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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과정에서 배우는 완벽주의 탈출법

퇴고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

by 글장이


언제까지 고쳐야 할까요?

다 고쳤다 싶었는데, 볼 때마다 고칠 게 자꾸 나와요.


10년 넘게 [자이언트 북 컨설팅] 운영하면서, 퇴고에 관한 질문이나 하소연 많이 받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글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고치면 고칠수록 더 나은 글이 만들어지는 탓이기도 합니다.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글 비슷하게 만들어서 빨리 출간하기만을 바라는 어설픈 작가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초보 작가는 자신의 글과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수정하고 보완하려는 의지를 품고 있었지요.


중요한 것은, 더 나은 글을 쓰겠다는 의지와 완벽한 글을 만들겠다는 완벽주의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퇴고는 필수 과정입니다.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글을 선보이겠다는 열정을 유지하면서도, 완벽주의 덫에서 벗어나는 균형을 잡는 일이 필요하겠지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퇴고 과정을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죠.


1단계는 거시적 구조 점검입니다. 첫 번째 퇴고에서는 전체적인 구조와 논리의 흐름을 점검합니다. 글의 주제가 명확한지, 단락 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결론이 설득력 있는지를 봅니다. 이 단계에서는 문장의 세세한 표현보다는 큰 틀에 집중합니다. 특히, 각 소주제 명확한 메시지 장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2단계는 중간 범위 조정입니다. 두 번째 퇴고에서는 각 단락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불필요한 내용은 삭제하고, 부족한 설명은 보완하고, 예시의 적절성을 점검합니다. 아직 문장 하나하나에 매달리지는 않습니다.


3단계는 미시적 표현 다듬기입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문장의 표현을 다듬습니다. 어색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바꾸고, 중복된 단어를 찾아 교체하고, 리듬감을 개선합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오류도 이 단계에서 정리해야겠지요.


이러한 단계적 접근을 통해 완벽주의의 함정을 피하면서도 질 높은 글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고도의 집중과 몰입이 필요하므로, 퇴고할 때는 절대 엉덩이를 들썩이지 말아야 합니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방법 중 하나는 '80% 원칙'을 적용하는 것인데요. 100% 완벽한 글을 목표로 하는 대신, 80% 만족스러운 수준에서 완성하고 다음 글로 넘어가는 형식입니다.


타협이나 포기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접근법입니다. 80% 수준의 글 열 편을 완성하는 것이, 100% 완벽한 글 한 편을 쓰려다가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습니다.


모든 사례가 완벽하고 모든 논리가 완벽하기를 기다리다가는 영원히 완성할 수 없습니다. 80% 정도 만족스러우면 독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은, 퇴고에도 시간 제한을 두는 겁니다. 무제한으로 시간을 투자하면 끝없이 고칠 수는 있겠지만,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고 말겠지요. 제한된 시간 안에 퇴고하면, 중요한 것들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글 한 편의 퇴고에 3시간이라는 제한을 두면,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부터 해결하게 됩니다. 사소한 표현의 차이에 매달리기보다는 글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시간 제한은 완벽주의자들에게 해방감을 줍니다. 더 이상 고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면, 현재 상태에서 만족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대충 시간만 때우자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것 위주로 작업하자는 뜻이지요.


완벽주의에 빠진 작가들은 자신의 관점에서만 글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완성도는 독자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합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완벽함과 독자가 필요로 하는 완성도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독자는 완벽한 문장보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원합니다. 화려한 표현보다는 진정성 있는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독자의 관점을 염두에 두면,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자기계발서의 경우 특히 독자의 실용적 필요가 중요합니다. 문체가 조금 거칠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면 독자들은 만족합니다. 반대로 아무리 완벽한 문장이라도 실용성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겠지요.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마인드셋은 '다음 글에서 나아지면 된다!'입니다. 이번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음 글에서 더 나아지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한 편의 글을 붙잡고 하염없이 늘어지는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일회성 작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입니다. 한 편의 글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표현하려고 하지 말고, 여러 글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갖게 되면 개별 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됩니다. 실험적인 시도도 할 수 있고, 새로운 스타일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글쓰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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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의 진정한 목적은 완벽한 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독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이 바로 퇴고입니다.


퇴고의 목적을 분명히 하면,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그대로 둘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집니다.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의 수정은 하고, 작가의 자아만족을 위한 수정은 하지 않게 되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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