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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당당하게 사는 법

경험을 사기로 했다

by 글장이


한이 맺힌 적이 있어서, 노트북과 키보드에 진심입니다. 양반다리로 앉아서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글을 썼지요. 피가 거꾸로 쏠립니다. 십 분만 글을 써도 머리가 핑 돕니다. 하루이틀이야 견딜 수 있겠지만, 매일 그런 자세로 글을 쓰려니 결국 혈압에도 문제가 생기고 말았지요.


컴퓨터나 노트북이 없으니 노트에 손으로 글을 적어야 했습니다. 질도 좋지 않은 종이에 형편없는 볼펜으로 꾹꾹 눌러 글을 쓰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한참 동안 엎드려 글을 썼는데도, 분량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제가 가장 바랐던 것은 밥상과 노트북이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앉아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들기며 글을 쓰는 상상을 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았지요.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작은 밥상 하나를 펴고 그 위에 구닥다리 노트북을 놓고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밥상은 좁고 작았고, 노트북은 십 년도 더 된 묵직한 골동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얼마나 신이 났던지, 매일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겼지요. 저는 그 밥상에서, 컴퓨터 못지않은 크기의 노트북으로, 세 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 후로 형편이 좀 나아지자 가장 먼저 최신형 노트북을 구입했습니다. 좁은 집안에 번듯한 책상 놓을 만한 상황이 되지 못했으니 밥상 위에서 글 쓰는 것은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노트북 만큼은 최고로 좋은 것을 쓰고 싶었지요.


노트북도 사고, 키보드도 샀습니다. 최신 노트북을 산 후에 맥북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맥북도 샀습니다. 적축 키보드를 샀는데도 청축 키보드를 또 샀습니다. 그리고 또 노트북을 사고, 키보드를 샀습니다.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트북과 키보드에 맺힌 한이 여간해서는 풀리지 않더군요. 마치 중독된 사람처럼 노트북과 키보드에 집착했습니다.


행복했을까요? 물론입니다. 노트북과 키보드를 구입한 바로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이 밝으면 그 행복은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좋은 노트북과 키보드를 사도, 그것에 대한 만족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금새 또 다른 노트북과 키보드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 저를 발견했지요. 이제는 멈춰야 했습니다.


자기계발서에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를 삶으로 배우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돈은, 물질은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게다가, 혹시라도 수강생들이 내가 이렇게 노트북과 키보드를 사재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 싶어서 자꾸만 감추게 되었습니다. 당당할 수 없었단 얘기죠.


비싼 돈을 주고 최신 노트북과 수입 키보드를 구입했지만, 저는 행복하지 않았고 당당하지 못했습니다. 돈과 물질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돈과 물질은 사람을 당당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강의할 때, 제가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과거 경험"을 얘기할 때 가장 우렁찹니다. 감옥에서,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형편없는 노트와 펜으로, 꾹꾹 눌러가며 글을 썼다는 얘기를 할 때는 마치 제가 무슨 영웅이라도 된 듯 신이 나서 큰 소리로 말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썼다는 저의 "경험"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죠. 아울러, 저의 그런 "경험"이야말로 글을 쓰려는 많은 이들에게 자극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과 물질은 저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했고 당당하게 만들지도 못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글을 쓴 "경험"은 저를 지극히 행복하고 당당하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행복하고 당당한 인생!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째, 배움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상황과 조건과 환경이 썩 좋지 않을 때 배워야 합니다. 사람들은 배우기 위해 많은 것이 갖춰져야 한다고 믿는 성향이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배우기 시작하면 모든 상황과 조건과 환경이 '배울 수 있도록' 갖춰집니다.


뭔가를 배운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고 당당하게 만들어줍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무대에 서서 청중을 향해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칩시다. 뭔가 배웠더니 참 좋더라! 이런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행복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지요. 노트북 새로 사고 키보드 새로 샀다는 이야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무조건 배워야 합니다. 뒷걸음질치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기꺼이 배움에 투자해야 합니다.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합니다. 배우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노트북과 키보드를 사는 데 들인 돈은 모두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글쓰기를 배우고 인생을 배우고 책을 사서 읽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과 씽크와이즈를 배우고 파워포인트와 엑셀과 아래한글을 배운 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제 인생에 남을 것입니다.


둘째, 여행이 필요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행 다니는 눈'이 필요합니다. 주변에 여행 다니는 사람 많습니다. 그들의 눈은 늘 빛나고, 자신만만하고, 당차고, 행복해 보입니다.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은 행복하고 당당할 수밖에 없을 테지요.


여행도 배움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춰졌을 때 떠나려고 하면 평생 어디에도 가지 못합니다. 실제로 모든 조건이 갖춰지는 그런 때는 오지도 않고요. 그저 떠나는 것이죠. 일단 떠나서, 모든 불편과 아쉬움을 감당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멀리 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상의 모든 순간을 여행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집앞 편의점에 다녀오는 짧은 길에서도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만날 수 있고요. 마트나 재래시장에 들러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충분히 훌륭한 여행이겠지요. 여행은 다른 곳을 가는 게 아니라, 다른 눈으로 보는 거라고 했습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면 일상은 풍요로와질 테고, 풍요로운 인생은 사람을 행복하고 당당하게 만들어줍니다.


셋째, 경험이 필요합니다!


배움도 경험이고 여행도 경험입니다. 경험은 최고의 재산입니다. 만약 제게 어떤 경험도 없었다면, 저는 한 줄도 쓰지 못했을 겁니다. 앞으로 저는, 노트북과 키보드를 살 돈으로 경험을 사려 합니다.


물건으로 산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하지만, 경험으로 빚어진 행복은 영원합니다. 아빠가 아이들한테 장난감을 사주면 하루 또는 길어야 일주일 행복하지만, 함께 몸을 부대끼며 물놀이를 해주면 그 추억은 평생 가슴 속에 남습니다.


기업도 사람들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합니다. 지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자유라는 경험을 팔지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안락하고 편안한 대화와 휴식을 팝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통해 글 쓰는 경험을 판매하려 합니다. 책 읽는 경험을 전하려 합니다. 가슴에 찡한 뭔가가 박히는 경험을 주려고 합니다.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충만함을, 그 모든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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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당당한 인생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억만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면 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모든 것을 가진들 당당하게 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인생이라 할 수 없겠지요.


불행했습니다. 당당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글 쓰는 삶을 만난 모양입니다. 지금은 어떠냐고요? 말해 무엇합니까. 이 글을 쓰는 내내 행복하고 당당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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