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과거를 함께 보여주면 입체적 글이 된다
지금, 여기의 이야기 혹은 최근에 있었던 일만 글로 쓰려는 초보 작가들이 있다.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고, 현재의 결심을 말하며, 현재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급급한 거다. 기억이 선명하니까 쓰기 수월하다는 이유일 터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이 단조로운 글은 독자에게 입체적인 감동을 주기 어렵다. 작가가 겪은 변화나 성장의 폭을 증명할 대조군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성공했다, 이 문장만으로는 힘이 없다. 그런데 10년 전 나는 단칸방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는 과거가 붙는 순간, 현재의 성공이 빛을 발한다. 나도 현재의 이야기만 쓰면서 독자가 왜 공감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현재만 말하면 드라마가 되지 못한다. 시간축을 고정시킨 채 서술하면 독자의 상상력이 제한된다. 이 사람이 원래부터 이런 능력을 가진 건지, 치열한 풍파를 겪으며 변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간극이 생략된 글은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가 되기 어렵고, 상태 보고서에 머문다.
독자를 순식간에 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세련된 방법은 첫 문장에서 시간을 뒤섞는 거다. 현재 시점에서 시작하지 않고, 특정 과거의 날짜나 순간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방식이다.
첫째, 구체적인 날짜나 시점을 명시하며 문을 연다. 오래전 어느 날 같은 모호한 표현은 힘이 없다. 2016년 3월, 눈이 시리도록 차가웠던 새벽. 이렇게 숫자로 된 날짜나 특정 시점을 박아 넣는다. 숫자는 독자의 머릿속에 좌표를 설정해 준다. 구체적인 시점이 나오는 순간 독자는 작가와 함께 과거의 그 현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친다.
둘째, 과거의 결핍이나 결정적 사건을 클로즈업한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작가를 만든 뼈아픈 실패나 터닝 포인트를 첫 장면에 배치한다. 10년 전 오늘, 나는 사표를 던지고 빈 가방 하나로 상경했다. 이런 문장은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현재의 모습과 거리가 먼 과거 지점을 선택할수록 시간 점프가 주는 힘은 커진다.
셋째, 현재와 과거를 잇는 매개체를 활용한다. 서랍 속에서 발견한 낡은 수첩, 우연히 들려오는 옛 노래, 특정한 향기. 이런 감각적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간을 이동시킨다. 오늘 아침 커피 향을 맡는 순간, 10년 전 편의점 알바를 하며 마시던 캔커피의 씁쓸한 맛이 떠올랐다. 이런 연결 고리가 있으면 독자가 시간 점프를 이질감 없이 받아들인다.
넷째, 과거 묘사가 끝나면 즉시 현재로 돌아와 간극의 의미를 짚는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 시련이 10년 뒤 나를 작가로 만들어줄 밑거름이 될 줄은. 이 전환 문장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되며, 독자가 본론에 집중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시간 점프를 쓰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글에서 서사적 밀도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입체감이 생긴다. 평면적인 나열에서 벗어나 시간의 축을 오가는 구성은 독자의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과거의 비참함과 현재의 당당함, 과거의 순수함과 현재의 노련함이 충돌하며 만드는 에너지가 독자를 글 끝까지 끌고 간다.
성장을 증명한다. 내가 많이 변했다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10년 전의 구체적인 상황 하나를 보여주는 게 훨씬 설득력 있다. 과거 장면과 현재 모습을 대조하면 독자는 작가의 성장을 목격하게 되고, 이는 깊은 신뢰로 이어진다.
독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가 10년 전을 이야기할 때, 독자도 무의식적으로 자기 10년 전을 떠올린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독자 개인의 서사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서 깊은 공감이 일어난다.
시간을 다루는 기술은 기성 작가들이 즐겨 쓰는 기법이다. 단순히 일어난 순서대로 쓰는 연대기적 서술을 깨고, 전략적으로 배치된 과거의 파편들로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제를 놓고, 내 인생에서 이 주제와 연결되는 과거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면 된다. 그 장면을 글의 첫머리에 놓는 것부터 시작이다. 시간의 간극이 깊을수록, 그 사이에서 독자는 작가가 전하려는 진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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