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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 찾기'로 키우는 관찰력과 통찰력

글감 찾는 눈을 키우는 연습과 훈련

by 글장이


글감이 없거나 부족한 게 아닙니다. 글감 보는 눈이 없는 것이죠.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글감 찾기'는 단순히 쓸거리만 찾는 게 아닙니다. 세상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가 인생 전체를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쫄딱 망했던 사람입니다. 어느 정도 망했는가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21세기에 쌀 떨어질까 걱정했을 정도이고요. 30분 단위로 채권자들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죽했으면 극단적인 시도까지 스무 번 가까이 했겠습니까.


글 쓰고 작가 되어 강연까지 하게 되면, 그래도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작가와 강연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때부터 눈에 불을 켜고 글감을 찾았습니다. 무엇을 보든 인생과 연결시키려고 애썼고, 그걸 가지고 강의도 했습니다. 글감 찾는 연습과 훈련 덕분에, 죽고 싶었던 인생에서 다시 살고 싶은 인생으로 바뀐 것이죠.


우리는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비슷한 일상을 반복합니다. 반복 속에서 대부분의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치부됩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위해 소재를 찾기 시작하면 이런 평범한 일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에서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쓴맛이 주는 각성의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서 느끼는 위안, 컵을 감싸 안은 손에 전해지는 따뜻함 등 하나하나가 에세이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커피를 통해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나 스트레스, 여유의 부족 등 자기계발적 주제로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 귀에 들려오는 대화 조각들 모두가 글의 씨앗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상적 경험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의미를 찾아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입니다.


소재 찾기의 첫 번째 단계는 관찰력을 기르는 연습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보기만 할 뿐", "바라보지 않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긴 하지만(see), 정성 들여 관찰(watch)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글쓰기를 위한 관찰은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감을 동원한 입체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모양, 소리, 냄새, 촉감, 맛까지 모든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을 관찰한다면,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 젖은 아스팔트에서 나는 냄새, 습도가 높아진 공기의 촉감,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들의 모습, 빗물이 모여 흘러가는 하수구의 모습 등을 세심하게 보는 것이죠. 이러한 구체적인 관찰이 생생한 글쓰기의 바탕이 됩니다.


관찰 훈련을 지속하다 보면 평소에는 놓쳤던 세밀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밀한 관찰력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읽을 수 있게 되고, 상황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관찰이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면, 통찰은 그 너머에 숨어있는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는 거지요.


길거리에서 혼자 걷고 있는 노인을 봤다고 가정해 봅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한 사람이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지요.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고독에 대한 이야기, 나이 듦에 대한 성찰, 가족과의 관계,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 등 다양한 주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것과 비슷한 다른 경험은 없을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표면적인 현상 너머의 본질을 탐구해야 글로 쓸 만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작은 관찰에서 시작해서 그것을 보편적 가치로 확장시켜나가는 능력이야말로 글쓰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상을 통해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주제로 연결시키고, 구체적 사례를 추상적 개념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길에서 주운 낙엽 하나에서 계절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으로, 인생의 단계로, 변화에 대한 수용으로 확장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확장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로 변화하는 겁니다.


출근길에 겪은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해서 시간 관리, 스트레스 해소, 긍정적 사고 등의 주제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나 교훈으로 승화시키는 요령입니다. 연습과 반복만이 유일한 학습 방법이겠지요.


소재 찾기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감정을 포착하는 능력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 순간의 감정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기쁠 때 보는 풍경과 슬플 때 보는 풍경은 다릅니다. 희망적일 때의 미래와 절망적일 때의 미래도 다릅니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인식의 차이를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다면, 진정성 있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왜 이런 감정이 드는가? 이 감정이 나에게 전하는 신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습니다.


좋은 소재는 언제 어디서 발견될지 모릅니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나 순간적인 감동은 시간이 지나면 금세 사라집니다. 발견한 소재를 즉시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지요.


스마트폰 메모 기능을 활용하거나, 작은 수첩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즉시 적어야 합니다. 강의 시간에 제가 수강생들에게 "메모와 수첩" 이야기 백 번도 더 했을 겁니다. 완전한 문장일 필요 없습니다. 단어 몇 개, 간단한 스케치,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나중에 이런 기록들이 완성된 글의 출발점이 됩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상적인 장면이나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그 사진을 보며 당시의 감정과 생각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늘 가지고 다니니까, 언제 어디서든 사진 찍을 수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소재 찾기의 최고봉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가들이 어떤 일상 소재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지요. 단순히 내용을 흡수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의 관점과 표현 방식을 분석해 보는 겁니다. 글 쓰는 데 더 없는 도움이 됩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른바 <강안독서>입니다. 책 속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 그때 나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지금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독서를 통해 새로운 글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에는 그 책을 쓴 작가가 세상과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하나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지만, 독서를 꾸준히 하면, 다양한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생각의 유연함을 장착하면, 적어도 지금보다 사는 게 훨씬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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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 찾는 습관을 통해 관찰력과 통찰력을 기르고, 밀도 높은 일상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일상 속에,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글감을 발견하는 눈을 키우기 위해 연습과 훈련 부단히 해야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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