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는 가치 있다
지금이야 배출한 작가 수와 출간한 개인 저서 권수 등 저의 '업적'으로 홍보도 하고 광고도 합니다만,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출소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작가와 강연가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드러낼 만한 것이 전혀 없었지요.
2016년 5월 15일, 김해에서 처음 강의했습니다. 그 전후로, 제가 블로그에 매일 올렸던 포스팅 내용은 오직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사업 실패, 고난, 파산, 역경, 시련, 알코올 중독, 절망, 좌절, 막노동, 그리고 암 선고. 그 와중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으며, 쓰러지지 않고 끝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글쓰기 덕분에 버티고 견딜 수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죠.
학위, 자격증, 성과 등 마케팅에 활용할 만한 전문가적 이미지는 단 한 가지도 없었습니다. 오직 저의 삶의 이야기만 가지고, "이제 강의를 시작하려 하니, 부디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제법 많은 사람이 참석한 강의도 있었고, 민망할 정도로 수강생이 적은 강의도 했습니다. 김해 첫 강의 때는 무려 22명이나 함께 해주셨고요. 수강생 2명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까지 주 1회씩 세 번 왕복한 적도 있습니다.
수강생 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저 같이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을 믿고 강의에 참여해준 사람들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것이죠. 그 감사를 어찌 하찮은 말과 글에 담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 모든 감사한 일들이 결국은 '저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겁니다.
감옥에 갔다 오고 파산했다고 해서 이야기에 위력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아무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그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진심 담아 전했기 때문에 사람들 마음에 닿은 겁니다. 가식도 위선도 없이, 그야말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블로그에 잔뜩 올리고 책도 출간했던 거지요.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하루만 살아도 이야기가 생기는 법인데, 수십 년 살아왔으니 그 인생 자체가 이야기로 가득할 테지요. 문제는, 대부분 사람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별 것 없나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삶의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유는, '연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도 '연결' 없이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흥부와 놀부가 맨날 싸우면서 그냥 그렇게 살았다 정도의 이야기뿐이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 않았을 겁니다. '권선징악'이라는 도덕적 가치와 '연결'했기 때문에 영원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지요.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는데, 머리 희끗한 할머니 한 분이 바로 앞에 와 서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순간, 자리를 양보해 드릴까 말까 아주 잠깐 망설이게 됩니다. 그런 다음 양보해 드렸는데, 할머니가 또 기어이 괜찮다고 하시며 손사레를 칩니다.
이런 경험을 그냥 경험으로만 쓰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선의와 이기주의, 그리고 할머니 마음속에 존재하는 앉고 싶은 마음과 체면, 나중에 내가 나이 먹었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짚어 보는 생각. 이러한 성찰을 통해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되면, 그제야 비로소 이야기가 힘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글감 무한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의 성장도 어마어마할 것이며, 그런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깨달음 주는 보람과 가치도 더 없을 겁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가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자기 인생에 대한 예의입니다. 자신감? 자존감? 따로 배울 것도 없습니다. 내면이 아주 묵직하게 차오를 겁니다.
스토리가 마케팅입니다. 아무리 날고 기는 마케팅 기법 많아도, 개인의 살아온 이야기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방법은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곧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할 때마다 매일 일기를 쓰라고 강조합니다. 매일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습관이 더 많은 이야기를 불러오는 마중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자신의 이야기가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요. 생각만 백날 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일단 써야 합니다. 쓰다 보면, 자기 이야기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찾게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