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잘난 척하지 않는 절제의 기술

강사의 자아가 커질수록 수강생의 자리는 좁아진다

by 글장이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는 강사가 자기 출간 이력, 베스트셀러 순위, 화려한 인맥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강의실 공기가 미묘하게 변한다. 강사 본인은 동기부여를 하려는 거지만, 듣는 수강생 처지에서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이렇게 쉽게 썼다, 내 글은 늘 찬사를 받았다" 이런 말이 반복되면, 이제 막 첫 문장을 떼기 시작한 초보 작가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강의하면서 내 성과를 자랑삼아 떠들었던 적 많다. 내 책 이야기를 꺼내면 수강생들이 자극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내 성공담이 길어질수록 수강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중에 한 수강생이 솔직하게 말해줬다.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 강의에서 성공담을 빼기 시작했다.


잘난 척이 수강생의 펜을 꺾는다. 강사의 자아가 비대해질수록 수강생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잘난 척하는 강사는 수강생의 부족한 문장을 교정해준다는 명목으로 자기 문체만 강요하기 쉽다. 이런 태도는 수강생에게 나는 재능이 없나 보다 하는 자책을 심어주고, 결국 집필을 중도에 포기하게 만든다.


강사의 지식 자랑은 경외감을 줄지 몰라도, 창작의 용기를 북돋지는 못한다. 프로 강사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훈장이 아니라, 수강생이 스스로 빛날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절제다.


첫째, 성공담보다 치열했던 과정과 실패의 기록을 공유한다. 과거에 쓴 서툰 초고나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나도 이런 실수를 했고 이렇게 힘들었다는 고백이 성공 사례보다 수강생에게 훨씬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 강사의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취약한 면이 수강생과의 거리를 좁힌다. 강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길을 가본 선배 작가로서 곁에 서는 거다.


둘째, '나'라는 주어 대신 수강생과 우리를 주어로 쓴다. "내가 쓴 책은 이렇습니다" 대신 "누구누구 작가님이 쓰실 책은 이런 가치가 있습니다" 하고 화제를 돌린다. 강의의 초점을 수강생의 원고와 그들의 성장 가능성에 맞춘다. 강사의 역할은 자기 실력을 뽐내는 게 아니라, 수강생이 가진 좋은 문장을 찾아내서 세상 밖으로 꺼내주는 거다. 조력자다. 자기 지식은 수강생 문제를 풀어줄 때만 조심스럽게 꺼내 쓴다.


셋째, 수강생의 성과를 진심으로 앞세운다. 수강생이 좋은 문장을 썼을 때, 강사의 관점에서 평가하기보다 그 문장이 가진 힘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며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수강생이 출간 계약을 맺거나 글이 당선됐을 때, 강사의 지도 덕분이라고 생색내지 않는 절제가 필요하다. 수강생의 노력과 재능 덕분이라고 말하며 기쁨을 나눈다. 강사는 무대 아래에서 박수치는 사람일 때 가장 빛난다.


강사가 절제하면 수강생은 심리적으로 풀린다. 강사가 권위를 내려놓으면 수강생은 평가받는다는 압박에서 벗어난다. 자기 못난 문장도 스스럼없이 내보이며 코칭을 요청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글쓰기 실력 향상이 일어난다.


존경심이 안에서부터 올라온다. 스스로 높이는 사람은 외면당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주변이 높여준다. 실력을 과시하지 않아도 수강생들은 강사의 내공을 이미 느끼고 있다. 겸손한 태도가 강사의 인격적 품격을 완성하고, 수강생들이 오래 기억하는 스승이 되게 해준다.


따뜻한 창작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강사가 군림하지 않는 강의실에서는 수강생들끼리도 서로를 존중하며 배우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 경쟁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서로의 글을 응원하게 되고, 이는 집필이라는 외로운 여정을 끝까지 이어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10년 넘게 강의를 해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내가 한 발 물러설수록 수강생이 한 발 앞으로 나온다. 강사가 무대의 중심을 비워줄 때, 그 자리를 수강생의 이야기가 채운다. 결국 그게 좋은 강의다.


덧붙이자면, 이왕이면 수강생도 수강생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혼신을 다해 강의하는 강사에 대한 예의. 한 줄의 후기라도 정성스레 남기는 태도가 서로를 존중한다는 마음의 표현 아니겠는가.


강사도 수강생도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주의하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삼을 때 서로가 윈윈하는 성과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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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기본 심리다. 허나, 내가 내 자랑을 해서 인정받는 것보다는 겸손과 존중을 통해 칭찬받는 것이 훨씬 멋진 일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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