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걸어온 길, 앞으로 가야 할 길

잘 살아왔고, 잘 살아갈 것이다

by 글장이


군에서 훈련 받을 때는 늘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무거운 군장을 어깨에 메고, 부서질 것 같은 다리를 질질 끌면서, 목표 지점까지 얼마나 남았는가 오직 그것만 생각했습니다. 어서 빨리 짐을 내려놓고, 찬물에 샤워하고 싶다는 바람만 가득했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치고 힘들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바란 순간은 늘 절반 이상 훈련이 진행되었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이미 걸어온 길보다 적게 남았을 때란 뜻입니다.


만약 제가 그 순간에, '지금까지 먼 길 잘 왔으니, 그보다 적게 남은 길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라고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당장 몸에 기운이 넘치지는 않았겠지만, 금방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덜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절반 이상 지났을 때,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생각하게 마련이지요. 훨씬 먼 길을 이미 극복한 후에, 상대적으로 적게 남은 길을 헤아리게 되는 겁니다.


저는 이제 인생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세월, 온갖 고난과 시련을 겪었지요. 힘들고 지친다 정도일 때도 있었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그 모진 시간들을 다 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남은 인생에서, 또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 시간이 닥쳐올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두렵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습니다. 이미 충분히 먼 길을 잘 걸어왔으니, 상대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길도 묵묵히 잘 걸어갈 자신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걸어온 길이고요. 다른 하나는 앞으로 걸어갈 길입니다. 우리는, 그 사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엇이 더 중요하다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는 무엇을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뿐이며, 지금을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시간도 달라지는 것이죠.


힘들고 아프고 괴로운 순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지요. 허나,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보다 더한 세월도 잘 견뎌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건, 고통과 역경을 모두 다 이겨냈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충분히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과자 파산자 였던 지난 세월을 매일 한 번씩 돌이킵니다. 마음이 아프고 괴롭습니다. 그런데도 억지로 매일 과거 기억을 되새기는 것은, 그 참혹했던 세월도 이겨냈으니 지금의 시련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모두는, 충분히 힘든 시간을 견뎌왔습니다. 상대적 비교는 의미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아픔을 가장 크게 느끼게 마련이니까요. 시간이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었을 뿐, 우리 안에는 상당한 양의 상처와 멍자국이 존재합니다.


사는 게 가장 힘듭니다. 그 힘든 걸 잘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부터 앞으로 남은 인생까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매일 무슨 일이 벌어지고, 매 순간 상처와 아픔이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으니, 오늘도 잘 버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과거가 오늘의 나에게 주는 힘이지요.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억울하고 분할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고,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분통이 터질 때도 있습니다. 인간관계 관련 지혜와 처세 세상에 수도 없이 나와 있지만, 저한테 가장 마땅한 방법은 역시 '걸어온 길'입니다.


사업 실패 후 절망에 빠졌을 때, 감옥에 가서 인간의 바닥과 마주했을 때, 그리고 지난 10여년 수많은 사람들과 글 쓰는 삶을 나누는 동안, 저는 무수히 많고 다양한 '인간에 관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어찌 일일이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과거를 종합해 고려하면, 오늘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미 한 번 이상 다 경험한 상황들이라 볼 수 있겠지요. 그 순간에는 다 뒤집어 엎고 싶을 만큼 답답하고 괴로웠지만, 시간 지나면 또 잊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걸어온 길'을 떠올리면, 오늘 만나는 사람들과도 그저 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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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왔으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잘 참고 견뎠으니, 또 이겨낼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말이나 불평 불만 따위가 아무런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미 충분히 배웠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초긍정의 사고와 말 습관이 내 인생을 더 낫게 만들어준다는 사실도 익혔습니다.


그 모든 삶의 경험으로, 나는 또 오늘을 살아냅니다. 걸어온 길 덕분에, 또 걸어갈 힘이 생기는 것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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