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 강박을 내려놓고
제가 읽은 책 중에는 600페이지가 넘는 책도 꽤 많습니다. 지금은 주제 혹은 작가를 보고 선택해서 읽습니다만, 처음에는 오기를 품고 무조건 한 번 읽어 보자 싶어 도전하곤 했었지요. 벽돌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뿌듯함과 성취감 더 없습니다.
바쁩니다. 피곤하고 지칠 때도 많습니다. 집중력 많이 떨어질 때도 허다합니다. 그럴 때, 두꺼운 책을 완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충분한 기간을 둔다 하더라도, 매일 부담스러운 분량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닙니다.
한 챕터만 골라 읽습니다. 한 챕터에서 내가 원하는 가치를 충분히 골라냈다 판단하면, 그것으로 독서를 마칩니다. 600페이지짜리 책이지만, 불과 50페이지 정도를 읽는 것으로 '독서 종료'를 선언하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발췌 독서'에 관해 찝찝하게 여기거나 다소간의 오해를 하는 듯합니다. 비싼(?) 돈 주고 책 사서 다 읽지도 않으면 그게 다 낭비 아니냐는 식입니다. 다 읽지 않고 그만두는 것은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책의 일부만을 읽는 독서 방식에 대해 꺼림칙했습니다. 독서를 끝내지 않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미 읽은 부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조차 불편했습니다. 제대로 된 독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저는 어떤 책이든, 완독할 수도 있고 발췌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는 독서 방법을 가장 좋아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읽는 책도 많고요. 그러나, 몸과 마음의 컨디션에 따라, 상황과 환경에 따라, 독서 방식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작가든,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모두 '중요한' 내용을 담지는 않습니다. 핵심 메시지가 있는가 하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고, 때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할 때도 있으며, 인용도 하고, 연습문제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여건이 마땅찮을 때에는, 핵심 메시지만 골라내어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만으로도 충분히 독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완독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은 후부터, 저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시간이나 상황이 마침맞을 때에 이전에 발췌독을 했던 책을 다시 잡아 정독하기도 합니다. 읽을 만한 여건이 되면 읽고, 아니다 싶으면 골라 읽고. 어떤 식으로든 매일 읽습니다. 지난 10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어떤 식의 강박조차 갖지 않은 덕분입니다.
독서의 목적은 다양합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 읽을 수도 있고, 공부를 위해 읽을 수도 있으며, 삶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읽기도 하고, 마음의 치유나 공감 등 따뜻한 기운을 느끼기 위해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위 모든 목적에 맞게 다양한 독서를 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독서'를 가장 즐기는 편입니다. 단 하나의 문장만을 골라내어, 내 상황에 맞게 각색하고, 각색한 주제문을 바탕으로 한 편의 글을 씁니다. 그런 다음, 제가 쓴 글의 주제를 일정 기간 동안 치열하게 연습하고 훈련합니다.
책 열 권을 읽은 사람과 한 권의 책에서 발췌한 하나의 문장을 치열하게 '실행한' 사람.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적어도 저의 경우에는 읽는 행위 자체보다는 읽은 내용을 실천했을 때의 변화와 성장의 정도가 훨씬 컸습니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종일 글만 쓰는 것은 아니거든요. 다른 할 일도 많습니다. 한 편의 글을 우직하게 쓸 수 있는 날도 있겠지만, 도저히 물리적으로 그럴 만한 시간을 내지 못하는 날도 허다합니다.
초보 작가의 경우, 한 편의 글을 쓰는 날과 아예 한 줄도 쓰지 않는 날, 극단적으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이런 사실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권장사항일 뿐,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원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시간이 없거나, 힘들고 지친 날에는, 딱 4줄만 써도 됩니다. 이 또한 엄연한 글쓰기입니다. 단, 분량이 적을수록 아무 글이나 끄적일 가능성 크기 때문에, 4줄 형식을 미리 정해두면 좋겠지요.
오늘의 문제점
그 문제의 원인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
실행 방안
이렇게 딱 4줄만 쓰면, 나중에 여건이 될 때 얼마든지 한 편의 글로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4가지 요소는 개인별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일정한 양식을 만들고, 양식에 따라 글을 쓴다는 자체가 중요할 뿐이지요.
한 페이지만 읽어도 엄연히 독서입니다. 4줄만 써도 엄연히 글쓰기입니다. 다 읽어야 하고 다 써야 한다는 '엉뚱한 예의'를, 이제는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그런 강박이나 부담에 쓰는 에너지를 모아뒀다가, 나중에 집중 독서와 몰입 글쓰기에 쏟아붓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읽고 쓰는 삶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도구입니다. 도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떠한 강박이나 부담도 필요없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세상 가장 따뜻한 행위여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