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니
고3 아들의 공부 시간 확보를 위해 오늘 하루만에 성묘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거리두기 해제로 성묘객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공원묘지까지 차가 얼마나 막히던지 평소보다 세 배 가량 걸렸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친척들 모여 제사를 지내고,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와 늦은 점심을 먹고는 장인 장모님 산소에 다녀왔지요. 오전 9시에 집을 나섰는데, 밤 9시가 넘어서 돌아왔습니다. 오늘 하루, 열 시간 운전을 한 셈이네요.
어제도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한 자리에 앉아 전을 부쳤습니다. 이틀 연속 강행군이었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뻐근하고 뒷골도 땡기고 엉덩이도 욱씬거립니다.
멀리서 온 친척들은 음식 맛있다 하며 잘 먹어주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모습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아내는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았고, 일을 돕는 제수씨와 동생들도 시종일관 유쾌한 표정이었습니다.
차가 막히는 도로 위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고, 산소에 가서 정성 다해 절 올렸습니다.
장인 장모님 산소에 낯선 꽃이 놓여져 있는 것으로 봐서 처남이 다녀간 듯했습니다. 연락 끊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이렇게 산소 다녀간 것을 보니 그나마 마음 놓입니다.
일 년에 서너 번 볼 수 있는 슈퍼문이 떴습니다. 올해 마지막 슈퍼문이라 하네요. 별명이 '철갑상어 달'이라고 합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8월마다 철갑상어 낚시를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파트 1층 놀이터로 올라오니 주위가 대낮처럼 환했습니다. 구름이 끼어 조금 가려지긴 했지만, 달이 마치 코앞에 떨어지는 것처럼 커다랗게 떴습니다.
30배 확대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그 모습 한참 바라보다가,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면 됐습니다. 충분합니다.
허리 아프고 다리 뻐근해도 괜찮습니다. 열 시간 운전하고 에너지 방전되어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추석은, 그런 날이니까요.
달을 보며 얼마나 울었던가요. 세상이 서럽고 신세가 분해서, 가족이 보고 싶어서...... 심장 쥐어뜯으며 화장실에서 입을 틀어막고 오열했습니다.
오늘 같은 추석에 뭔가를 더 바란다는 것은 참으로 염치 없는 마음이지요. 달을 볼 수 있다니요! 가족과 함께라니요!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