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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는, 그 시간이 전부입니다

맹렬하게, 무자비하게

by 글장이


징크스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기 전에, 반드시 책상을 깔끔하게 정돈해야 했지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만약 그 시간에 제가 책상을 치우지 않고 그냥 글을 썼더라면, 아마 지금보다 책 한 권은 더 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있습니다. 수강생의 목차를 먼저 짜야 했습니다. 과제를 제출한 수강생이 있고 제목과 목차를 기획해줄 시간은 충분한데도, 저는 글을 쓰기 전에 이 모든 '해야 할 일'을 완료해야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별 상관 없거든요. 제 글을 먼저 쓴 다음에 수강생의 목차를 기획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시간도 충분하고, 오히려 기획하는 데 집중도 더 잘 됩니다. 그런데도 저는 늘 다른 해야 할 일을 먼저 한 후에야 비로소 제 글을 쓸 수가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중에도 '딴짓'을 자주 했습니다. 이를테면 메일을 확인한다든가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죠. 당장 급한 일도 아닌데, 자꾸만 고개를 돌려 뭔가 확인하는 습성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는, 제가 집중력이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스스로 탓하고 자책하는데요. 문제는 원숭이 때문입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원숭이가 한 마리씩 들어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하면, 원숭이가 나서서 기를 쓰고 막으려 합니다.


미라클 모닝을 하려고 하면 5분만 더 자라고 하고,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면 내일부터 하라고 하고, 운동을 하려고 하면 피곤하다고 하고, 글을 쓰려고 하면 설거지부터 끝내라고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생명의 위협'으로 판단하는 뇌의 습성 때문이지요.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원숭이를 잠재워야 합니다.


원숭이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행위를 하고 있을 때, 원숭이는 무조건 잠을 잡니다. 실행하지 않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원숭이가 날뜁니다. 참고로, 생각만으로는 절대 원숭이를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채 10분 동안 생사가 걸린 글쓰기를 하는 것처럼

나탈리 골드버그가 그녀의 저서 《인생을 쓰는 법》에서 표현한 말입니다. 심장에 새겼지요.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 그런 다음, 실제로 생사가 걸린 것처럼 썼습니다. 원숭이요?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글을 쓸 때는, 그 시간이 전부입니다. 그 시간이 평생입니다. 그 시간만이 존재합니다. 다른 어떤 일도 글쓰기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마음의 울타리를 견고히 치고, '맹렬하면서도 부드럽게, 무자비하면서도 유연하게' 글을 써야 합니다.


말처럼 쉽지 않다고요?

미치겠다. 또 이런다. 제발 그놈의 쉽지 않다는 말 좀 그만하면 안 될까요?


생각도 습관이고 말도 습관입니다. 좋지 않다는 걸 알면 바꾸고 고칠 생각을 해야지요. 언제까지 원숭이한테 질질 끌려다닐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바쁘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돈 많고 시간 많고 머리 맑아서 글 쓰는 사람 한 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이지요. 종일 글만 쓰는 전업 작가는 글쓰기가 쉬울까요? 그들도 머리 뽀개지도록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갑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람마다 글 쓰는 스타일이 다르고 환경과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주말에 몰아서 쓰고, 어떤 사람은 매일 10분씩 쓰고, 또 어떤 사람은 틈날 때마다 씁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쓰는 자세입니다. 편리하고 쉽고 빠른 비법 따위는 없습니다. 오늘 글을 쓰면, 그게 전부입니다.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것 같지요? 물론, 예전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만큼 많지는 않다는 겁니다. '글쓰기 책쓰기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쓰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러니, 지금이 쓰기에 딱 좋은 시기입니다. 많은 이들이 망설이고 재고 따지고 불평하고 있을 때, 우리는 씁시다. 나의 글을, 나의 이야기를. 그래서, 세상과 타인에게 도움을 줍시다. 멋지지 않습니까!


30분 동안 글을 쓴다면, 30분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30분 동안 다른 모든 일에서 생각을 접는 것이죠. 무슨 큰 일이 생길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할 때도 있겠지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다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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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너무 빨리 끝내려는 조급한 마음은 갖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쓸 때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느긋하게, 천천히. 그래야 인생도 여유로와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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