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보고 더 잘 알기 위해서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와 가까운 사람은 가족, 친척, 친구와 선후배, 직장동료, 이웃 등입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늘 가까이 함께 지내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성향과 인생에 대해 잘 알고 지냅니다.
사람을 완벽히 '안다'고 확신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일상 생활에서 그 사람의 취향, 성격, 좋고 싫음의 구분 등을 알면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하지요.
중국음식을 싫어하는 친구와 모임을 가질 때는 점심 메뉴에서 짜장면을 제외합니다. 더위를 무척이나 못 견디는 친구와는 주로 시원한 카페에서 약속을 잡고요. 시간을 전부라고 여기는 상사와 일할 때는 출근 시간에 좀 더 신경을 씁니다. 사람에 대해 알면 그 사람과 함께 하기가 수월합니다.
배우자에 대해서는 어떠한가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잘 알고 있을 테지요.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니까, 남들이 알지 못하는 버릇이나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잘 모른다 생각했던 부분을 새로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다른 사람에 비하면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 많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대방이 "나에 대해 좀 알아둬!"라며 강제로 주입시키지는 않았을 겁니다. 맨 처음 사랑을 시작하게 된 때를 떠올려 봅시다. 맞습니다. 관심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까 당연히 관심을 가졌을 테고요. 관심을 가졌으니 하나하나 잘 보이기 시작했을 겁니다.
또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 더 잘 알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관심을 가진 상테애서 함께 있으니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훤히 다 보이는 것이죠.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게 될수록 그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더 사랑하게 되고, 더 관심 갖게 되고, 그래서 더 잘 알게 되는 것이죠.
어떤 분야에서 대가가 되려면 그 분야를 사랑하고 깊은 친밀감을 느껴야 한다.
- 로버트 그린, 《오늘의 법칙》
저는 다소 불손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해리포터 같은 대작'을 써서 성공하겠다 마음 먹었지요. 꿈과 목표 따위 생각지도 않았고, 그저 '대박'과 '돈'이라는 단어에만 꽂혀 있었습니다. 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요. 어리석음과 자만이 제 글쓰기의 동력이었습니다. 한심하다 느끼지만, 그래도 글 쓰는 삶을 만날 수 있었으니 참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쓰면 쓸수록 좋았습니다. 온통 불안과 초조와 걱정 뿐이었는데, 글을 쓰면서부터는 마음이 편안했거든요. 그 때는 글도 형편없었는데 말이죠.
쓰니까 좋았고, 좋아서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심 가지니까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씩 배울 때마다 글쓰기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저는 글쓰기와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로버트 그린이 했던 '대가'라는 말 앞에서는 여전히 고개가 숙여지지만, 과거 제 삶을 떠올려 보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는 사실에 감사와 감동을 멈출 수 없습니다.
문법을 공부하고, 문장을 매끄럽게 쓰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고, 뭔가 하나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쓰고...... 나름의 글쓰기 철학도 갖게 되었고, 10년이 지나도록 '매일'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더 놀랍고 감사한 일은, 글쓰기도 저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둘이 죽고 못사니 당연히 아기가 생길 테지요. 지금까지 여섯 명 낳았습니다. 일곱 번째 아기가 곧 태어날 겁니다. 권태기도 있었고, 부부싸움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함께 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합니다. 지금도 저는 글쓰기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만지며 사랑을 고백하고 있고요.
강의 시간에 한 번씩 언급합니다. 글쓰기는 제게 있어 신앙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이죠. '자신의 분야를 초월하여 종교의 경지에 근접하는 것'이 대가가 되는 길이라고 로버트 그린은 강조했습니다. 그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지금처럼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든 과정만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얼마만큼 사랑합니까?
어느 정도의 믿음입니까?
그래서 대가가 되었습니까?
이러한 결과 지향주의 질문은 상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이런 질문은 꺼내지도 않고요.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나를 발견하는 것이 오늘 내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지요.
어떤 일에 도전하는 중이라면, 그 일을 사랑하길 권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끙끙대고 있다면, 그 일을 통째로 사랑해버리세요. 일과 사람과 사물과 사건...... 모조리 사랑하겠다 작심하면 더 잘 보이고 더 잘 이해하게 될 겁니다. 도저히 못하겠으면, 사랑하는 '척'이라도 해보세요. 달라질 겁니다. 사랑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단어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