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그럴 자격 있다고 믿는가
돌이켜보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는 지방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술 마시고 당구 치면서 학창시절 보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실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IMF라는 최악의 시절에 취업 재수 한 번 없이 대기업에 들어갔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겁도 없이 사업 시작했다가 쫄딱 망했습니다. 그러고는 파산을 거쳐 감옥에까지 가게 되었지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저 글 쓰고 책 출간하면 인생 바뀌는 줄 알았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간 것도 이상하지만, 감옥에 앉아 있으면서도 제가 작가와 강연가가 될 거란 기대에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10년 넘게 매일 책 읽고 글 쓰면서,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생 바닥을 친 것도, 이렇게 다시 멋진 삶을 만난 것도 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확신'의 여부입니다.
국가 부도 사태가 일어나고 사회적 혼란이 급증했음에도, 군 복무중이었던 저는 이상하리만큼 걱정이나 염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원서를 내고,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보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저 자신이 입사할 자격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감옥이란 곳이 일반적인 장소는 아니지요.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최악의 장소 아니겠습니까. 그런 곳에 쪼그리고 앉아 매일 글 쓰고 책 읽으면서, 이후로 작가와 강연가의 삶을 살게 될 거란 사실에 추호도 의심이 없었습니다.
사업 실패했을 때는 어땠을까요? 그때는 저 자신이 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실력도 없고, 준비도 부족하고, 시장 조사도 하지 않고, 경험도 없고, 주변에 믿을 만한 멘토도 없이, 막무가내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망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저 자신이 '망할 자격'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망한다, 망한다 계속 생각하고 말했더니, 점점 더 망했습니다. 눈 뜨고 정신 차려 보니 감옥에 앉아 있더군요.
망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니 망했습니다. 대학에 갈 자격이 충분하다 믿으니 대학에 갔고, 입사할 자격 충분하다 믿으니 입사했고, 작가와 강연가가 될 자격 충분하다 믿으니 작가와 강연가가 되었습니다. 인생은, 나에게 어떤 자격이 있는가를 얼마나 믿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전에 어떤 사람들이 '작가 자격증'을 만든다고 했던 적 있습니다. 저는 불 같이 화를 냈지요. 글 쓰는 데 무슨 자격증이 필요합니까. 세상 모든 사람들은 글을 쓸 자격이 이미 충분합니다. 살아 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이미 글을 쓸 자격입니다.
책을 출간한 모 작가에게 강의를 한 번 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고 대표님, 저 같은 사람이 무슨 강의를 합니까."라고 대답하더군요.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믿는 사람을 움직일 방법은 없습니다.
강의할 자격은 무엇일까요? 대체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았어야 무대 위에 오를 자격이 생기는 걸까요? 다시 말하지만, 삶 자체가 모든 자격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자격을 취득한 셈입니다. 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 전문적인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일도 있겠지요. 그 외 삶과 관련된 모든 자격은 스스로 믿는 바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 강의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과자 파산자가 책 내고 강의할 자격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그 말에 상당한 상처를 받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실제로 저를 위로한 이들도 많았고요.
저는 그때, 상처 하나도 받지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 작가와 강연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요.
자격은 그런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고 공증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믿어야 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입니다. 세상이 인정해주어도 그 순간뿐이고, 타인이 비꼬아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오직 하나뿐인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의 가치와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지요.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가 '내가 잘못된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오직 오늘과 지금만을 살아갑니다.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미가 민들레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라는 고유한 존재의 정체성은 그 어떤 순간에도 깎이거나 줄어들지 않습니다. 성공해야만 책을 쓸 수 있다, 책을 써야만 강의할 수 있다, 강의해야만 책을 낼 수 있다, 뭘 해야만 뭘 할 수 있다.... 이 모든 조건과 걸림돌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요.
뭘 해야만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즉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첫 책을 쓸 때 바로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암 환자. 이런 내가 책을 쓰고 작가와 강연가가 되는 모습을 보이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격을 인정할 수 있겠지!
저는 지금도 저 자신에게 무한한 자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자격도 있고,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자격도 있으며,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꾸려 나갈 자격도 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내 삶이 그렇지 뭐.
이 정도에 만족해야지.
아이고, 내가 무슨 그런 큰 상을 받나.
작가가 되려면 더 준비해야 해.
이런 생각이나 말은 그 어떤 근거도 증거도 없는 허황된 거짓입니다. 사람이 무슨 생각이나 말을 할 때는 반드시 뒷받침 근거와 사례를 들 수 있어야 합니다. 논리가 없는 생각이나 말은 진실이라 믿을 필요가 없지요.
저는 자격 충분합니다.
당신도 자격 충분합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믿는 만큼의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학대하거나 비하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나쁜 짓입니다.
자기 확신이야말로 성공의 시작입니다. 자존감이라고도 하지요. 스스로를 믿는 마음.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생각이나 말은 절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