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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인생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

by 글장이


젊었을 때는 친구가 좋았습니다. 의리와 우정. 평생 갈 줄 알았지요. 학교 졸업하고 각자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 연락은 서서히 뜸해졌습니다. 어쩌다 한 번 통화할 때마다, "언제 한 번 보자"라는 기약 없는 약속만 할 뿐이었죠.


회사에서 만난 인연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상사와 부학직원, 동료로 만나 호형호제 하면서 정을 돈독히 쌓았습니다. 집안에 경조사 있으면 아무리 먼길이라도 냉큼 달려갔고, 서로 축하와 위로 주고 받았었지요.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 많은 관계는 저절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해관계 떠나서 서로를 위해주던 나머지 관계는, 제가 사업 실패하고 무너지면서 모두 떠나갔습니다. 빚만 산더미처럼 쌓인 저 같은 실패자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 없었을 겁니다. 저를 피하는 그들을, 저도 굳이 상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큰 실패를 겪은 후,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요. 인생 전반전에 겪었던 인간관계 실패 경험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적정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형이나 아우 같은 편안한 호칭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사적인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습니다. 업무적인 이야기 외 사사로운 통화나 카톡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조사는 웬만하면 다 챙기고 있습니다.


억지로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런 관계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사람 관계가 부질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관계 유지를 위한 관계를 피하고자 할 뿐입니다.


저는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알게 모르게 제가 스트레스 준 사람도 많을 테지요. 시간과 에너지 쏟아가며 돈독한 정을 쌓았던 이들이 한 순간에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집니다. 책 읽고 글 쓰고 사색합니다. 여러 사람 둘러앉아 왁자지껄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차분하게 혼자 앉아 책 읽고 글 쓰면서 이런 저런 인생에 대한 생각을 즐기는 편이 훨씬 평온합니다.


무엇이 더 낫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혼자 있을 줄도 알고, 사람들과 어울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변을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을 통 견디지 못하는 사람 많고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어야 유연하게 자기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건 절대 안 되고, 저건 절대 해야만 하고. 이렇게 단정적으로 살면 외면하고 회피하게 됩니다.


억지로 내 사람 만들려다가 상처만 잔뜩 받았습니다. 굳이 그런 상처까지 받으며 억지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고,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고, 나아가 즐길 수 있게 되니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제 쪽에서 어떤 바람이나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이 잘 아니까, 저를 훨씬 편하게 대해주었던 것이지요.


무슨 일이든 억지로 해서 되지 않습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으면 다가오고, 싫으면 떠나가고, 다시 기억나면 돌아옵니다. 오는 사람을 굳이 막을 이유도 없고, 가는 사람을 붙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혼자가 되면 혼자를 즐기고, 함께 있을 땐 또 함께를 즐기면 됩니다.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사람들 특징은, 칭찬과 인정을 갈구한다는 점이지요.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과하면 욕심과 집착과 질투와 시샘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군가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그 자체로 흐뭇한 일이고요.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비하하면 그냥 무시하면 될 일입니다. 지금껏 험담이나 비방도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이 제 삶에 영향을 미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고요. 학자 이덕무는 "나는 나를 친구로 삼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오직 한 사람만의 친구로도 충분하다"라고 했습니다.


나이 먹을수록 복잡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와 내 인생에 집중하고, 쓸데없는 감정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 줄여야겠지요.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사람에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입니다. 그런 소중한 나를 희생해가면서까지 풀어내야 할 인간관계는 없다고 봅니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 인생에는 관심 많이 가지면서, 정작 소중한 나 자신에게는 별 관심 없는 사람 많지요.


이제, '나'를 돌보아야 할 때입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르나 지치고 힘든 나, 타인과의 관계에 연연하느라 뒤로 밀쳐두었던 나,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견디고 버티며 이런 게 인생이다 애써 외면했던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위로해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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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최대 방해꾼은 스마트폰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장 좋은 친구는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밖으로 뻗어나가는 관심을 잠시 접고, 내 안으로 침잠하는 시간 꼭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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