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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내 안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여행

나를 만난다는 말의 의미

by 글장이


글을 쓴다는 건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행위입니다. 내가 아는 지식, 내가 경험한 일, 내가 느낀 감정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키보드 앞에 앉는 거지요. 막상 첫 문장을 쓰려고 하면 멈칫하게 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합니다. 머릿속에 분명 할 말이 있는데, 글로 옮기려니 딱 막히는 겁니다. '내가 글을 못 쓰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아직 나만의 목소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정해진 형식대로 글을 써야 했습니다. 기승전결에 맞춰서, 선생님이 원하는 답을 찾아서, 그럴듯한 문장으로 포장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 살아오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과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 진짜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말았지요.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내 안에 묻혀 있던 목소리를 하나씩 꺼내보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합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서먹합니다. '이게 내 목소리가 맞나?'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바로 그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다른 작가 문체를 흉내 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 문장을 따라 써 보기도 하고, 유명한 책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글을 배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멋진 문장을 흉내 내도, 그건 내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독자들도 느낍니다. 진짜 목소리와 빌려온 목소리의 차이를 말입니다.


다시 시작했습니다. 멋진 문장은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대신, 평소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쓰는 말투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써도 되나?' 싶었지요. 그때부터 글이 술술 나왔습니다.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이게 내 목소리구나,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나만의 목소리를 찾는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복잡한 기교나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나답게 쓰면 됩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방식대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내가 자주 쓰는 단어로 글을 쓰는 것이죠. 그렇게 쓴 글에는 온도가 있습니다. 내 체온이 묻어 있는 글은 독자에게도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여러 개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요. 때로는 용감한 목소리가 나오고, 때로는 두려운 목소리가 나옵니다. 어떤 날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고, 어떤 날은 슬픈 이야기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혼란스럽지요. '어떤 게 진짜 나일까?'


그 모든 목소리가 다 '나'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으며, 강할 때도 있고 약할 때도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모습의 내가 드러납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오히려 그래야 진짜 나다운 글이 됩니다. 한 가지 색깔만 고집하는 글은 어딘가 억지스럽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 목소리를 발견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글을 쓰면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됩니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에 화가 나고 무엇에 기뻐하는지, 어떤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지 깨닫게 됩니다. 글은 거울과 같습니다. 쓰면 쓸수록 내 모습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제가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무심코 쓴 문장들 속에 '함께', '우리', '연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의도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쓰다 보니 그런 단어들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 거지요.


글쓰기는 나를 탐험하는 여행입니다. 때로는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잊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꿈, 포기했던 희망, 숨겨두었던 상처들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입체적인 존재가 되어갑니다.


내 목소리를 찾아가며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닿습니다. 내가 느낀 외로움, 내가 경험한 실패, 내가 품었던 의심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가 됩니다. '저도 그래요'라는 댓글을 받을 때, '이 글 덕분에 힘이 났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목소리였구나, 라는 사실을요.


글쓰기의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런 거지요. 나를 발견하는 동시에 남과 연결되는 경험.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되는 역설. 내 이야기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진솔하기 때문에 울림이 있는 겁니다. 꾸미지 않은 진심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두려워합니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면 어쩌나', '내 생각이 유치하게 보이면 어쩌나', '문장이 어색하면 어쩌나' 이런 걱정 때문에 시작조차 못합니다. 이런 두려움도 결국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진심을 담으려 한다는 증거일 뿐이죠.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완벽한 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진정성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방식대로, 내 속도로 쓰는 것입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그 서툼과 어색함이 오히려 나다움을 만듭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오늘 하루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 순간 느낀 감정을 그대로 써 보는 겁니다. 멋진 표현을 찾으려 하지 말고,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하게. '오늘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요즘 나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한 문단씩만 써도 충분합니다. 매일 5분, 아니 3분만 투자해서 내 생각을 글로 옮겨 보는 거지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글쓰기가 습관이 됩니다. 한 달이 지나면 내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합니다. 석 달이 지나면 글 쓰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나를 만나는 시간이 소중해집니다.


특별한 사람만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만 쓰는 것도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싶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내 안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여행입니다. 예상치 못한 답을 만나기도 하고, 답을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과정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써보는 시간들이 쌓여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글쓰기는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입니다. 완성된 한 편의 글보다 중요한 건,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가 나 자신과 나눈 대화입니다. 발견한 감정들, 정리된 생각들, 마주한 두려움들이 모두 소중한 여행의 기록입니다.


내 안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여행에는 끝이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 변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나와 일 년 후의 나는 다른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 모든 목소리가 나입니다.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모두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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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우리 안에는 수많은 목소리가 있습니다.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 나누고 싶은 생각들이 조용히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 목소리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글이라는 통로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입니다. 한 문장, 한 단어, 한 글자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여행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될 테고, 그 앎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란 사실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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