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사입니다
7년째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책쓰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스토리텔링과 독서법, 그리고 서평 쓰기와 동기부여에 관한 강의도 합니다. 많은 분들과 함께 대화를 나눴고, 나름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제 강의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단 한 번의 강의만 듣고 등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제 강의는 호불호가 명확히 구분되는 편입니다. 다른 모든 수강을 접고 오직 제 강의만 듣겠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거칠고 투박한 강의 방식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이자 선택이기 때문에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제게 열광하는 수강생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드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사로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자칫하면 자신이 강의하는 내용에 대해 무조건적인 확신을 갖는 편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강사가 하는 말 한 마디가 수강생에게 지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강사 자신이 확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수강생 개인한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세상에 100퍼센트 단언할 수 있는 진리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데, 이 문제는 또 다른 아이러니를 갖습니다. 강의를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강의하는 내용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강의를 할 수 없게 되겠지요. 무대에 서서 청중에게 뭔가 전달을 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강의 자체의 존립이 불가해질 것입니다.
지나치게 확신을 가져서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확신을 갖지 않으면 강의를 할 수가 없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강사는 자신이 하는 이야기가 청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단 십 분짜리 강의를 하더라도, 대충 준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이것이 옳은 이야기인가, 반론의 여지는 없는가, 청중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확실한가, 스스로에게 끝도 없이 질문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둘째, 공부해야 합니다. 네, 맞습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강사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한 달 동안 몇 번의 강의를 하고 얼마의 수강료를 벌었는가 계산하기보다는 얼마만큼 공부했는가 체크해야 합니다. 충분한 공부란 없지요. 매일 해야 하고, 끝도 없이 계속해야 하고, 또 해야 합니다. 한 번 만들어놓은 강의 자료를 가지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사람은 강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셋째, 저는 오늘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있는 그대로입니다. 꾸미거나 과장하거나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 만들지 말고,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강사지요.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참으로 무서운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 더 낫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가식과 위선으로 강의하게 됩니다.
강의(講義)라는 말을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찾아 보면,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가르침'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만약, 강의 중에 인생에 관한 내용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결국 인생을 설명하고 가르친다는 의미가 되지요. 진실이 아니라면, 진실이 아닌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면, 진실이 아닌 내용으로 설명하고 가르친다면, 그것은 죄악입니다.
강사를 다시 정의합니다. 강사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강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와 기백과 뚝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청중으로부터 인기를 끌기 위해 강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부하고 연구하며 삶을 설명하고 가르치는 데 시간과 정열을 쏟아야 하는데, 수강생 모으는 데 급급하지요. 강사는 없고 마케터만 넘쳐나는 듯합니다.
이쯤 되면 또 반문이 있을 테지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 라는 질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가 현실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목을 매는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청중을 향해 "강의"를 한다는 뜻이지요. 저도 강사로 살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강사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간섭할 자격은 없습니다. 다만,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어떤 강사가 되어야 마땅한가. 어떻게 강의해야 하는가. 청중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그냥 넘기지 말고 매 순간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한다면, 적어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강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타인의 칭찬과 인정에 목마른 강사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지적과 험담에 휘둘리는 강사는 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고 공부하는 강사는 그 기준이 철학에 있고 올바른 삶에 있습니다. 당장은 수강생이 적을 수도 있고, 평판이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과 입과 귀는 결국 진실을 찾게 되지요.
저는 누구에게나 작가가 되고 강사라 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이 쉽다는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 공부하고, 매 순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끝없는 사막을 걷는 일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분명한 것은, 나의 강의를 통해 누군가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실이지요.
혼란스럽고 번잡한 세상입니다.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듯이, 마음이 힘들면 철학자를 찾는다 했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필요해서 강사를 찾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요. 저는 우리 강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 이래 가장 살기 편한 세상이면서 동시에 유례없이 우울증 환자가 많은 세상이기도 합니다. 큰 세상은 멀쩡히 돌아가는 것 같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은 참 힘들고 어렵습니다.
믿을 만한 강사가 됩시다. 진실한 강사가 됩시다. 우리가 버텨야 그들이 우리에게 기댈 수 있습니다. 나는 강사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