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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맑게 하는 법, '그냥 쓰기'

행복한 글쓰기

by 글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머릿속 생각은 춤을 춥니다. 은근히 기분 좋았던 기억이 스르륵 올라왔다가, 갑자기 속상했던 일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유쾌한 마음으로 일하다가도 주변에서 누가 한 마디를 툭 던지면 화가 나고 불쾌해집니다.


하루를 다 보내고 잠을 청하려 하면, 그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에 거슬려 벌떡 일어나기도 합니다.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짜증을 내고 있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의 문자 한 통에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우리 마음 속에서 수시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온갖 감정들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종일 누워만 있어도 피곤한 이유입니다. 어떻게 해야 에너지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까요?


감정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억지로 누르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대로 반응하다가는 지쳐 쓰러지고 말 겁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화가 났을 때,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화를 낼 뿐이지요. 속상하고 짜증나는 일이 생겼을 때에도 내가 지금 이런 이유로 속이 상하고 짜증이 나는구나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지금 마음이 참 편안하고 행복하구나 읽어내지 못하고 '그냥 좋아할' 뿐입니다.


감정의 특징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죠. 특히,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감정이 더 잘 번식합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고 번식하는 상상의 감정은 100을 훌쩍 넘어버립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감정이 폭발하는 이유는 팩트 때문이 아니라 허상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은 겁니다.


흙탕물을 맑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가만이 두면 됩니다. 지저분한 불순물이 침전되어 가라앉고 나면 위쪽에는 투명한 물만 남게 됩니다.


마음도 다를 바 없습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고요함을 유지하면 마음 속 번잡함이 가라앉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란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를 권합니다.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1.5매짜리 글을 약 40편 정도 채우면 됩니다. 조금 부족하긴 합니다만, 제목과 목차 그리고 들어가는 글과 마치는 글 등을 추가하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집니다. 어쨌든 40편의 글을 쓰기만 하면 책을 낼 수 있다는 뜻이지요.


하루 동안 내 안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감정은 몇 가지나 될까요? 40개가 될까요? 아마 충분할 테지요. 아니, 넘칠 겁니다. 400개? 4000개? 사람은 하루에 약 5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지요. 그 중에서 40개만 골라내면 책 한 권 쓸 만한 거리가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지나친 단순화라고 말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관심을 갖기만 하면 그것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감정을 글로 쓰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첫째, 당연히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오늘은 또 어떤 감정을 써 볼까? 자신의 감정에 관심을 가지면 매 순간이 흥미진진합니다. 마치 내 옆에서 내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지요.


둘째, '나'라는 사람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존재란 사실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아니라, 느끼고 깨닫고 변화하는 '색채가 있는 역동적인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이죠. 자존감? 딴 데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셋째,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습니다. 급할 것도 없고 여유부릴 것도 없습니다. 좋아 죽겠다 할 일도 없고 짜증난다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쓰는 것이지요. '그냥 쓰기'를 실천할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은 하나의 객관적 사물에 불과합니다. 관찰의 대상일 뿐이지요. 마음의 평정,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글을 왜 쓰냐고 물어 보면, 저는 그냥 쓴다고 답합니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성공을 위해 글 쓰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이렇게 그냥 쓴다고 대답하면 실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냥 쓸 때, 에너지를 모으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인 에너지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감정의 기복과 잡념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으니, 못 할 일이 없겠지요.


우리는 초보 작가입니다. 기를 쓰고 이를 악물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쓴다 하여 무엇이 달라질까요? 글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만 더 받을 겁니다. 웃으면서 쓰는 글과 인상 팍팍 구기며 쓰는 글. 그 수준에 별 차이가 없다면, 당연히 웃으면서 쓰는 것이 현명한 태도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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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써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냥 써야 조급하지 않습니다. 그냥 써야 매일 쓸 수 있습니다. 그냥 써야 끝까지 쓸 수 있습니다. 각오하고 다짐하고 결심하지 말고, 잘 써야 한다 강박 갖지 말고, 헛된 욕망 품지 말고, 그냥...... 우리는 무엇이든 쓸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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