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내려놓고 현실에서 글쓰기
글을 제법 잘 썼다 싶은 경우에도 자신이 재능 없다 실력 없다 하소연하는 수강생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잘못된 환상 때문입니다. 초보 작가를 괴롭히는 건 글쓰기 실력 부족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환상입니다.
이 환상을 깨트리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글쓰기는 고통스러운 자기비하의 시간이 될 뿐입니다. 이 환상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자기만의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초보 작가가 반드시 깨야 할 5가지 글쓰기 환상을 정리해 봅니다. 해당되는 내용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싹 다 없애버리고 현실적인 글쓰기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첫째, 좋은 글은 단번에 완성된다는 환상입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문장을 무려 47번 고쳐 썼습니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를 7번 다시 썼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작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고를 열 번, 스무 번 고치는 건 기본입니다.
제가 출간한 11권의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쓴 초고를 그대로 출간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습니다. 어떤 책은 전체 구조를 세 번이나 뒤집었고, 어떤 책은 200페이지 분량을 통째로 버렸습니다.
좋은 글은 단번에 나오지 않습니다. 서툰 초고를 계속 다듬고, 고치고, 버리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다. 첫 문장이 서툴다고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초고는 원래 그런 겁니다. 중요한 건 단번에 완벽한 글을 쓰는 능력이 아니라, 서툰 초고를 계속 다듬어가는 끈기입니다.
둘째, 영감이 떠올라야만 글을 쓸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나중에, 언젠가, 준비 되면 쓰겠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입니다. 영감을 기다리는 사람은 1년에 한두 편 씁니다. 영감과 상관없이 쓰는 사람은 1년에 100편을 씁니다.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의 결정적 차이는 영감의 유무가 아닙니다. 영감이 없어도 쓰느냐, 쓰지 않느냐의 차이입니다. 저는 하루 최소 세 편의 글을 씁니다. 10년이면 10,950편입니다. 매번 영감이 넘쳐서 쓴 걸까요? 아닙니다. 절반 이상은 "오늘 무슨 소리를 해야 하나" 막막한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일단 책상에 앉아서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글이 흘러갑니다. 영감은 쓰기 전이 아니라 쓰는 중에 찾아옵니다. 글쓰기는 영감을 기다리는 예술이 아니라 영감을 만들어내는 노동입니다.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에게만 영감이 찾아옵니다.
셋째, 많이 읽어야만 잘 쓸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물론 독서는 중요합니다.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문장력도 늘고 사고도 깊어집니다. 하지만 독서량과 글쓰기 실력이 무조건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제 수강생 중에 1년에 200권을 읽는 사람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은 한 줄도 못 쓰더군요. 반면, 1년에 열 권도 안 읽지만 매주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6개월 만에 출간 계약을 했습니다.
읽기는 입력이고, 쓰기는 출력입니다. 입력만 계속하면 머릿속에 지식은 쌓이지만 표현 능력은 늘지 않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읽는 양이 아니라 쓰는 양에 비례합니다. "책을 더 읽고 나서 글을 쓸게요"라는 말은 사실 "글 안 쓰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완벽한 준비는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오늘 읽은 한 줄, 오늘 느낀 한 가지 감정으로 글을 시작해야 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순서가 아니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넷째, 특별한 경험이 있어야만 쓸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삶이 모두 드라마틱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편적 진실을 포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습니다.
김훈 작가는 국수 한 그릇 먹는 장면으로 독자를 울렸습니다. 김애란 작가는 동네 슈퍼마켓 풍경으로 현대인의 고독을 그렸지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겁니다. 우리도 매일 출퇴근하고, 밥 먹고, 사람 만나고, 감정을 느낍니다. 이 모든 게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경험이 없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죠.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친 할머니의 주름진 손, 점심시간 혼밥하며 든 생각, 퇴근 후 소파에 누워 천장을 보던 순간... 이 모든 평범한 순간들이 글감입니다. 특별한 경험을 찾아 헤매지 말고, 평범한 오늘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다섯째,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환상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순간, 글은 세상에 나오지 못합니다. 완벽한 글은 세상에 없습니다. 제가 쓴 11권의 책도 지금 다시 읽으면 다 고치고 싶습니다. 출간하고 나서도 "아, 이 부분은 이렇게 쓸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계속 성장하니까요. 1년 전 글이 완벽해 보인다면 그건 성장이 멈췄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완성입니다. 70점짜리 글이라도 세상에 내놓는 사람이 100점을 꿈꾸며 서랍 속에 묻어두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성장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부족해 보이나요? 괜찮습니다. 일단 마침표를 찍으세요. 완성하세요. 그리고 다음 글을 쓰세요. 완성된 부족한 글 100편이 완성되지 않은 완벽한 글 1편보다 낫습니다.
환상에서 깨어나면 비로소 현실이 보입니다. 글쓰기는 단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영감을 기다리는 예술이 아닙니다. 많이 읽는다고 저절로 되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완벽할 필요도 없습니다.
글쓰기는 그저 앉아서 쓰고, 고치고, 완성하고, 다시 쓰는 반복입니다.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과정입니다. 환상을 내려놓고 오늘 한 편을 쓰는 겁니다. 서툴어도 괜찮고, 짧아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환상 속 완벽한 작가가 아니라, 현실 속 쓰는 작가가 되는 것. 그게 진짜 시작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요약 독서법 강사 자격 과정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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