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반복의 누적
맨 처음 글을 썼을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제가 쓴 글을 직접 읽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나름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 쓴 글을 읽어 보면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저조차도 알 수가 없었지요.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겁니다. 이게 얼마나 참담하고 난감한 일인지 말이죠.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원인을 찾아 분석하면 해결책이 나올 테고, 그러면 해결 방법대로 열심히 연습하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찾아 봐도 무엇 때문에 제 글이 엉망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막무가내로 썼습니다. 당시 제가 자주 했던 생각은, '못 쓰는 사람은 글 쓰면 안 됩니까?'였습니다. 감옥에 앉아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황이었으니 혼자서 우겨댄 것이지요. 세상에서 글을 제일 못 쓰는 사람이 책을 내는 것도 제법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글 쓰는 게 재미있기 시작했습니다.
10년 동안 매일 글을 쓰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글이 형편없었던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첫째는 글쓰기 테크닉이 부족한 탓이었고, 둘째는 글 쓰는 활동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글쓰기 테크닉이란 서술 기법을 말합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와는 다른 내용입니다.
나는 오늘 학교에 갔다. 점심을 먹었다. 맛이 없었다. 밥을 남겼다. 짜증이 났다.
처음에는 위와 같이 글을 썼습니다. 문법이 틀린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쓴 것도 아니고, 문장을 길게 쓴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글에서 아무런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파무침과 마늘은, 정말이지 입안에 음식물 쓰레기를 집어넣는 느낌이다. 점심을 먹지 않으면 저녁 때까지 다섯 시간은 버텨야 한다. 배 고픈 걸 참는 것보다는 이거라도 먹는 게 낫다 싶었다. 시커멓고 붉은 양념이 덕지덕지 묻은 파 한 줄기를 젓가락으로 칭칭 감아올려 입 안에 넣었다. 간장에 푹 담겨 색깔마저 변해버린 마늘 반쪽도 씹었다. 세 숟가락쯤 먹었을 때, 나는 그만 도시락 뚜껑을 닫고 말았다. 파무침과 마늘을 싸 줄 바에는 아예 밥만 싸달라고, 엄마한테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도 내 말은 귀담아 듣지 않은 모양이다. 파와 마늘의 쓴 맛과 배고픔이 섞여 엄마를 향한 분노로 바뀌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글을 읽는 동안 점심 도시락을 펼친 채 인상을 쓰고 있는 저를 볼 수 있습니다. 순간을 잡아채고, 구체적으로 장면을 쓰고, 감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렵지요. 저도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글쓰기 테크닉은 어떻게 익혀야 할까요? 단연코 두 가지 활동이 필요합니다.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이 두 가지가 바로 글쓰기 활동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줄곧 글을 써 왔습니다. 숙제도 하고,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회사에서 기획서도 쓰고, 때로 이메일도 보냅니다. 그러한 이유로, 글을 쓸 줄 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쓰는 글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연습하지 않으면 결코 잘 쓸 수 없습니다. 하루이틀 연습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매일 꾸준하게, 오랜 시간 누적해야만 틀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감옥에 앉아 한두 달 끄적거린 것이 전부인데, 잘 쓰기를 바랐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욕심을 비우고, 못 쓰는 글이라도 내 멋대로 한 번 써 보자 마음 먹은 것이 저한테는 엄청난 행운이었던 것이지요.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배우고 연습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빨리, 쉽게, 척척"이라는 수식어로 광고하는 곳이 넘쳐납니다. 묵묵히 연습하는 사람은 마치 바보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쉽고 빨리 이룰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혹시 주변에 뭔가 쉽고 빨리 이루었다고 하는 사람 있으면,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빈틈이 있거나 말과 다른 점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과장이고 허풍이란 뜻입니다.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글쓰기 테크닉을 익히고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하면, 그래서 일정 수준의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평생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10년 동안 글을 쓰면서 애도 많이 먹었지만, 남은 30~40년 동안 글쓰기 하나만 갖고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대단히' 잘 쓰는 수준도 아닌데 말이죠.
시간과 반복의 누적을 이길 자는 없습니다. 견고하고 탄탄하기 때문에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쉽고 빠른 길 찾으며 시간만 낭비하는 사람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