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갈등의 원인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초등학생 작가가 책을 출간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더할 수 없는 보람이었고 자랑이었습니다. 어느 날,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무대에 올라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습니다.
"오늘 저는, K작가에게 무대에 오르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K의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엄마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요. 어린 딸이 책을 출간하고 멋진 무대에 서려고 하는데, 글쓰기 선생이란 작자가 응원은 못해 줄 망정 초를 치러 왔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어린 자녀가 책을 출간하고, 그걸 너무 자랑거리로 삼아 여기 저기에서 행사를 치르면, "같은 학교 다른 엄마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됩니다. 이전에 몇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저는 K작가가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K작가의 엄마는 곧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이은대가 우리 딸 강의 못하게 막으려 했다"라며 험담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한테 어떤 소리를 했는지 다 확인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말이란 게 이렇습니다. 저는 상처를 줄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실제로 상처가 아니라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K작가 엄마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제가 주지도 않은 상처를 어디에서 받은 걸까요?
네, 맞습니다. 상처는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빚어내는 겁니다. 상처 주려고 작정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의도적으로 덤비는 사람에게는 사실 뭐 크게 상처받지도 않습니다. 다 눈에 보이니까요. 전혀 엉뚱하게 상대방의 말을 오해하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첫째, 모든 판단에 어느 정도 시간적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상대방 말 끝나기 무섭게 의도를 판단해버리고, 또 내 말을 뱉아버리고, 이렇게 하면 오해가 쌓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한 말인가 잘 생각해 본 다음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둘째,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고려해야 합니다. 상대가 이런 뜻으로 한 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뜻으로 한 말일 수도 있다 라고 말이죠.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괜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훨씬 낫겠지요.
셋째,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판단해서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결론 짓는 것이야말로 '못난 인간의 전형'입니다. 감정적 결론이라고도 합니다. A를 싫어하는 사람은 A가 조금만 애매한 말을 해도 금방 최악으로 몰고 갑니다. 상대 말의 진위를 가릴 생각조차 않고, 자기 마음 대로 상대를 '나쁜 인간'으로 단정짓는 것이지요. 사실은 본인이 제일 나쁜 사람 되는 겁니다.
말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히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비수 대부분이 실은 상대의 말이 아니라 자기 생각 때문이란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생각이 형편없고 못난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곱게 안 들립니다. 생각이 크고 반듯한 사람은, 작정하고 비난하는 말을 들어도 슬기롭게 소화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 한 가지 있습니다. 상대방 말을 잘 오해하고 비꼬아 듣는 사람 특징은, 자신도 남에게 오해를 살 만한 말을 잘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남 비난하는 말을 잘하니까, 남들 하는 소리도 다 비난으로 들리는 것이지요.
가장 현명한 태도는, 입을 다무는 겁니다. 침묵이지요. 쓸데없이 말 많이 하는 사람들이 오해와 갈등 일으키는 경우 훨씬 많습니다. 말을 줄이면 다툴 일도 확 줄어듭니다.
침묵이 먼저고요. 굳이 말을 해야 한다면, 의미를 분명하게 밝히는 습관 들여야 합니다. 짧고 간결하게 말하되, 핵심을 앞에 두는 습관. 이렇게 노력하면 서로 오해하고 갈등 일으킬 일 줄어들겠지요.
살아보니 결국은 '말'입니다. 한 마디 잘하면 죽다가도 살아나고요. 한 마디 잘못 던지면 평생 원수 지기도 합니다. 말을 삼가면 개인 대 개인의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말을 안 하고 삽니까?" 네, 한 번 시도라도 해 보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말 많이 하면 지치고 피곤합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다 기억도 못합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남의 말을 잘 오해합니다. 입이 문제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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