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낭 하는 거지
재능? 그딴 건 없었다. 학교 성적 중위권 이하였고, 체육이나 기타 실기 낙제 수준이었다.
열정? 뜨겁지 않았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밀어붙인 경우 드물다. 살려고 발버둥 쳤다고 과거를 돌이켜 말하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는 정도였을 뿐. 살면서 열정적이란 말 들어본 적 없다.
외모? 성격? 학력? 집안 환경?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이런 따위들은 모두 중간 이하였다.
궁금했다. '최악의 실패'라고 부를 만한 경험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대체 어떤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일까? 단순히 운 덕분일까?
과거 10년간을 짚어 보았다.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세 가지 요소를 뽑아낼 수 있었다.
첫째, 나는 글을 썼다. 매일 썼다. 잘 쓴 날도 있었지만 못 쓴 날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멈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둘째, 쓰고 읽고 또 쓰고 읽고......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쓰고 읽었다. 노벨 문학상 받은 사람과 비교하면 지극히 부족한 수준이겠지만, 적어도 주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셋째,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 공부했다. 적어도 하루 한 가지 이상은 글쓰기 기본을 새롭게 시도하고 적용했다. 이렇게도 써 보고 저렇게도 써 보고.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지속, 반복, 그리고 학습.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 가지 뿐이다. 매일 같은 행위를 반복했고, 공부를 병행했다. 덕분에, 다시 살았다.
잘난 척?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그리 느끼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며 정리하는 이유는 나 잘났다 떠들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의 내 삶을 위해서다.
남은 삶에서도 나는, 지속하고 반복하고 공부를 이어가려 한다. 엄청난 성공 아니라도 좋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확장되는 인생. 그것만으로 차고 넘친다.
다람쥐 쳇바퀴. 흔히 좋지 않은 표현으로 쓰인다.
나는 다람쥐 쳇바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오늘도 열심히 쳇바퀴를 돌린다.
적어도 쳇바퀴 돌리는 데에는 다람쥐만한 선수가 없다.
지속하고 반복하고 공부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더 유연하게, 더 멋지게, 쳇바퀴를 돌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새로운 도전도 멋지고 훌륭하다. 허나, 기존에 하던 일을 끝내고서야 다음 도전도 의미를 갖는다. 허구헌날 '새로운' 시도만 하다가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세월만 가는 결과를 낳을 지도.
책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안타깝다 생각할 때가 많다.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다. 뜨거운 시간은 짧고 식어 있는 시간은 길다.
열심히 꾸준히 잘 쓰다가도 책 한 권 출간하고 나면 펜을 놓는다. 글 쓰는 작가가 아니라 책 '출간한' 작가가 되고 만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출간한 책을 부끄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꾸준하게 쓰면 분명 달라질 텐데. 글도 좋아지고 인생도 좋아질 텐데. 눈앞에 훤히 보이는데. 견디질 못한다.
재능 있는 사람도 많고 열정 뜨거운 사람도 많고 환경이나 조건 끝내주는 사람도 많다. 그들 중에 포기가 빠른 사람 얼마나 많은가!
지속하고 반복하고 공부해야 한다. 인생은 완성이 아니라 확장이다. 꼭대기에 오르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오를 수 있음이 삶의 가치다.
오늘 '그 일'을 하라!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팔뚝이 단단해지면 거울을 자주 보게 되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자존감 더 없을 터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