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갈등과 문제를 글감으로 포착하는 법

내 아픔이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

by 글장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좋은 점이나 잘하는 것, 혹은 성공 경험 따위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길 좋아하지는 않겠지요. 이왕이면 예쁜 모습, 선한 모습, 그리고 뭔가 잘해낸 경험 등을 세상과 타인에게 전해주고 싶을 겁니다.


독자 마음을 움직이고 밤을 새워 읽게 만드는 글의 힘은 평온한 일상이 아니라, 그 일상을 뒤흔드는 작고 큰 갈등에서 나옵니다. 갈등은 이야기의 엔진이며,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은 독자에게 카타르시스와 교훈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수많은 갈등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마다 더 자고 싶은 마음과 일어나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의 내적 갈등부터, 직장 동료와의 미묘한 신경전, 가족과의 사소한 말다툼, 혹은 예기치 않은 경제적 문제나 건강상의 위기까지. 삶은 갈등의 연속이지요.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갈등을 피하고 싶어 하고 빨리 잊으려 애쓰지만, 작가는 갈등을 마주했을 때 눈을 반짝여야 합니다. 하늘이 나에게 준 눈부신 글감이라고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갈등 없는 글은 갈등 없는 인생처럼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이 복권에 당첨되어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는 단 한 페이지로 끝나버리지만, 시련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는 수백 페이지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원리와 같습니다.


일상의 갈등을 매력적인 글감으로 포착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갈등을 '솔직하게 대면하는 자세'에서 시작합니다. 흔히 자신의 약점이나 수치스러운 순간, 혹은 누군가와 갈등을 빚은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려 합니다. 글에서도 멋진 척, 괜찮은 척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독자는 작가의 완벽함이 아니라 작가의 '취약함'에 매료됩니다.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 "이 작가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구나"라는 공감대는 작가가 자신의 아픔과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낼 때 비로소 형성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글쓰기 소재가 너무 평범해서 고민이라면, 지금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고민이나 최근에 겪은 마음의 불편함을 떠올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직하게 써 내려가는 순간, 글은 독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강력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겁니다.


갈등을 포착했다면 이제 그것을 단순히 하소연하는 수준을 넘어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매력적인 글감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갈등에다가 '발생-전개-절정-해결'이라는 서사적 흐름을 부여해야 합니다.


단순히 "오늘 부장님 때문에 너무 화가 났다"라고 쓰는 것은 일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부장님의 한마디가 왜 내 안의 열등감을 건드렸는지",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내적 갈등을 겪었으며", "결국 이 사건을 통해 내가 발견한 나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훌륭한 에세이가 됩니다.


즉, 외부의 사건(문제)을 내면의 성찰(해석)로 연결하는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뜻이죠. 문제는 외부에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은 철저히 작가의 내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갈등을 다룰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타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갈등의 화살표가 오직 타인에게만 향할 때 글은 독선적으로 변하고 독자는 거부감을 느낍니다. 매력적인 글의 갈등, 화살표는 항상 작가 자신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타인과의 갈등을 통해 발견한 나의 편견, 나의 조급함, 나의 서툰 소통 방식 등을 차분하게 응시해야 합니다. 독자는 작가가 타인을 비난하는 모습이 아니라, 갈등이라는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며 한 걸음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갈등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오는 방해꾼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확장하기 위해 찾아오는 가장 친절한 스승임을 글로 증명해 내야 하는 것이지요. 어떤 주제로 어떤 내용을 쓰든, 작가 본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글이어야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작은 갈등을 '확대해서 관찰하는 습관'도 들여야 합니다. 거창한 위기만이 글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왔을 때 느끼는 작은 조급함 속에서도 '현대인의 강박'이라는 주제를 끌어낼 수 있고, 아이가 장난감을 치우지 않아 화가 난 순간에서도 '통제와 수용'이라는 깊은 철학적 주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뒤틀림을 놓치지 않고 그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갈등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통해 작가가 길어 올린 '의미의 깊이'가 중요합니다. 제가 648명 작가를 배출하며 목격한 수많은 글은 대부분 우리 주변의 아주 사소한 오해와 갈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갈등과 문제를 글로 옮길 때는 오감을 활용한 생생한 묘사를 더하면 좋습니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내 심장 박동 소리, 차갑게 식어버린 상대방의 눈빛, 정적이 흐르던 거실의 공기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는 독자를 여러분의 갈등 상황 한복판으로 초대합니다.


독자가 작가와 함께 숨 가쁘게 갈등을 체험하게 만든 뒤, 마침내 도달한 깨달음과 해결의 순간을 건네줄 때 그 글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갈등은 독자와 작가를 가장 가깝게 연결해 주는 감정의 통로입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여 문장으로 옮기는 용기야말로 작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재능입니다. 묘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잘 보고 잘 듣고 잘 체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거든요. 일상을 적극적으로 마주하는 태도는 글뿐만 아니라 삶도 좋아지게 만듭니다.


어제와 오늘은 어떠했나요? 혹시 계획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일이 있었나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칠 만큼 마음이 소란스러웠나요? 그렇다면, 오늘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글쓰기 재료를 얻은 겁니다.


그 소란스러운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책상 앞으로 가져와 보는 거지요. 갈등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며 문장으로 기록해 봅니다. 고통이 문장이 되고 문제가 통찰로 바뀌는 경이로운 연금술의 과정이 나를 진정한 작가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10년 동안 11권의 저서를 집필하며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내 삶의 가장 어두운 터널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밝은 빛이 되는 글감이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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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라는 소중한 소재를 어떻게 하면 더 다채롭고 풍성한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그 관점의 확장이 가져다주는 마법을 기대해 봅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갈등 하나를 떠올려 그것이 내게 건네는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적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아픔이 보석 같은 문장으로 빛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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