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냉장고 문 열기'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야 정리를 하든 뭘 하든 할 게 아니겠습니까. 책 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노트북 앞에 앉아야 합니다. 머릿속으로 '써야 한다, 써야 한다' 백 번 생각하는 것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위에 손을 얹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평소에는 메모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책 쓰겠다고 해서 갑자기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일은 없습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간단하게라도 메모해두는 습관 가지면, 무언가 쓰겠다고 작정했을 때 참고할 만한 자료가 넘칠 테지요.
일상 생활에서 메모를 해두고,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노트북 앞에 앉는 것이 습관 되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 권 집필하고 출간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 두 가지 습관을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 극히 드물다는 사실 기억해야 합니다.
책 쓰는 일을 냉장고 정리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찰떡처럼 똑 맞아 떨어지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겠네요. "냉장고 정리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쓴다!"
첫째, 버려야 합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상한 음식은 무조건 버려야지요. 아깝다는 이유로, 내가 저 반찬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하는 미련 때문에 먹지도 않으면서 계속 냉장고에 처박아 두면 썩은 냄새만 진동할 뿐입니다.
초보 작가 입장에서, 아무리 글을 열심히 썼다 하더라도, 책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해당 챕터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라면 과감하게 덜어내야 합니다. 미련 갖는 사람 많은데요. 그런 게 다 집착입니다. 도저히 힘들다면, 따로 폴더 만들어 저장해두면 됩니다.
둘째, 같은 종류로 분류해야 합니다. 과일은 과일 대로, 밑반찬은 밑반찬 대로, 양념은 양념 대로. 냉장고에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잘 분류해두어야 찾기도 편하고 정리도 깔끔하게 됩니다.
책 쓰는 일도 같습니다. 평소 메모해둔 내용을 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어 분류해야 합니다. 글이란 것 자체가 일관성과 통일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말 했다가 저 말 했다가 하면,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 메모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살피면서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귀찬은 줄 압니다. 하지만, 귀찮다고 해서 냉장고 안을 엉망으로 두면, 매번 끼니 때마다 뭐 하나 찾기 위해 곤혹을 치뤄야 하겠지요.
셋째, 자주 쓰는 재료를 냉장고 앞쪽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꺼내 쓰기가 수월하겠지요. 저는 우유, 계란, 김치 등을 자주 먹습니다. 끼니 때마다 꼭 챙겨 먹는 편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면, 가장 앞쪽에 우유와 계란과 김치가 있습니다.
책을 쓸 때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 꼭지를 집필할 때,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앞쪽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글 쓰는 방법이야 다양하겠지만, 초보 작가의 경우, 핵심을 앞쪽에 위치시키는 것이 독자 이해를 돕기 수월합니다.
배경, 사례, 원인, 현상 등 뒷받침 근거를 먼저 길게 늘어놓으면, 독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뭔데?"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겠지요. 특히, 요즘처럼 볼거리가 많은 세상에서 독자 눈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이 글이 무슨 내용의 글인가 먼저 콕 집어 안내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반찬이나 양념에 라벨을 붙여 놓으면 편리합니다. 투명하지 않은 통이라면,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다 기억하기 힘듭니다. 소금을 써야 하는데 설탕을 털어넣을 수도 있고, 고춧가루 써야 하는데 후춧가루 넣기도 합니다.
반찬이나 양념이 담긴 통에다 라벨을 딱 붙여놓으면, 다른 식구가 냉장고 문을 열어도 무슨 반찬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가 쉽게 알아 볼 수 있겠지요.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챕터, 그리고 각 꼭지 제목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1챕터 : 시작", "2챕터 : 고난", "3챕터 : 극복" 이런 식으로 성의 없이 제목을 붙여놓으면, 나중에 집필할 때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늘 열어 보고 싶은 냉장고를 만들어야 합니다. 냉장고 안이 복잡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고, 검은 봉지 흰 봉지 엉망진창 섞여 있으면, 냉장고 문 열어 보기가 싫겠지요. 깔끔하게 정돈하고, 수시로 청소하고, 중간 중간 틈을 마련하여, 언제든 열어 보고 싶은 냉장고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글도 똑같습니다. 언제든 펼쳐 보고 싶게 써야 합니다. 초보 작가의 경우, 자신이 쓴 글을 "꼴도 보기 싫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그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상태로 글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애착을 갖고, 매일 한 번씩 원고를 열어 정리하고, 추가로 집필하면서 "진도를 빼야" 합니다. 작가가 자기 글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그 글을 아껴주겠습니까.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 독자 삶에 도움 주겠다는 마음으로 수시로 원고를 열어 정리 정돈 해야 합니다.
책 쓰기를 냉장고 정리에 비유하여 다섯 가지 핵심 사항으로 간추려 보았습니다. 모두 중요하지만, 꼭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과감하게 버리기"입니다.
아깝다는 이유로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 많은데요. 음식이든 글이든,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기만 하는 사람은 실력 절대 늘이지 못합니다. 내 안에 얼마나 쓸거리가 많고 아이디어가 많은데, 그거 다 끄집어내려면 아니다 싶은 걸 모조리 버려야 합니다.
잘 버리는 사람이 정리도 잘합니다. 잘 버리는 사람이 글도 잘씁니다.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지난 10년 동안 그 물건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과감하게 버려야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생각 난 김에 냉장고 정리도 하고 원고 정리도 하면 어떨까요? 자꾸 미루기만 하면 점점 더 하기 싫어집니다. 의욕을 갖고 팔 걷어붙이면, 결국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