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면 스토리가 보인다
출근길에 무엇을 보았는지, 주말 동안 어디에서 어떤 풍경과 장면을 보고 들었는지, 지난 주에는 어떤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우리는 일상에서 늘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면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저 스쳐지나는 정도에 불과한 탓에 기억나는 게 별로 없지요.
보기만 하고 관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찰하지 않으니 쓸 것도 없지요. '스쳐 지나지' 않고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면, 모든 일상이 글감이 됩니다. 지하철 손잡이 하나도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입니다. 마음을 담아서 보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 말고 그 뒤에 감춰진 스토리까지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글감이 있다라는 생각으로 보아야만 글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멈춤'입니다. 일단 멈춰야만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벤치를 바라봅니다. 페인트가 벗겨진 곳도 있을 테고, 누군가의 낙서가 있을 수도 있고, 나무인지 철제인지, 혹시 앉은 자국이 유도 진한 곳이 있는지.
이렇게 유심히 살피는 습관 가지면, 버스 정류장 벤치 하나도 이야기가 됩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 사람이 있나 보다. 이 낙서를 한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의식적으로 관찰할 때 뇌의 해마 부분이 활성화된다 합니다. 기억력이 3배 이상 향상된다고도 하고요. 그냥 스쳐지나며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관찰할 때는, 눈으로만 보지 말고 오감을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우리가 가진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야 겉모습 너머 스토리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눈: 테이블 위 물방울, 창문에 비친 사람들
귀: 커피 머신 소리,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
코: 갓 간 원두 향, 빵 굽는 냄새
촉감: 차가운 컵의 온도, 의자의 푹신함
맛: 커피의 쓴맛, 설탕의 단맛
이런 식으로 관찰하면, "카페에 다녀왔다"가 아니라 "생생한 장면"이 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할 때 바람의 방향, 온도, 습도 등을 모두 기록한다 하지요. 그래서 그의 글이 생생한 모양입니다. 감각 정보가 많을수록 글이 풍성해집니다. 독자도 그 경험을 함께 하게 될 테고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작은 것에 포착하는 힘도 필요합니다. 디테일이죠. 전체도 봐야 하지만, 부분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산도 볼 수 있어야 하지만, 나무도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을 관찰할 때를 예로 들어 봅니다.
전체 모습(X) --> 구겨진 셔츠 소매(O)
예쁜 얼굴(X) --> 긴 머리를 넘길 때 드러나는 목선(O)
비싼 가방(X) --> 가방 손잡이 아래 명품 마크(O)
디테일이 진짜입니다. 구체적일수록 신뢰가 갑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 스콧 피츠제럴드는 "천재는 디테일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소설이 명작인 이유는 디테일 때문이지요. 독자들은 구체적 묘사가 있는 글을 더 신뢰한다고 합니다. 디테일은 진정성의 증거입니다.
그냥 관찰하는 것보다 비교하며 관찰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하나만 보면 특별함을 느끼기 힘듭니다. 비교하면 보입니다. 비교하면 특색이 드러납니다. 아침과 저녁의 거리, 월요일과 금요일의 사무실을 비교해 보면 이렇습니다.
아침 : 빠른 걸음, 커피 들고, 무표정
저녁 : 느린 걸음, 맥주캔 들고, 웃음소리
월요일 : 조용함, 한숨소리, 커피 많이 마심
금요일 : 웃음소리, 간식 나눔, 퇴근 재촉
비교하면 각각의 특색이 선명해집니다. 헤밍웨이는, "좋은 작가는 차이를 본다"라고 했습니다. 같은 것에서 다름을, 다른 것에서 같음을 발견하는 것이 관찰입니다.
관찰할 때는 질문도 겸해야 합니다. 보이는 것에 대고 "왜?"라고 묻는 것이죠. "어떻게?", "언제?" 등 육하원칙에 따른 질문을 하면서 관찰하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스토리가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 벤치만 페인트가 벗겨졌을까?
왜 저 사람은 항상 같은 옷만 입을까?
왜 이 길은 항상 젖어 있을까?
질문하면 이야기가 생깁니다. 상상력이 발동하지요. 세계적인 거장들은 글을 잘 쓴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질문하는 습관"입니다. 호기심이 관찰을 깊게 만듭니다. 표면이 아닌 이면을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찰한 것을 즉시 기록하는 습관입니다. 머리를 과신하면 모조리 잊어버립니다. 손과 펜과 노트를 믿으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메모 습관이야말로 작가가 갖춰야 할 핵심 도구입니다.
9시 15분, 지하철, 졸면서도 핸드폰 놓지 않는 사람
비 온 뒤 아스팔트, 특유의 냄새
편의점, 알바생, 지친 미소
나중에 이 메모를 펼쳐 보면, 그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간단한 메모 한 줄이 한 편의 글이 되지요. 김영하 작가는, "수첩 없이 다니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기록이야말로 작가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습관입니다.
관찰을 시작하면 일상이 달라집니다. 매일 지나던 길이 새롭게 보입니다. 무심히 스친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보입니다.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소재가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이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추상적이던 글이 구체적이 되고요. 밋밋하던 문장이 생생해집니다. 뻔한 표현이 독창적으로 바뀝니다.
관찰하지 않으면, "오늘은 평범한 하루였다" 혹은 "별일 없었다", "그냥 그랬다", 이런 글만 쓰게 됩니다. 독자는 지루해합니다. 작가도 지루할 테지요. 관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작가의 첫 번째 도구입니다.
컴퓨터 키보드에서 제일 많이 닳은 키는 무엇인가요? 창밖에 보이는 나무는 어제와 어떻게 다른가요? 옆 사람의 숨소리는 어떤 리듬인가요?
스마트폰 잠시 넣어두고, 대신 주변을 관찰해 봅니다. 한 가지만 자세히 보고 기록하는 거지요. 그것으로 스토리가 있는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평범한 일상도 관찰하면 특별해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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