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야말로 작가에게 무한한 자원의 보고
작가로 살다 보면 내 안의 자원만으로는 갈증을 느낄 때가 찾아옵니다. 매일 내 안의 에너지만 뽑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의 깊이가 얕아지거나 소재가 고갈되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외부 수혈원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거장들의 문장과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이 담긴 책은 작가에게 가장 훌륭한 스승이자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의 보고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글쓰기 실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읽는 행위는 소비에 가깝지만, 쓰는 행위는 생산이기 때문입니다. 소비를 생산으로 연결해주는 핵심적인 징검다리가 바로 '독서 메모'입니다.
독서 메모를 글쓰기 아이디어로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책을 읽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보통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책을 읽지만, 작가는 '글감을 훔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습관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습니다. 읽다가 내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통찰, 혹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작가의 주장과 마주칠 때마다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기는 거지요.
밑줄을 긋고 페이지 귀퉁이를 접으며 그 여백에 당시의 느낌을 한 단어라도 적어두는 겁니다. 이 사소한 흔적들이 나중에 글쓰기 엔진을 돌리는 불씨가 됩니다. 저는 이것을 '능동적 독서'라고 부릅니다. 작가의 생각에 나의 생각을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 불꽃이 바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이렇게 남겨진 흔적들을 이제는 나만의 '아이디어 저장고'로 옮겨 담는 과정입니다. 독서 메모의 목적은 기록 자체가 아니라 나중에 쉽게 꺼내 쓰기 위함입니다.
책을 다 읽은 후, 혹은 읽는 중간에라도 특별히 좋았던 구절을 필사하고 그 밑에 반드시 '나의 해석'을 덧붙여야 합니다. 단순히 문장을 옮겨 적는 것은 복사에 불과하지만, 그 문장을 보고 떠오른 나의 경험이나 반론, 혹은 그 문장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적는 순간 그 문장은 비로소 나의 자산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면, 그 주변에 "나도 지난달 프로젝트를 하며 무조건 빨리 끝내려고만 하다가 본질을 놓쳤던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놓쳤던 방향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식으로 적어보는 것이죠. 이렇게 내 삶과 연결된 독서 메모는 그 자체로 이미 한 편의 글의 훌륭한 개요가 됩니다.
세 번째는 키워드입니다. 독서 메모를 정리할 때는 자신만의 '키워드'를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나중에 글을 쓸 때 주제별로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서이지요.
'성장', '위로', '인간관계', '실패' 등 자신이 주로 다루는 글의 주제에 맞게 메모를 분류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의 메모 앱이나 노션, 혹은 아날로그 바인더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 막막할 때 이 저장고를 펼쳐보기만 하면 수십 명의 현자와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겁니다.
제가 11권의 책을 집필하면서 슬럼프를 겪지 않았던 비결은 바로 이 체계적인 독서 메모 덕분이었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이면 메모를 무작위로 넘기다가 과거의 내가 기록해둔 어느 철학자의 한 문장을 발견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단숨에 글을 채우곤 했습니다.
네 번째는, 이렇게 쌓인 메모를 실제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마법 같은 연금술을 다룰 차례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독서 메모를 글의 '마중물'로 사용하는 것이죠.
글의 도입부에서 "어느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습니다"라고 시작하며 독자의 시선을 끌고, 그 문장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경험을 덧붙여 나가는 방식입니다. 권위 있는 저자의 문장은 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줍니다.
또한, 서로 다른 책에서 얻은 두 가지 메모를 연결해보는 시도도 훌륭합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경제 경영서의 문장과 시집의 한 구절을 연결하여 나만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때, 독자들은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독서 메모는 글 쓰는 사람의 사고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정교한 부품들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독서 메모를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점입니다. 모든 문장을 다 적으려다 보면 독서 자체가 노동이 되고 글쓰기는 더 멀어지게 됩니다. 오직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책 한 권을 읽기는 힘들겠지만, 매일 한 문장의 독서 메모를 남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한 문장이 하루의 글쓰기 아이디어가 되고, 그 아이디어가 모여 책 한 권이 됩니다.
남의 글을 읽으며 나의 글을 준비하는 이 경이로운 선순환의 구조를 자신의 일상에 정착시켜야 합니다. 648명의 작가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항상 이 꾸준한 독서 메모의 습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내 손에 들린 책 속에, 나의 다음 책이 될 핵심 아이디어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으며 그 보물을 놓치지 말아야겠지요. 독서 메모장이 풍성해질수록 글은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질 겁니다.
독서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매일 자신만의 진주를 건져 올리는 기쁨을 만끽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작은 메모 한 줄이 작가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글 쓰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12월 책쓰기 무료특강 - 12/30(금) 오전&야간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101072074
★자기계발 전문 강사 자격 과정 1기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076716873
★요약 독서법 강사 자격 과정 3기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106942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