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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분리수거가 알려준 글 퇴고의 원칙

멈춰 있는 퇴고, 지금 다시 시작하세요!

by 글장이


어제 저녁, 분리수거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거, 퇴고랑 똑같네요. 종이, 플라스틱, 캔을 분류하는 과정이 문장을 다듬는 과정과 닮아 있더라고요.


첫째, 한 봉투에 담지 않아야 합니다. 분리수거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모든 쓰레기를 한 봉투에 담아서 한꺼번에 분류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분리수거장 앞에서 30분씩 씨름하게 되지요.


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퇴고를 세 단계로 나눕니다.

1단계: 불필요한 문장 삭제 (일반 쓰레기 버리기)

2단계: 어색한 문장 수정 (재활용품 다듬기)

3단계: 맞춤법 점검 (라벨 확인하기)


구성, 문맥, 메시지 장착은 기본입니다. 그러니, 퇴고는 양도 많고 복잡하며 꼼꼼히 살펴야 할 것도 많은 작업입니다. 분리하고 분류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집중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하게 됩니다.


둘째, 재활용 가능한지 구분해야 합니다. 분리수거할 때 "이거 재활용 되나?" 고민하듯, 퇴고할 때도 "이 문장 살릴까?" 고민하는 거지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삭제: 주제와 무관한 내용, 중복, 과도한 수식어

-수정 후 사용: 좋은 아이디어지만 표현이 어색한 문장

-그대로 유지: 명확하고 간결한 문장


예를 들어볼까요?

"글쓰기는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작업이지만 동시에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글쓰기는 어렵지만 의미 있습니다."


페트병을 찌그러뜨리듯 문장을 압축하는 겁니다. 글자 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의미 전달에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셋째, 임시 보관함을 활용해야 합니다. 분리수거를 잘하는 사람들은 임시 보관함을 둡니다. "버리기 아까운데 꼭 필요한 건 아니고." 일주일 후 다시 보고 결정하는 거지요.


저도 '삭제문장.hwp' 파일을 만들어둡니다. 삭제한 문장들을 완전히 지우지 않고 여기에 옮겨 담습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가져올 수도 있고, 한 달 넘게 사용하지 그때 완전히 삭제합니다.


초보 작가일수록 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완전히 버리기보다는 임시 보관함에 넣어둔다 생각하는 것이 작업하는 마음 편안할 겁니다.


넷째, 독자를 위한 퇴고여야 합니다. 분리수거는 환경을 위해, 퇴고는 독자를 위해 합니다. 초고는 작가를 위한 글이지만, 퇴고는 독자를 위한 과정입니다.


"지하철 타고 서서 읽는 사람이 이 문장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한 번만 던져 보면, 자신이 쓴 문장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내 편의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지금 같은 세상에 남 배려하면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저도 지극히 현실주의자라서, '배려'나 '도움' 따위 단어를 떠올리면 여전히 손발 오그라듭니다. 하지만, 눈 한 번 딱 감고 공자님 말씀 실행하면, 삶이 훨씬 고급스러워집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섯째, 완벽은 없습니다. 분리수거도, 퇴고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100%를 추구하다 영원히 완성 못 하는 것보다, 90% 정도로 세상에 내놓는 게 낫습니다.


어느 작가는 3년 동안 퇴고만 붙잡고 있는데요. "읽을 때마다 고칠 게 나와요." 일상 다른 일도 그렇게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는가 의문입니다. 퇴고는 완벽하게 완성하는 게 아니라 멈추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어느 정도 선에서 그만 멈추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글을 또 쓸 수가 있지요.


퇴고를 시작하기 전, 총 3~5회 미리 작업 횟수를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1차 퇴고에서는 무엇을 하고, 2차에서는 또 어떤 작업을 할 것이며, 마지막 3차 퇴고에서는 이런 점을 보완할 것이다. 체계와 마감을 정하고 작업하면, 괜히 시간만 끄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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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를 할 때 퇴고 작업 한 번만 비교해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퇴고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분명 들 겁니다. 그러고나서, 방치했던 원고를 열어 보는 겁니다. 한 번에 다 작업하려 들지 말고, 오늘은 1단계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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