글만 써야 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좋은 말 좋은 글만 하고 쓰냐고 따지는 사람 있을 텐데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짐승이면 불가능하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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