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질의응답이 두려울 땐 쿠션 화법

푹신한 쿠션 위에 강의 주도권을 놓다

by 글장이


강의 실컷 잘하고 나서,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강사들이 있습니다. 애초에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면 모를까, 강의는 강의 대로 잘해놓고서 질의응답 시간만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지요.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래 전, 오프라인 무대에서 강의 끝냈을 때, 한 수강생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게 제목과 목차 다 짜주면, 그걸 받아 집필하는 사람을 과연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질문을 글로 써놓고 보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당시 수강생의 표정이나 말투는 저를 "공격"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제목과 목차 뿐만 아니라 그 수강생은 아예 글이란 걸 쓰지도 않는다는 점이었지요. 글 한 줄 쓰지도 않으면서, 제목과 목차를 기획해주는 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쏜 겁니다.


어떤 돌발 질문이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강사가 전혀 모르는 전문적인 내용을 물어 볼 수도 있고, 날카로운 지적을 할 수도 있으며, 의미 없는 딴지를 계속 걸어 몰아붙이는 수도 있습니다.


강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두렵고 불안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함 때문에 많은 초보 강사가 질의응답 시간을 최대한 짧게 끝내려 하거나 서둘러 무대를 내려옵니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준비된 원고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내는 태도에서 결정됩니다. 이때 강사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어막이 바로 쿠션 화법입니다.


질의응답이 무서운 이유는 질문을 곧 '공격'이나 '시험'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청중의 질문이 나의 전문성을 검증하려는 칼날처럼 느껴지는 순간, 강사의 몸은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목소리는 날카로워지고 설명은 구구절절해집니다. 질문자와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면 강의의 여운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쿠션 화법은 날카로운 질문을 부드럽게 받아내어 충격을 완화하고, 강사에게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기술입니다.


딱딱한 바닥에 떨어지는 공보다 쿠션 위에 떨어지는 공이 소리 없이 안착하듯, 질문의 충격을 흡수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질문이 나오면 즉시 답하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답변을 시작하면 청중은 강사가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때 첫 번째 쿠션을 배치하는 겁니다. 인정과 칭찬의 한마디입니다.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그 부분은 저도 깊이 고민했던 지점이네요"

"많은 분이 궁금해하실 핵심을 짚어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문장들이 훌륭한 쿠션이 됩니다. 이 짧은 한마디는 질문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강의실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바꿉니다. 강사는 이 3초의 시간 동안 답변의 논리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설령 질문이 다소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일지라도 쿠션 화법을 먼저 사용하면 상황의 주도권은 다시 강사에게 넘어옵니다. 질문을 공격이 아닌 '관심'으로 재정의하는 태도, 그것이 쿠션 화법의 핵심입니다.


강사가 모든 질문에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아는 강사는 없습니다.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당황하며 횡설수설하는 순간 강사의 권위는 추락합니다.


이럴 때는 정직이라는 이름의 쿠션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아주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그러고나서 "정확한 정보를 위해 확인 후 블로그나 이메일로 답변을 드려도 될까요?"라고 제안하면 됩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우아하게 인정하는 강사에게 청중은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보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함이 전문가의 권위를 완성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지어낸 답변은 금방 밑천이 드러나지만, 정직한 쿠션은 강사를 인간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질문은 정답 맞히기 게임이 아니라, 청중과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쿠션 화법의 마지막 단계는 질문을 전체 청중의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질문자 한 사람과만 대화하지 말고, 그 질문을 재해석해서 모든 수강생에게 도움이 되는 메시지로 확장하는 거지요.


"방금 질문하신 내용은 우리 모두가 실천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질문을 단순히 처리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강의를 풍성하게 만드는 재료로 삼아야 합니다. 쿠션 화법으로 부드럽게 질문을 받아내고, 명쾌한 단문으로 핵심을 짚어준 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마무리하는 겁니다.


질의응답 시간을 두려워하던 강사에서, 질문을 즐기고 기다리는 강사로 거듭나는 순간 강사의 팬덤은 시작됩니다. 이제 마이크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어떤 질문도 받아낼 푹신한 쿠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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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목차를 무조건 기획해서 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목과 목차를 기획한다는 핑계로 집필은 뒤로 한 채 시간만 끄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거지요. 제가 기획해드리는 제목과 목차를 보면서 공부하고, 스스로 새로운 제목과 목차를 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때 질문했던 그 수강생, 10년 가까이 지나는 세월 동안 아직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작가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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