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오늘은 끝장을 보는 날이 아니다

편안하게, 고요하게, 침착하게

by 글장이


"끝장을 볼 것이다"라는 말에는 상당한 의지와 각오와 결단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결연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누군가 제 앞에서 팔을 걷어붙이며 끝장을 볼 거라고 말한다면, 저는 아마 그를 말릴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혹은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오늘은 끝장을 보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린 그저 몇 줄 또는 길어야 한 편의 글을 쓸 뿐입니다.


쓰다가 멈추어도 되고, 엉망진창의 글을 그대로 덮어도 되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개판이라도 그냥 두고 다른 일을 하면 됩니다. 글쓰기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늘 아주 담판을 짓겠다,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주변 초보 작가들을 보면, 매일 매 순간 아주 끝장을 볼 듯이 덤벼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오히려 매일 편안하게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죠.


그냥 가볍게 몇 줄 쓰면 그만인 것을, 머리에 띠를 두르고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고 덤비려 하니까 그 만큼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겁니다. 오늘은 승부를 거는 날이 아닙니다. 오늘은 담판을 짓는 날이 아닙니다. 오늘은 그저, 몇 줄만 쓰면 됩니다.


저는 '글 쓰는 삶'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제 남은 삶이 얼마나 될런지 모르지만, 그 삶이 다하는 날까지 그저 매일 글을 쓰면 그만입니다. 글쓰기는 시합도 아니고, 올림픽도 아니며, 상대와의 겨루기도 아닙니다. 내 삶의 이야기를 담아 세상에 전하는 행위죠. 그러니, 더더욱 끝장을 본다는 말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번 달에는 반드시 끝을 내겠다!

다음 달부터는 반드시 매일 글을 쓰겠다!

내년에는 반드시 내 책을 출간하고야 말겠다!


이러한 결심들이 모두 '끝장'을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허나, 그 목표가 자신을 옥죄거나 압박한다면, 그래서 자꾸만 미루게 만든다면, 차라리 목표 따위 없는 게 낫겠지요.


목표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추진력을 제공해야 마땅합니다. 목표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담판을 짓겠다 하면, 그거 어디 부담스러워서 쉽게 시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화장실에서 볼일 보다가도 몇 줄 적을 수 있고, 잠 청하다가도 몇 줄 쓸 수 있으며, 지하철 안에서도 몇 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경험과 감정과 교훈과 메시지를 정리하면 될 일인데, 자꾸만 매 순간 '전쟁'을 치르려 하니까 힘이 드는 겁니다.


하루 15분 정도는 누구나 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바쁜 사람도, 하루 15분 정도는 틈을 낼 수가 있지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쓰다가 말아도 그만이고, 쓴 글이 엉망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당장 무슨 공모전에 제출할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지금 쓰는 글로 세상을 움직일 것도 아닙니다.


헬스클럽에 가면, 트레이너한테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힘 빼세요!"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힘을 빼야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있는 겁니다. 글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을 빼야 합니다. 자꾸만 빈 종이랑 멱살 잡고 싸우려 들지 말고, 그냥 생각 나는 대로 몇 줄 끄적인다는 생각으로 글쓰기 습관을 잡길 바랍니다.


공부한답시고 아빠 엄마한테 조용히 하라고 하고, 맨날 독서실 간답시고 밥값 용돈이나 받아챙기고, 시험 기간이라며 온 식구 긴장시키는 학생들 있지요. 제 평생에 그런 학생 치고 공부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설레발 떠는 사람은 실력도 빵점 태도도 빵점입니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고요합니다. 여기저기 난리 치지 않습니다. 자기가 뭘 하고 있다며 수다 떨지도 않습니다.


SNS에 글 쓴다고 오만상 사진 올리고, 책 한 권 출간했다고 자랑질 난리를 칩니다. 그것도 그저 한두 번에 그쳐야지요. 초보 작가 책이 베스트셀러는 무슨 베스트셀러입니까. 진짜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보면 웃기지도 않을 일입니다. 부디 겸손하게, 겸허하게, 차분하게, 고요하게, 그렇게 삶과 글을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책 출간한 것은 자랑이 아닙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책도 출간하게 되었다"가 제대로 된 자랑입니다. "책 출간 후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가 진짜 품격이지요. 적어도 글 쓰는 삶에서는, 책 한 권 달랑 내는 것에 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끝장을 보려 하지 말고, 그저 편안하게 몇 줄 적는 습관부터 들여야 합니다. 글쓰기가 편안하게 느껴져야 평생 지속할 수 있습니다. 쓸 때마다 이를 악물면, 이빨만 상합니다.


잘써야 한다는 강박도 가질 필요 없습니다. 초보 작가가 잘쓰면 얼마나 잘쓰고 못쓰면 또 얼마나 못쓰겠습니까. 다들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무슨 엄청난 작품 쓰듯이 덤벼들지 말고, 오늘 있었던 일과 감정으로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 될 만한 메시지 한 줄 뽑아낸다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세 줄을 쓰면 어떻고 다섯 줄을 쓰면 어떻습니까. 막 빨리 쓰려고 조급하게 굴 필요 없습니다. 왜 그렇게 급한가요? 보름달 뜨기 전에 책 내야 합니까?


제가 돈 빨리 많이 벌려고 안간힘 쓰다가 인생 통째로 말아먹은 사람입니다. 제 인생에 더 이상 조급함은 없습니다. 그런데,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 느긋하게 살아 보니까요. 세상 급할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여유로운 마음을 일을 하니까, 일의 완성도도 더 높아집니다. 서두를 때보다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글도 많이 쓰고, 책도 많이 읽고, 강의 준비도 더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바빠 죽겠다'라는 생각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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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딱 다섯 줄만 써 봅시다. 그것도 많으면, 딱 세 줄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편안하게 진심 담아 글을 쓰는가 하는 것이죠. 전쟁터 나가듯이 글 쓰지 말고, 세상과 삶을 품에 안듯 글을 써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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