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막힘을 1분만에 뚫는 특급 처방전
백지의 공포를 극복하다
빈 화면 마주하고 앉아 첫 줄부터 막막함 느낄 때, 참 머리 아픕니다. '백지의 공포'에 대해서 익히 들어 알고 있음에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글쓰기 시작하기가 여전히 어렵고 힘듭니다.
글쓰기 막힘, 첫 줄 시작의 막막함은 모든 작가의 적입니다. 글을 빼어나게 잘쓰는 작가보다는 다작하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0년 하고도 6개월이 넘도록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1분만에 바로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방법으로 위대한 문장을 쓰기는 힘들겠지만,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일은 없앨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처방전은 "엉터리 문장으로 시작하기"입니다. 시작이 힘들 때마다 이런 식으로 한 번 써 보세요.
오늘 날씨가 좋다. 아니다, 별로다. 그저 그렇다.
글 쓰기가 싫다. 힘들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써야 한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쓴다.
별 의미도 없고, 맥락도 없습니다. 엉터리 문장들이죠. 그러나, 일단 이렇게라도 쓰고 나면, 다음 문장이 흘러나옵니다. 스티븐 킹은 "쓰레기를 쓸 권리를 자신에게 주라"라고 했습니다.
완벽한 첫 문장은 없습니다.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언어 중추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쓰기만 하면 뇌가 깨어난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처방전은 "한 단어 반복하기"입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는, 한 단어만 계속 쓰는 겁니다.
커피, 커피, 커피, 커피.... 커피를 마시고 싶다.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아니면, 라떼가 좋을까.
글쓰기, 글쓰기, 글쓰기, 글쓰기.... 아, 진짜 돌아버리겠다. 왜 이리 어렵고 힘든 건지.
한 단어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문장이 떠오릅니다. 헤밍웨이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습니다. "하나의 진실한 문장을 쓰라. 그러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온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점화 효과'라고 합니다. 한 단어가 관련된 다른 단어 혹은 문장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처방전은 "5W1H 질문하기"입니다. 흔히, 육하원칙이라 하지요. 주제에 관해 육하원칙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방법입니다.
아침 식사에 대해 글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누가? - 내가
언제? - 오늘 아침 7시에
어디서? - 부엌에서
무엇을? - 토스트를
왜? - 배가 고파서
어떻게? - 구워서 먹었다
이제, 이 여섯 가지 내용을 붙여 문장을 만들면 됩니다. "오늘 아침 7시, 부엌에서 급하게 토스트를 구워 먹었다."
조앤 롤링도 해리포터를 쓸 때, 인물과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정보를 체계화하는 데 탁월합니다.
네 번째 처방전은 "말하듯이 쓰기"입니다.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는 매일 수도 없이 씁니다. 글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편하게, 일단 쓰는 겁니다.
야, 오늘 진짜 웃긴 일 있었어.
있잖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말하는 대로 쓰면 막힘이 사라집니다. 하루키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라"라고 조언합니다. 구어체로 쓸 때 글쓰기 속도가 2배 빨라진다 하지요. 생각이 자연스럽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다섯 번째 처방전은 "타이머 1분 정하기"입니다. 스마트폰 타이머를 1분으로 맞추고, 시작 버튼을 누른 후, 무조건 쓰는 겁니다. 규칙은 하나뿐입니다. 손가락을 멈추지 않는 것이죠.
오타 수정 금지!
지우기 금지!
생각하기 금지!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일단 시작한 일은 끝내고 싶어하는 심리입니다. 1분이라는 시간 동안 일단 시작만 해두면, 이후로 계속 문장을 완성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첫 줄부터 막막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틀어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결국 '완벽주의' 탓입니다. 멋진 문장 쓰고 싶고, 논리적으로 쓰고 싶고, 남들로부터 인정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이런 생각이 글쓰기를 막습니다. 기대를 낮춰야 합니다. 쓰레기를 써도 됩니다. 우리에겐 12척의 퇴고가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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