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단어를 내 언어로 다시 정의하는 기술
초보 작가가 글을 쓰면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사전적 정의나 사회적 통념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거다. "성공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사랑은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이다, 인내는 참고 견디는 힘이다"
이런 정의는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독자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세상이 이미 정해놓은 뜻풀이 안에서만 움직이는 문장은 다 아는 이야기로 치부되고 그냥 넘기게 된다.
도입부를 열 때마다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말과 정의'를 그대로 사용했었다. "글쓰기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글에는 독자들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뻔하니까. 누구나 아는 정의에는 작가의 색깔이 없다.
자기만의 정의가 없는 글은 어딘가 밋밋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의로 시작하면, 독자는 이 작가만의 생각을 알 수 없어 의아해한다. 독자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확인하기 위해 글을 읽는 게 아니다. 그 단어가 작가의 삶 속에서 어떻게 다르게 해석됐는지, 그 살아있는 정의를 보고 싶어 한다.
"나에게 글쓰기란 ○○이다" 이런 형식으로 자기만의 비유와 철학을 담은 정의를 던지면, 독자는 작가만의 철학과 관점에 관심을 가지며 글 속으로 들어온다.
첫째, 일상적인 사물을 빌려서 비유한다.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바꿔서 정의한다. "나에게 글쓰기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이것보다는 "나에게 글쓰기란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마음의 먼지를 닦아내는 걸레질과 같다" 이쪽이 훨씬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구체적인 사물로 정의하면 독자가 작가의 태도를 한눈에 알아챈다.
둘째, 반전이 있는 역설적 정의를 활용한다. 단어의 밝은 면이 아니라, 고통이나 이면을 꺼내서 정의한다. "나에게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내가 가진 편견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몸부림이다" 이런 정의는 독자의 예상을 뒤엎으며 궁금증을 만든다. 상식을 뒤집는 정의는 독자가 다음 내용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셋째,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해서 정의한다. 성공을 결과로 정의하지 말고 과정으로 정의해 본다. "나에게 성공이란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먼지를 털고 일어나는 순간이다" 과정을 강조하는 정의는 작가의 진정성이 묻어나고, 독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넷째, 정의를 던진 후 그 이유를 경험으로 뒷받침한다. 나만의 정의를 내렸다면, 왜 그렇게 정의하게 됐는지 에피소드를 붙여야 한다. 정의는 주장이고, 경험은 증거다. 주장이 날카롭고 증거가 단단할 때, 나만의 정의는 독자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도입부에 나만의 정의가 있는 글과 없는 글은 읽히는 느낌부터 다르다. 작가의 정체성이 선명해진다. 자기 언어로 세상을 정의하는 사람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작가는 세상을 이렇게 보는구나 하는 감각이 한 줄로 전달된다.
독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당연하게 여겼던 단어가 작가의 문장을 통해 다르게 보일 때 독자는 쾌감을 느낀다. 사랑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글 전체의 이정표가 된다. 도입부에서 내린 정의는 글 전체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정의가 명확하면 본론이 흩어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모인다. 글이 산으로 가는 걸 막는다.
세상에는 이미 정의가 넘쳐난다. 그런데 내 삶을 통과한 나만의 정의는 오직 나만 쓸 수 있다. 사전에서 빌려온 말보다, 내 경험에서 나온 한 줄이 독자에게 더 깊이 닿는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핵심 단어를 하나 골라보면 된다. 그 단어를 나에게 ○○이란 ○○이다 형식으로 정의해 본다. 이 연습이 쌓이면 글에 고유한 색깔이 생긴다. 남의 정의를 빌려 쓰는 글과, 내 정의로 시작하는 글. 그 차이를 독자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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