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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작가

고개 들고 어깨 펴고

by 글장이


화장실에서도 글을 씁니다. 노트북을 펼쳐 키보드를 두들기지는 않지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논리에 맞게 써 보는 것이지요. 같은 주제를 놓고 여러 개의 경험을 뒷받침하여 어떤 것이 나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글을 씁니다. 이 식당의 분위기는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은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이 식당은 무엇으로 최고였다고 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평생 처음 들른 식당조차 마치 제가 창조한 곳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택시를 탈 때도 글을 씁니다. 저기 앞에 앉은 남자의 뒷모습을 쓰기도 하고, 끝도 없이 통화를 하는 아주머니의 말투를 묘사하기도 합니다. 버스 기사가 진상 승객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지는 모습도 쓰고, 택시 기사의 한숨을 적기도 합니다.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나면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첫째, 보고 들을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하는 생각이지요. 보고 듣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관찰했는데, 그 시간과 노력을 가치 있게 바꾸는 것이 마땅합니다. 크든 작든 뭐라도 한 가지 배움을 찾아 연결하고 나면, 그제야 오늘을 보람 있게 보냈다는 사실에 흐뭇하고 만족하게 됩니다.


둘째, 보고 들은 것 중 뭐라도 노트북에다 옮겨 적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로 글을 쓰는 것은 또 다릅니다. 머릿속으로 쓴 글이 30퍼센트 정도라면, 키보드를 두들겨 백지를 채우는 글쓰기는 80퍼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20퍼센트는 제가 쓴 글을 읽는 시간입니다.


글감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그런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관심'과 '관찰'을 강조합니다. 그럴 듯한 글감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연필을 소재로 글을 써도 제가 쓰는 것과 김 훈 작가가 쓰는 글은 천지 차이일 테지요. 글쓰기 실력에서도 물론 차이가 크겠지만, 그보다 먼저 연필을 관심 있게 관찰하는 능력에서 판가름이 나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열두 번 정규 강의를 합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문장수업을 진행하고요. 공저 프로젝트와 일일특강, 외부 특강까지 모두 합하면 한 달 평균 25이상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 번 강의할 때마다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입니다. 만만치않은 시간이지요.


두 시간짜리 강의 한 번을 위해 스무 시간 준비합니다. PPT 자료를 만들고, 입으로 중얼거리기도 하고, 사례나 영상을 찾아 넣기도 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자료를 가지고 당일 강의 전 두 시간 리허설을 합니다. 새카만 모니터 앞에서 제스처와 표정, 그리고 말투와 억양까지 신경쓰며 '쇼'를 하는 셈이죠.


이런 이유로 제 강의에는 "음, 어, 저기......" 등과 같은 망설임과 머뭇거림이 없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 딱 5분을 쉬고, 일사천리로 두 시간을 달립니다.


강의를 시작한 지 만 6년이 지나고 이제 7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강의를 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남은 강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더 큽니다. 저는 변함없이 치열하게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강의가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습니다.


저는 결코 글을 '대단히 잘 쓰는' 작가가 아닙니다. 내로라 하는 거장들이 제 글을 보면 웃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글쓰기 강의를 한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테지요. 물론 저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세상 어느 누구와도 "글쓰기"에 관해 토론을 펼칠 자신이 있습니다. 싸워 이긴다는 말이 아니라, 정상적인 토론을 말합니다. 그만큼 할 말이 많고, 나름의 논리를 펼칠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꼽힐 자신은 없지만, 치열하게 노력하며 쓰는 사람으로는 당당하게 손을 번쩍 들 자신이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보다 강의를 잘 하는 사람이야 수도 없이 많겠지만, 저는 그들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할 수 있습니다. 가장 열심히, 가장 치열하게 강의를 준비한다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실수와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노력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실수와 실패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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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혹시 고개 숙여본 적 있습니까? 저는 죄를 짓고 고개를 숙인 채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 참 못할 짓이더군요. 당당하지 못한 삶이야말로 비극이자 절망이었습니다.


두 번 다시 그렇게 살지 않을 겁니다. 언제든 누구 앞에서든 어깨 쫙 펴고 고개 빳빳하게 들고 살겠다 다짐을 했었지요.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최선과 노려과 치열'이었습니다.


걱정과 고민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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