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란 소리에 더 화가 난다
자기 감정을 읽어주고 안아주는 시간
최근에 가족 갈등이 좀 있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 그런 감정이 쌓이고 모여 화가 났었지요.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주변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힘들어 죽겠다고 말이죠.
니가 참아. 그래도 부모님인데 어쩌겠어.
부모한테 잘해야 나중에 후회 않을 수 있어.
부모님도 다 생각이 있을 거야.
그래도 부모 마음은 자식밖에 없어.
저는 세상에 이토록 '효자, 효녀'들이 많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마치 저 혼자만 아주 못된 불효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렇구나. 내가 잘못한 거구나.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한테는 서운함이나 섭섭함을 느껴서는 안 되는 거구나. 이씨.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 지인으로부터 강아지 한 마리를 받아 키우게 됐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반려견과 함께 살게 된 거지요. 얼마나 귀여웠는지 말도 못합니다. 식구 중에 제가 그 녀석을 가장 아끼고 예뻐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강아지를 키운 지 5년째 되던 해에 녀석을 잃어버렸습니다. 목줄 풀어놔도 항상 집밖에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었는데요. 그날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그 길로 영영 이별을 하게 되었지요.
슬펐습니다.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동네 돌면서 개만 잡아가는 개장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당장 쫓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요. 그때 제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만 잊어라"였습니다.
화가 날 땐, 그냥 화를 좀 내는 편이 낫습니다. 슬프고 괴로울 땐, 그냥 좀 슬프고 괴롭게 지내는 게 좋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화도 내고 슬프고 괴롭게 지내고, 그런 다음 마음을 추스려야 합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감정을 자꾸만 참고 억지로 이겨내려고만 하면, 그게 다 속병이 되고 맙니다. 자기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화풀이, 속풀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허나, 자기 감정이 가는 대로 혼자서 감정을 토해내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화가 나는데도 억지로 참기만 하면, 나중에 다른 일로 화가 났을 때 쌓이고 모인 화가 폭발하게 됩니다. 슬프고 괴로운 감정을 계속 참기만 하면, 결국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고 말지요.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 뒷산에 올라 소리를 지른다든가, 동네 한 바퀴 뛰면서 땀을 좀 흘리든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몸을 흔든다든다, 차 한 잔 마시면서 고요한 시간을 갖는다든가, 종이에 자기 감정을 마구 적어 본다든가....
뭐가 됐든, 감정이 일어났을 때는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시간 꼭 가져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감정 읽기'라고 표현합니다. 감정이 가장 빨리 잔잔해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그 감정의 실체를 제대로 읽어주는 겁니다.
뭔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성격이 거친 사람들의 특징은, 살아오면서 자기 감정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했다는 점이지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참아야 하느니라!"라고만 했을 겁니다. 아니면, 어떤 강압적인 상황 때문에 차마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감정을 계속 누르고만 살아온 사람은 결국 성격에 문제가 생기고 맙니다. 격한 감정이 생길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자기 감정을 읽어주고, 자신을 안아줄 필요가 있다는 거지요.
화가 날 땐 화도 좀 내고, 슬플 땐 좀 슬퍼하고, 괴로울 땐 괴로워하고. 이게 사람답게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타인에게 감정 전염으로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고 안아주는 행위는 꼭 필요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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