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함께 쌓는 노력이라야 흔들리지 않는다
글쓰기 실력 형편없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쓴 글은, 어느 누구와 비교할 수준조차 되질 못했습니다. 일반인들이 "난 글을 잘 못써"라고 말하는 정도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유치하고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감옥에서 쓴 편지를 읽은 가족조차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요.
매일 책을 읽고, 숲과 나무를 함께 공부했습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어떻게 맞추었으며, 메시지는 어느 부분에 어떤 식으로 장착했는가 살폈고요. 문장 하나하나는 어떻게 썼으며, 독자인 나는 문장에 따라 어떤 느낌을 받는가 새겼습니다. 그렇게 독서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동시에, 매일 '형편없는' 꾸준히 썼습니다.
6개월쯤 지나니까, 그나마 읽을 만한 글이 되었습니다. 적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는 있었으니까요. 일 년쯤 지난 후에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내가 쓴 글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확신하게 되는 순간, 노트 껴안고 한참 좋아했습니다.
아버지는 운동이라곤 등산밖에 몰랐습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었지요. 그랬던 아버지가, 복지관 친구들 권유로 파크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골프채 한 번 잡아 본 적 없던 아버지는, 첫 날부터 계속 친구들에게 밥을 샀습니다.
거의 매일 스크린 골프장에 나갔고, 바쁘다는 친구를 불러내 술과 밥을 산다는 조건으로 배움을 청했습니다. 파크 골프가 프로 선수들의 골프에 비해 쉽고 단순한 것은 사실이지만, 운동 신경 자체가 거의 없는 아버지한테는 세상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1년쯤 지났습니다. 요즘 아버지는 파크 골프 다니는 걸 즐깁니다. 게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표정이 환하고 들떠 있습니다. 아주 신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 동안 홀인원 두 번이나 했습니다. 카톡으로 사진도 보내줍니다.
어머니는 올해 여든 둘입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 기기 쪽으로는 영 문외한입니다. 2년 쯤 전에, 함께 어울리는 친구분 통해서 페이스북을 알게 된 모양입니다.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사람들과 이웃을 맺고, 간단히 코멘트를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사진 한 장 올리는 데에도 한 시간씩 걸렸습니다. 남부 정류장 인근에 위치한 어느 수련회장에, 어머니는 지난 2년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다녔습니다. 그 불편한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버스를 타면서 말이죠.
지금 어머니는, 손주와 함께 페이스북 이야기를 나눕니다. 둘이서 전문 용어까지 섞어가며 대화하는 걸 보면, 이제는 제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입니다. 어머니는 새로운 문물에 대한 배움을 즐기며 누리고 있습니다.
해 보지 않은 일은 누구나 어색하고 어설프고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형편없는 실력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체계적인 훈련과 꾸준한 연습을 통하면 예외없이 일정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노벨상 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버지가 국가 대표 파크 골프 선수가 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어머니가 페이스북으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런 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하나도 할 줄 몰랐던 완전 초짜 수준에서, 술술 잘 다루며 성과까지 낼 수 있는 '제법 잘하는 존재'에 이르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것이 살아가는 기쁨이며,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신감의 초석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세상이 급변할수록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꾸준히 연습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조급하기 때문입니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훈련하고 연습하는 데에는 당연히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빨리, 당장, 쉽게" 성과를 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마음이 답답한 거지요. 묵묵히 나아가는 습성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탓입니다.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해야 합니다.
둘째, 자기 고집 때문입니다. 일단 배우기로 작정했으면, 배운 대로 적용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자기 방식 대로만 하니까 좀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죠. 배운 대로 하지 않을 거면 무엇하러 배웁니까. 일단 고개 팍 숙이고, 배운 내용을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셋째, 결과에만 연연하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한 달, 두 달. 이 정도 기간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슨 일이든 새롭게 도전하는 경우, 못해도 1년 이상,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지나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넷째,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 보면서 부러워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이건 아닌가 보다 하며 포기하는 거지요. 세상 어리석은 일이 남과 비교하는 행위입니다. 어제의 나보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성장했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지요.
다섯째, 자꾸만 돈과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도 좋고 성공도 좋습니다. 하지만, 배우고 익히며 연습하는 과정에서는 돈보다 땀과 정성에 초점 맞춰야 합니다. 이제 막 새로운 걸 배웠으면서도 한두 달만에 수익 창출 어쩌고 하니까 빨리 지치는 겁니다.
SNS 시대 특성상, "빠르고 쉽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라는 식의 광고를 쉽게 접하게 되는데요. 한 번씩 그런 광고를 보고 있자면, 저도 마음 혹하고 귀가 솔깃하기까지 합니다. 어찌나 수려하고 멋진 말솜씨와 쌈박한 영상으로 사람을 홀리는지, 십 분만 보고 있어도 판단력이 흐려질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이 있지요. 글쓰기도 운동도 공부도 그 무엇도, 체계적으로 배우고 훈련하고 꾸준히 연습하는 방법 외에는 성장할 길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반짝 성과야 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두 번 짜릿한 성과에 맛들리면, 체계적인 훈련과 꾸준한 연습이 바보 같은 짓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인생 망치기 십상입니다.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라면,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하고 체계적인 훈련과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 쌓아간다는 생각 절대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무슨 일이든 시간과 함께 쌓은 실력이라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인생에서 '빨리'와 '쉽게'라는 두 개의 단어만 없애도, 삶은 무한히 좋아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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