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글감으로 전환하는 3단계 과정

삶의 모든 순간이 글이 되는

Dec 24. 2025

단순히 겪은 일을 나열한다고 해서 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기록일 뿐이지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감'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원석을 깎아 보석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정교한 공정이 필요합니다.

개인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경험'입니다. 만약, 초보 작가가 경험을 글감으로 치환하는 방법과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다면, 글쓰기 고민의 8할은 사라질 거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매일 보고 듣고 체험하며 살아갑니다. 자주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는 탓에, 그 모든 경험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평생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을 살지 않습니다. 경험은 비슷할지언정, 감정은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경험을 글감으로 전환하는 3단계 과정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합니다. 예비 작가, 초보 작가들에게 도움 되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단계는 '사건의 객관화와 나열'입니다. 글쓰기 재료가 되는 경험을 마치 타인의 일을 관찰하듯 차갑게 나열해 보는 과정이지요.

자신의 경험을 다룰 때 감정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너무 슬펐거나 너무 기뻤던 나머지, 정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놓치곤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육하원칙에 따라 당시의 상황을 드라이하게 적어 내려가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었으며, 어떤 일이 발생했고, 나는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죠. 이때 중요한 것은 '나의 주관적 감정'을 잠시 배제하고 오직 '팩트'에 집중하는 태도입니다. 경험이라는 덩어리에서 불필요한 감정의 거품을 걷어내고 순수한 사건의 뼈대만을 추출하는 작업, 이것이 바로 글감 전환의 기초 공사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감정의 복기와 의미의 발견'입니다. 1단계에서 추출한 사건의 뼈대 위에 이제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덧입히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그때 기분이 좋았다"라고 적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나의 내면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당시 느꼈던 미세한 감정의 떨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던 생각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사건을 다시 복기했을 때 느껴지는 새로운 깨달음을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왜 이 경험이 나에게 특별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합니다. 수많은 일상 중 굳이 이 사건이 기억에 남은 이유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가 바로 글의 '주제'가 됩니다. 나만의 특수한 경험에서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끌어내는 이 2단계가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독자와의 연결고리 설계'입니다. 아무리 소중한 경험과 깊은 깨달음이라도 그것이 작가 개인의 만족에만 머문다면 독자에게 외면받기 쉽습니다.

내가 겪은 이 경험이 독자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나의 이 아픔이 독자에게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이 사소한 성공 경험이 독자에게 어떤 실천적 팁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글의 방향을 독자 쪽으로 틀어주는 과정입니다.

나의 경험을 독자의 이익으로 치환하는 과정이지요. 이 단계에서 비로소 작가 개인의 사적인 일기가 공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격상됩니다. 독자가 글을 읽고 나서 "이건 바로 내 이야기야" 혹은 "나도 이렇게 해봐야지"라고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을 글 곳곳에 배치하는 것이 3단계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