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by 글장이


사업 실패하고 모든 것이 다 무너졌을 때, 얼마나 속상하고 서글프고 괴로웠는지 말도 못합니다. 가족은 이미 저 못지않게 눈앞이 캄캄한 상태였고, 친구들은 제가 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모두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힘든 상황에 빠지니까, 누구 한 사람이라도 붙잡고 자꾸 하소연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도 제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매일 술자리에 끼어들어 취한 상태로 제 이야기를 주절거렸죠.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동정 어린 시선으로 제 말을 들어주었는데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이은대 만나면 또 울고 짜고 신세 한탄이나 하면서 분위기 망칠 테니까, 아예 우리끼리 모르게 만나자."라면서 자기네들끼리만 어울렸습니다.


사람이 절망과 좌절에 빠졌는데,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대상이 없다는 게 얼마나 슬프고 아픈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결국 저는, 매일 혼자 술을 퍼마시면서 맨정신을 잃고 흥청망청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요.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해결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제 삶은 바닥까지 치달았습니다. 감옥이라니요. 끔찍했습니다. 그때 저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부모님과 처자식 있으니 어떻게든 먹고는 살아야 했습니다. 그 안에서 고민끝에, 글 쓰고 책 출간해서 작가가 되고 강연가가 되면 먹고 살 만큼 돈벌이는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얀 종이는 제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귀를 기울여주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에 토달지 않았고, 잔소리도 하지 않았으며, 반론을 제기하지도 않았습니다. 경청도 그런 경청이 없었지요. 저는 글을 쓰면서, 백지 앞에서 제 이야기를 모조리 털어놓으면서, 짐승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사람이 고난을 겪으면, 그 때야말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낼 때, 참말로 주변 사람들한테 잘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게 첫 번째 배움이고요.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속마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겉으로는 다들 멀쩡한 것 같아도, 속을 까 보면 하나같이 상처와 아픔 품고 살아갑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제대로 잘 사는 비결입니다.


차마 다른 사람한테 말하기 힘든 그런 사정도 있을 수 있겠지요. 아니, 그런 사정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글을 써 보라고 권합니다.


글을 쓴다 하여, 당장 문제가 해결되거나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기만 해도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어떤 문제든, 일단 마음이 가벼워야 해결 가능성도 커지는 법입니다.


억지로 묻어놓고, 외면하고, 모른 척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많은데요.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그냥 모른 척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 하나도 없습니다.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유해야 합니다. 몸 다친 것보다 마음 다친 것이 훨씬 위험합니다.


상처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나 마음에 상처를 입고, 절망과 좌절 느끼고, 속상하고 괴로운 심정 안은 채 살아갑니다. 적어도 지금껏 제가 만난 사람 중에는 예외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나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그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실제로 그런 친구를 가진 사람도 있을 테지요. 부럽습니다. 저는 못됐게 살아가지고 그런 친구를 갖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글쓰기를 만나 '백지'라는 친구를 갖게 되었는데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그리고 암 환자. 말도 다 하지 못할 만큼의 처절했던 인생 이야기를, 저는 '백지'라는 친구한테 모조리 다 쏟아부었습니다. 눈물과 함께요. 그러고나서, 저는, 두 번째 인생을 만날 수 있었지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두 달 글 쓰고 나서 무슨 치유의 글쓰기가 어쩌니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아, 제발 그런 허세 좀 그만 부렸으면 좋겠습니다. 책 한두 권 쓰고 나서 무슨 세상 유명한 작가 행세하는 모습도 참 보기 민망합니다.


충분히 오랜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털어놓으면서, '나'라는 존재에 관해 '백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죠. 아무런 조언이나 충고도 하지 않는데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글을 써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나를 위해 털어놓은 나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어 다른 사람들 인생에 닿습니다. 독자들은 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힘이 되었다는 독자의 한 마디를 들으면, 나는 이제 내 삶을 사랑하게 됩니다.

스크린샷 2025-11-07 200547.png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글을 쓸 때마다 합니다. 세상이 나를 외면했던 순간에, 가족마저 나를 포기했던 그 시절에, 오직 하얀 종이만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요약 독서법 강사 자격 과정 : 제 2기 모집 - 11/22(토), 11/23(일) 각 4시간씩!

- 신청서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063109987


KakaoTalk_20250108_153504199.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