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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작가라면 "구체성"

손에 딱 쥐어주는 글쓰기

by 글장이


평생 글만 써온 사람이라면, 의식하지 않아도 글을 구체적으로 쓸 거라 짐작합니다. '과일'이라고 쓰지 않고, '사과, 배, 귤'이라고 쓰겠지요. '차를 탔다'라고 쓰지 않고, '90년식 파란색 BMW'라고 쓸 겁니다.


글을 구체적으로 써야 하는 이유는 오직 독자를 위함입니다. 작가와 독자는 오직 글로써만 소통 가능합니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다면, 손짓 발짓 표정과 뉘앙스 등 간접 언어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겠지요. 허나, 글로 소통할 때는 오직 글자 표현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습니다.


'바다에 갔다'라고 쓰지 말고, '비바람에 파도가 세게 치는 광안리 해변가'라고 써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가 '그 바다'를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글을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독서를 간접 경험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났다'라고 쓰면, 독자는 해석할 여지가 너무 많아집니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주먹으로 쾅쾅 세 번이나 내리쳤다'라고 쓰는 것이 독자 눈에 훤히 보이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를 본 적 있을 겁니다. 드라마 줄거리와 상관없이, 군데군데 그 시절의 정취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장면'들이 있지요. 88올림픽 장면이라든가, 삐삐를 받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통화하는 장면,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돈까스 시켜먹는 장면, 영화관에서 학생과장 선생한테 걸리는 장면 등.


드라마 곳곳에 이러한 구체적인 장면이 설치되어 있었던 덕분에,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겁니다. 드라마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보조적인 장치로써 구체성을 드러내면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22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262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진행한 수업입니다. 한글날이기도 했습니다. 의미가 남다른 시간에 문장수업을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글을 쓸 때도 드라마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건의 어느 한 장면을 구체화하고, 작가 자신의 감정을 구체화하며,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가", "나는 어떤 식으로 내 감정을 표현했는가" 등 결정적인 순간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때, 독자를 글에 푹 빠져들 수 있습니다. 모든 순간을 구체적으로 쓸 수는 없겠지요. 몇몇 장면이라도 구체적으로 바꾸면, 글 전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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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속상한 일이 있었어.

나 지금 너무 기분 나빠.

영화 보고 왔어.

맛있는 거 먹었어.


친구와 마주앉아 대화를 하는데, 위와 같은 표현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 가정해 봅시다. 저 같으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질 못해서 속에 천불이 날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하는 '구체적인 글쓰기'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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