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줄 것이 남아 있다는 넉넉함
돈에 환장해서 살았을 적에는, 누구를 만나든 나한테 도움 되나 안 되나 따졌습니다. 도움 될 만하다 싶으면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친하게 지냈고, 별 도움 되지 않겠다 싶으면 데면데면 마음 없이 지냈습니다.
사람을 두루 사귀며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허나, 짧은 인생 나한테 도움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에너지를 쏟고 싶은 마음 없었습니다. 그럴 듯한 조언은 공자님 말씀에 지나지 않는다 여겼지요.
사업 실패와 동시에 삶이 통째로 침몰했을 때, 제가 생각했던 '도움 되는' 사람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곁을 떠났습니다. 그들도 저처럼, 저를 자신에게 도움 될 만한 존재라 여겼기 때문에 친했던 겁니다. 인생이 무너졌으니, 이제 더 이상 저는 그들에게 도움 되는 존재가 되지 못했던 겁니다.
관계는 거래가 아닙니다.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사귀면, 상대도 내게 얻을 것만 바랍니다.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야, 서로 위하고 아끼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감옥에서 깨달았습니다. 그 곳에는 오직 주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떻게든 받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받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항상 누군가와 다퉜습니다. 주려는 마음으로 수감생활 하는 사람은 늘 고요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물어 본 적 있습니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면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때 제게 답을 돌려준 어르신 말씀을 잊지 못합니다. "받기만 바라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받아도 더 받길 바라기 때문에 평생 불행합니다. 주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주어도 계속 줄 게 남아 있다는 생각에 평생 넉넉합니다."
현실적인 얘기로 바꿔 보겠습니다. 무조건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내 이익만 챙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지만, 결국 한 방에 다 날려버렸지요.
인생 전반전 빵점을 받았으니, 무조건 반대로 살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척'이라고 해야겠다 생각한 것이지요. 그때부터 '돕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겁니다.
첫 책을 쓸 때부터, 그리고 첫 강의를 할 때부터, 오직 주겠다는 마음으로 쓰고 강의했거든요. 신기한 것은, 그렇게 주는 마음으로 글 쓰고 강의했는데,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굳이 돈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것이 피부에 가장 잘 닿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돈, 돈, 돈 하면서 살았을 때에는 돈을 몽땅 잃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동안에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나누고 주겠다 작정하고 사니까 마음도 편안하고 돈도 더 많이 들어왔습니다.
10년 넘었습니다. 첫 강의 때부터 강의자료 모조리 다 나눠주었습니다. 첫 강의 때문에 '평생 무료 재수강'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수강생의 상담 전화를 받습니다. 내 것 챙기기에 바빠 독자나 수강생 외면한 적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피곤하기도 했고 억울하고 분한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의 마음을 곡해하고, 받을 건 다 받아챙기면서도 뒤에서는 험담 일삼고, 돈 떼먹고 도망친 인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감옥에서 만났던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렸지요. 나한테는 계속 줄 것이 남아 있으니 분통 터질 것도 없다!
두 번째 인생에서 저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훗날 저를 떠올리며 '도움 되었던 사람'이라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책쓰기는 당연하고, 그 외 무엇이라도 자기 삶에 도움 된 존재로 저를 기억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명절 연휴에도 강의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서도 글을 쓰고, 속상하고 기분 나쁜 날에도 해야 할 일을 다 합니다. 제가 이렇게 틀에 박힌 일상을 고집하는 이유는, 저의 글과 강의가 누군가에게 도움 줄 거란 확신 때문입니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책도 열한 권 출간했고, 강의도 쉴 새 없이 했습니다. 이제는 눈 감고도 강의할 수 있고, 글도 수월하게 쓰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더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란 기대로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이지요.
돈도 좋고 부자도 좋고 성공도 좋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는 것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마음이 평온하고 고요한 상태여야 돈 버는 것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무언가로 타인을 돕는 인생을 추구하면, 무엇보다 마음이 제일 편안합니다. 기를 쓰고 이기려 고집 부리지 않고, 한 마디라도 더 해야 직성이 풀리는 피곤한 인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사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룰을 정하고,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살면 대부분 일상에서 웃을 수 있습니다. 이번 명절 연휴에 많은 친척 만났는데요. 대부분 두 가지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더 가질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기 것을 빼앗겨 분하다는 이야기. 글쎄요. 이들이 더 많은 걸 가진다 하여 과연 만족하고 행복할 것인가 의문입니다.
나를 만난 기억이 '도움 됐다'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슨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 전반전에 이기적으로 살았던 기억에 비하면, 지금은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