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글자를 보는데 머리는 딴 곳에 있을 때의 해법
책을 펼쳐 한 페이지를 읽었는데, 마지막 문장에 도달하는 순간 방금 뭘 읽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눈은 부지런히 텍스트를 따라갔지만, 머릿속에서는 오늘 점심 메뉴나 내일 걱정거리 같은 딴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거다.
나도 독서 초기에 잡념 때문에 힘들었다. 한 페이지를 세 번 읽어도 내용이 남질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할까 싶어서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선을 붙잡아 줄 물리적인 장치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집중력이 분산되면 독서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멍한 독서'라고 부른다. 같은 문장을 서너 번 반복해서 읽느라 진도는 나가지 않고, 뇌는 금방 피로를 느낀다. 텍스트와 의식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반복될수록 책 읽기는 점점 더 멀게 느껴지고,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는 경험만 쌓인다.
딴생각을 막기 위해서는 시각에만 의존하던 독서에 촉각을 더해서 주의력을 강제로 고정해야 한다. 첫째, 검지 손가락을 읽고 있는 줄 바로 아래에 갖다 댄다. 책을 단순히 눈으로 훑는 대신, 손가락 끝을 문장 바로 밑에 배치한다. 손가락이 시선이 머물러야 할 위치를 정확히 짚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물리적인 접점이 생기면 뇌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집중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둘째, 읽는 속도에 맞춰 손가락을 일정한 리듬으로 옆으로 민다. 눈이 글자를 읽어 나가는 속도와 동일하게 손가락을 밀어준다. 손가락이 움직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속도를 따라간다. 뇌는 정지된 화면보다 움직이는 대상에 더 잘 집중하는 특성이 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시선을 문장에 묶어두는 역할을 해서 잡념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셋째, 딴생각이 나는 순간 손가락의 움직임을 즉시 멈춘다. 읽는 도중 잡념이 떠오르면 손가락도 그 자리에서 멈춘다. 손가락의 정지는 뇌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지금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사실을 신체적으로 즉각 인지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손가락을 움직이며 읽기를 재개한다. 멍하니 눈만 움직이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넷째, 손가락 대신 펜이나 책갈피를 써도 된다. 손가락 끝이 책장에 닿는 느낌이 어색하다면 얇은 볼펜이나 종이 책갈피를 가이드로 쓴다. 도구가 문장을 한 줄씩 가리키며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독서의 리듬감을 만들어준다. 자신에게 편한 도구를 골라서 시선과 손의 협력을 높이면 된다.
처음에는 유치하다고 느끼는 사람 많다. 나도 그랬다. 일주일만 해 보면 반응이 달라진다. 시선의 방황이 줄어든다. 어디를 읽고 있는지 길을 잃거나 같은 줄을 반복해서 읽는 실수가 사라진다. 손가락이라는 확실한 이정표 덕분에 시선이 막힘없이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다. 읽기 리듬이 일정해지면 뇌가 정보 처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해력이 올라간다. 신체적 움직임이 수반된 독서는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해 준다. 딴생각으로 새어 나가던 에너지가 오롯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집중되면서, 한 번만 읽어도 내용이 선명하게 남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감이 생긴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를 갖게 된 셈이다. 딴생각이 나는 걸 자책하는 대신 손가락을 움직여 다시 집중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되면 독서가 훨씬 편안해진다.
딴생각은 의지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선을 붙들어 줄 물리적인 도구가 필요할 뿐이다. 글자가 자꾸 눈 밖으로 튕겨 나간다면, 검지 손가락을 책 위에 올려보면 된다. 유치해 보여도 효과는 확실하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서 진짜 독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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