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이야기
글쓰기 수업에 입과하는 사람에게 동기를 물어 보면 열의 아홉은 "잘 쓰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네, 맞습니다. 잘 쓰고 싶지요. 이왕에 글 쓰는 거 잘 써서 인정도 받고 책도 내면 좋겠습니다.
우선, 잘 쓰는 글이 어떤 것인지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거든요. 쉽고 재미있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글이 최고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시가 많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 매력있다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길게 펼쳐진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짧게 끊어 핵심만 전달하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요.
자신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글을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지 선명하게 정해야 합니다. 적어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잘 쓰는 글이 무엇인지 알아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요.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회사에서 상사와 동료들에게 프레젠이션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심장이 떨리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겁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평소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전혀 그런 증상이 없는데, 무대에만 서면 말을 더듬고 손에 땀이 흥건해지곤 했지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카페에서 친구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과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 단지 사람의 수에만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지요.
잘.해.야.한.다.는.생.각
바로 이겁니다. 카페에서 친구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때에는 '말을 잘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나 강박을 전혀 갖지 않습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죠. 반면, 무대 발표나 강의를 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실수하면 안 돼!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니까 온몸의 신경세포가 바짝 긴장을 하게 되는 겁니다.
발표나 강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할.말.을.하.는.것
잘하고 못하고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일단은 전하려는 바를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주목적이 무엇인지 놓치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요. 본질입니다. 발표나 강의의 주목적은 "전달해야 할 내용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걸 하지 못하면 아무리 발표를 잘해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글쓰기도 똑같습니다. 잘 쓰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다릅니다. 잘 쓴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할 말을 한다는 것은 명쾌하거든요.
글쓰기를 배우려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는데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에 대해 자신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아무리 잘 쓰려고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즉 주제를 선명하게 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잘 쓰려고 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치게 긴장하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지요. 먼저, 무슨 말을 전할 것인가부터 명확하게 정합니다. 그러고나서, 어떻게 하면 이 메시지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구성과 문맥과 문장력 등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잘 쓰려는 마음은 타인으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심리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강의 시간에 "빈 의자를 놓고 투명인간을 앉혀둔 채 대화를 나누듯 글을 써 보라!"고 강조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도움될 만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합니다.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할 말을 쓰는 것"입니다.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었을 때 후회가 없겠지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하십시오. 잘 쓰고 못 쓰고는 두 번째 문제라고 했습니다. 일단 그 이야기를 죄다 쏟아부으세요. 그런 다음 하나하나 고치고 다듬으면 됩니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