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하여
아침밥을 거른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아침밥은 꼭 챙겨먹은 듯합니다. 대학에 다닐 때, 한창 게으름을 피우던 시절에도 아침밥은 먹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아침밥을 고집하게 된 것은 아버지 영향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옛날 사람'입니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또는 식사는 하셨습니까 등의 말이 의미 있는 인사였던 시절을 살아오셨지요. 제가 사업에 실패하고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을 무렵에도 통화를 할 때마다 밥은 꼭 챙겨 먹고 다니라고 조언하셨습니다.
한때는 저도 뭘 그리 아침밥에 연연하느냐고 불만을 가졌었지요.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 없어서 못 먹는 일 드물고, 또 워낙 잘 먹고 살기 때문에 아침 한 끼 정도는 걸러도 상관없다 생각했습니다.
아침을 먹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반찬이나 양은 상관없습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뜬 날에는 기운을 차릴 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점심 때까지 허전한 기운으로 보내야 합니다. 습관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아침밥을 먹지 않고 살아온 사람 있다면, 내일부터 당장 챙겨 먹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밥은 아내만 차릴 필요 없습니다. 아침밥을 고집하는 것이 옛날 사람이 아니라, 밥은 아내가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옛날 생각이지요. 차림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침밥을 챙겨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밥은 밥솥이 하고, 밑반찬 한두 가지는 냉장고에 있습니다. 밥상 위에 올려놓고 먹기만 하면 됩니다. 아침에는 거하게 먹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차리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다른 사람 손 빌릴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여유 있는 사람이 다른 가족 챙기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굳이 세 끼를 다 먹지 않겠다는 사람 있다면, 차라리 저녁밥을 건너 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녁이나 밤에는 실제로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마음이 공허할 때가 더 많은 듯합니다. 먹지 않아도 되는데 허전한 마음 채우려 하다 보니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죠. 세 끼 모두 잘 챙겨 먹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저녁밥을 건너 뛰고 아침밥은 꼭 챙겨 드세요.
아침은 기운의 시작입니다. 아침은 인생의 시작입니다. 아침은 에너지의 시작입니다. 시작은 중요하고, 시작은 절반이며, 시작이 전부입니다. 시작이 제대로 되어야 하루가 원만합니다. 아침밥은 신호탄입니다. 내 소중한 하루의 의식입니다. 귀찮고 입맛 없어도 건강을 위해 아침밥 꼭 챙겨드시기 바랍니다.
몸의 건강에 아침밥이 필수라면 정신 건강에는 모닝 저널 쓰기가 최고입니다. 모닝 저널이라 하면 그럴 듯하게 들리겠지만, 풀어 쓰면 별 것도 아닙니다. 일기, 낙서, 잡문, 습작 등 모든 '멋대로 쓰기'을 통칭하여 모닝 저널이라 부릅니다. 제가 정한 것이니 제 마음대로 해석하면 그 뿐이지요.
모닝 저널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까요? 아무 내용이나 전부 담아도 상관없습니다. 전날 있었던 일, 경험, 감정, 소감, 느낌 등 일기 쓰듯 이것저것 써도 되고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도 됩니다. 에세이 한 편을 적어도 좋고, 소설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아침밥 먹을 때 반찬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모닝 저널을 쓸 때도 내용이나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초점은 '쓰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모닝 저널을 쓰는 것은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첫째, 감정의 찌꺼기가 내 안에 쌓이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한 번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저장한다고 하지요. 부정적인 감정이나 느낌이 저장되어 있다가, 특정한 경우에 엉뚱한 모습으로 폭발합니다. 우울증, 분노, 짜증, 시기, 질투, 원망, 후회 등 대부분 부정적 감정이 이러한 경로로 드러납니다. 모닝 저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고 나면 하루가 가뿐할 겁니다.
둘째, 심리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은 '아침에 정신이 없'습니다. 허겁지겁, 허둥지둥과 같은 말들이 아침에 해당되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에 원하는 바를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나와 하루를 생각하는 고요한 시간을 가지면, 인생을 손에 쥐고 산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신감, 자존감 등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셋째,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 상처를 덜 받게 됩니다. 모닝 저널을 쓰면, 속상하고 아픈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기지요.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면 측은지심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120세 시대입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침밥으로 몸의 건강을 챙기고, 모닝 저널을 쓰면서 정신을 맑게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두 가지만 실천해도 인생은 제법 그럴 듯해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