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내 인생
거짓말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그 기간이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짓으로 살았던 순간 때문에 인생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지요. 감옥, 파산 등 실제로 벌어진 외적 사건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 전에 거짓으로 사는 것이 훨씬 힘겨웠습니다.
한 번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꾸며내는 것이지요. 상대가 완벽히 속아넘어가는 줄 착각합니다. 세상은 바보가 아닌데 말이죠. 다들 그냥 속는 척했던 겁니다. 제가 안쓰럽고 불쌍하니까, 믿는 척하고 시간을 더 주었을 뿐입니다. 바보처럼, 저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저는 일순간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재산은 물론이고,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잃었으며, 미래와 인생마저 뿌리뽑히고 말았습니다.
단 한 가지, 얻은 것도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자유'였습니다.
저의 첫 번째 책은《내가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그 책에는 제가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이란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사에 투고를 하려 했을 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저를 말렸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세상 어떤 사람이, 세상 어떤 아빠가, 세상 어떤 남편과 아들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겠습니까.
쓰지 않을 거라면 모르겠지만, 쓸 거라면 진실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 거짓으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숨기고 감추고 돌려막는 비겁한 인생.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을 출간했습니다. 다행히, 초대형 베스트셀러 따위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독자들은 저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독자들은 저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제 글을 읽은 독자들 중에는 삶에 대한 애착과 희망을 품은 이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 한 달쯤 되었을 때, 서울 어느 모임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무대에 선 것이죠. 글쓰기 정규수업을 진행하기도 훨씬 전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강연 무대에 섰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에는 호기심과 동정과 격려가 가득했지요. '멋진 작가'로서라기보다는 '초라한 막노동꾼'으로, 저는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첫 강연을 한 소감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네요. 유쾌! 상쾌! 통쾌! 라고 말이지요. 이미 책에다 모든 진실을 썼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아무것도 감출 이유도 숨길 필요도 없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모조리 쏟아부었지요. 실패와 좌절과 절망의 이야기는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강의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열광했고, 강연이 끝난 후 사인을 받기 위해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보고 듣는 것을 '익숙하다'고 표현합니다.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요. 그래서 글을 쓰자고 하면, '익숙하지 않은 특별한 것'을 찾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꽤 많은 양의 글을 써 보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지요. 글을 쓴다는 것은, '익숙한 것들을 특별한 눈으로 보는 과정'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떡볶이를 먹는 음식으로만 보면 글감이 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목숨을 끊으려는 마지막 순간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삶에 대한 집착으로 본 덕분에 훌륭한 글감이 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을 '기적'으로 본 특별한 눈 덕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고요.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인생을 살아가는 '도구'로 본 특별한 눈 덕분에 작가 자신까지 타이탄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내가 보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이 다른 사람 눈에는 특이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매일 그것을 보지만 다른 사람은 나의 일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보는 것을 태어나 처음 보는 것처럼 마주하는 습관을 가지면, 인생도 글도 흥미진진해집니다.
글을 쓸 때 필요한 것은 오직 진실입니다. 부끄럽고 아팠던 과거라도 진실을 써야 합니다. 평범하고 보잘 것 없이 여겨져도 진실을 써야 합니다. 오직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줍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리 감추고 숨기려 해도 이미 정해진 사실이지요.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나간 과거니까요. 일어난 일이니까요. 그걸 감추고 숨기고 묻어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시련과 고통이 일어난 이유는, 비슷한 시련과 고통을 겪는 사람 도와주라는 신의 의도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진실을 쓰는 것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 시선 따위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그놈의 '다른 사람' 때문에 내 소중한 인생 얼마나 뒷걸음질 쳤습니까.
잘 쓴다 못 쓴다에 얽매이면 하루 한 줄도 쓰기 힘듭니다. 오직 진실만을 있는 그대로 쓰면 하루 종일 쓸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충분히 훌륭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픔은 진짜입니다.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