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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의 세 가지 도구

기분은 어떤가요?

by 글장이


글 쓰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도구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종이입니다. 둘째는 펜이고요. 세 번째 도구는...... 자신의 마음입니다.


종이와 펜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노트북이나 컴퓨터,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겠지요. 문제는 마음입니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세 가지 도구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말할 수 있겠지요.


5년 전에 썼던 저의 첫 번째 책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서 '글쓰기는 내 마음을 가지는 일이다.'라고 표현한 적 있습니다. 독자들이 가장 많이 밑줄을 그었고, 출판사에서도 홍보용 문구에 넣었던 바로 그 문장입니다.


그렇다면 '내 마음을 가진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그 문장을 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풀어낼 수 있겠습니다.


첫째, 자신의 기분, 즉 심리 상태를 알아챈다는 뜻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요? 당장 한 번 테스트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대부분 사람이 이 질문에 단순하게 대답합니다. 기분이 좋다, 기분이 나쁘다, 기분이 별로다, 그저 그렇다 등입니다.


그런데, 사람 기분이라는 것이 이렇게 단순한 걸까요? 약간 서운하면서도 은근히 매력을 느끼는 기분도 있을 수 있겠지요. 흥분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외로운데 혼자 있고 싶은 때고 있고, 그 사람 보고 싶은데 만나고 싶지는 않은 묘한 기분일 때도 많습니다.


진실한 글이란, 이렇게 자신의 기분에 대해 솔직하게 묘사할 수 있는 글을 뜻합니다. 그래야 독자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있겠지요. 독자도 사람이라 작가와 비슷한 기분을 느낀 때가 있을 테니까요. 글을 쓰면,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기분이 어떠한지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둘째, 묻어두고 감추었던 상처와 아픔을 직시할 용기가 생깁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의미이거든요. 평생 잊고 살았던 기억이라 하더라도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물스물 옛 감정이 솟아오릅니다.


외면하고 못 본 척한다고 해서 치유가 되는 게 아니지요.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의 나, 상처받은 나, 그 때 그 시절 아프고 힘들었던 나...... 언제까지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이제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주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건네주어야 할 때입니다.


셋째, 세상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 주변 사람, 그리고 경험에 따라 나름의 고유한 가치관과 생각을 정립하게 마련입니다. 똑같은 사건을 접하더라고 각자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다른 이유입니다.


자칫하면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내 말은 맞고 네 말은 틀렸다, 그래서 너를 뜯어 고쳐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가 있지?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는 것이지요.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안아주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과 기분과 생각도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나와 너'가 아니라 '우리'라는 개념이 정립되는 겁니다. 화가 많이 났을 때 글 한 번 써 보세요. 금방은 아니더라도 격한 감정이 점차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은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말에도 영향을 미치고 행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은 마음이 전부라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 생활이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자신의 마음에 전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살아갑니다.


마음을 잃고 살면 다 무슨 소용인가요? 내 마음이 없는데 부귀영화가 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관심 갖고 챙겨야 할 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입니다. 마음이 버려져 있으니까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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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돈도 좋고 성공도 좋겠지만,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짜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면서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버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챙기면 지금이 달라지고, 지금이 달라지면 오늘이 달라지며, 오늘이 달라지면 인생이 좋아집니다.


글쓰기 세 가지 도구를 말씀드렸습니다. 펜과 종이, 그리고 마음을 챙겨 오늘이라는 여행 출발해 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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