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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철저히 육체노동입니다

오늘 글을 썼는가? 오늘 글을 얼마나 썼는가?

by 글장이


다독, 다작, 다상량. 구양수의 '삼다'에 공감합니다. 제가 처음 글을 쓸 때 그토록 어렵고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이 세 가지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전혀 읽지 않았고, 글을 써 본 적도 없었으며, 생각은 늘 즉흥적이며 얕았습니다.


글을 잘쓰고 싶다면 책을 많이, 그리고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일상생활 중에도 늘 관심 가지고 관찰하며 생각을 깊이 하는 습관 들여야 하고요. 그러나,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다작'입니다.


스케이트 책 암만 많이 읽어도, 실제로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 타 보지 않으면 헛일이지요. 교과서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시험을 치뤄 보지 않으면 실전에서 좋은 점수 받기 어렵습니다. 요리책 많이 읽고 요리 강좌 열심히 들어도, 직접 요리해 보지 않으면 간을 맞추기 힘듭니다.


글쓰기는 철저히 육체노동입니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자리에 앉아 직접 손가락 움직이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행위만이 오직 분량을 채우고 실력을 쌓게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주말 내내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나질 않는 겁니다. 이렇게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저런 문제가 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렇게 쓰면 좋을 것 같은데요.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위 질문의 뜻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입니다. 초보작가 중에는, 실제로 글은 쓰지 않은 채 머리로만 고뇌하고 숙고하고 번뇌하는 이가 많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그 모든 시간은 낭비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한 페이지 쓰는 것이, 백날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면, 글이 엉망진창 되는 것 아닌가요?"

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럼 본인 생각 대로 깊이, 아주 깊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후에 글을 한 번 써 보세요. 아무 생각 없이 쓴 글보다 얼마나 나은지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랍니다.


장담컨대, 아마 별 차이 없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라는 분야의 독특한 특성입니다. 다독과 다상이 글쓰기에 도움 되려면, 반드시 '쓰기'라는 행위와 병행해야만 합니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쓰고, 쓰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쓰는 행위가 받침 되지 않으면, 그 어떤 행위도 글쓰기에 도움 되지 못합니다. 쓰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글쓰기 조언도 의미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실제로 쓰지는 않은 채 생각하고 고뇌하고 번뇌하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생각과 고뇌와 번뇌가 글 쓰는 것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사실은 글 쓰기가 부담스럽고 어려워서 미루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못쓴 글'을 마주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처음에 글 쓸 때, 다 쓰고 난 후 읽어 보는 시간이 제일 싫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음 글은 더 쓰기가 싫어졌지요. 자꾸만 미루게 되고, 준비를 좀 더 해야겠다며 책 읽고 사색하기만 했습니다. 그 모든 행위는 그저 글쓰기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죠.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써야 합니다. 글쓰기라는 직접적 행위 외에 다른 무언가를 자꾸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은 실력을 쌓는 게 아니라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팩트를 직시할 줄 알아야 변화와 성장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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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던져야 할 글쓰기에 관한 질문은 딱 둘뿐입니다. "오늘 글을 썼는가?" 그리고 "오늘 글을 얼마나 썼는가"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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