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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점수는요

평가하고 분석하고 점수를 매기는

by 글장이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낯선 사람이 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봤는데, 역시나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 별 정신나간 사람 다 보겠네. 신경을 끄기로 합니다.


잠시 후, 그가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코는 5점입니다. 당신의 눈은 3점이고, 볼은 6점쯤 되겠네요. 이마는 4점이고 귀는 5점이고 입술은 6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누군가 이렇게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본 후 하나하나 점수를 매긴다고 상상해 봅시다. 기분이 어떨까요? 저는 지금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소름이 돋습니다. 짜증나는 일이죠. 가만히 참고 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뭔데 저를 놓고 점수를 매기고 있는 걸까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겁니다.


각종 시험이나 면접 등을 제외하고는 타인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나'라는 존재는 나름의 특성이 있고, 강점과 단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죠. 타인은 나를 평가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 사람 혼자서야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할 바 아닙니다. 그러나 나를 향해 점수를 매기는 행위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행위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다른 사람이 여러분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아마 대부분 기분이 나쁠 겁니다. 불쾌하지요.


평가를 하고 점수를 매기는 행위는 그럴 필요가 있을 때에만 당위성을 가집니다. 아무 때나 이유없이 평가하고 분석하고 점수 매기는 행위는 삼가해야 마땅합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를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평가 받는다는 자체가 불쾌한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는 글을 못 쓴다"고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못 쓴 글이라도 한 번 봅시다"라며 한 번 더 권합니다. 제가 "못 쓴 글이라도 한 번 더 보자"고 했을 때, 못 쓴 글을 내미는 사람 아직 한 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쓰지 않았으니 있을 리 없지요. 글을 쓰지도 않았으면서 자신은 글을 못 쓴다고 "평가"한 겁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나는 왜 이리 집중을 하지 못할까, 나는 왜 오래 앉아 독서하지 못할까, 나는 왜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내성적일까, 나는 왜 이리 자신감이 없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소극적일까...... 이 모든 것이 스스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것은 불쾌하게 느끼면서, 왜 자기 스스로는 자꾸만 평가를 하는 것일까요.


평가도 습관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지금 평가를 할 때가 아니란 사실이지요. 글을 잘 쓰고 못 쓰고 평가할 만큼 많이 써 보지도 않았습니다. 점수를 매길 만큼 노력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노력이 뭡니까? 해 보고 안 되면 또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또 해 보고, 또 하고, 또 하고, 다시 하고! 이런 게 노력 아닐까요? 만약 이 만큼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평가하거나 점수를 매기기보다 노력 그 자체에 만족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미 충분히 성장했을 테니까요.


저는 세상으로부터 인생 평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점수는 빵점이었죠. 그래서 감옥에 갔습니다. 모든 걸 잃었고요. 기분이 어땠을까요? 오죽하면 자살 시도를 스무 번이나 했겠습니까. 다시는 그런 평가 받고 싶지 않습니다. 아예 평가 자체를 받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제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누구도 나를 평가하도록 그냥 두지 않겠다. 앞으로 절대 나와 내 인생을 시험에 들도록 하지 않겠다. 그렇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신이 만든 존재인데 그걸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채점합니까.


그냥 하는 겁니다. 잘 하고 못 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계속 하다 보면 잘 하게 되고, 잘 하면 더 하게 됩니다. 짧아도 너무 짧은 시간 동안만 노력합니다. 노력도 너무 얕은 노력만 합니다. 죽기살기로 해야지요. 대충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야 본인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지만, 더 나은 인생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승부 한 번 걸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간다고 하지요. 제일 먼저 저승사자를 만난다고 합니다. 심판대에 서는 거지요. 천국에 갈 것인가. 지옥에 갈 것인가. 좋은 일 많이 한 사람은 천국에 갈 것이고, 나쁜 짓 많이 한 사람은 지옥에 갈 겁니다. 신도 우리가 죽어야 심판합니다. 일단은 끝까지 지켜봅니다. 마지막까지! 끝까지! 경기가 모두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평가를 하는 것이지요.


인간인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자신을 평가합니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 지긋지긋하지 않았습니까? 인생을 시험으로 만들 이유, 전혀 없습니다.


오늘 무엇을 했는가? 어떤 점이 아쉬운가? 어떤 점이 좋았는가? 그래서 오늘은 내게, 내 인생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 하루인가?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하루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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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7년 동안 전국 수많은 사람 만나 함께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막히게 잘 쓰는 사람 본 적 없습니다. 이것도 글인가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도 만난 적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비슷한 수준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연습해서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뿐이지요.


평가하지 말고 그냥 쓰십시오. 평가는, 나중에 독자들이 대신 해줄 겁니다. 정성을 다해 쓰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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