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이 속으로 품는 의문을 작가가 먼저 꺼내면 믿음 생깁니다
글 쓰는 사람은 자기 주장이 맞다는 확신에 차 있을 때가 많습니다. 글 쓴 사람의 확신이 강해질수록 읽는 사람은 반대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쓰는 사람이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지나치게 밀어붙이면,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거부감 생시게 되는 거지요.
이런 식으로 글이 계속 이어지면, 읽는 사람은 심지어 책을 덮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합니다. 가족끼리도 생각이 다른데, 수많은 독자들 생각도 당연히 다양할 수밖에 없겠지요.
저도 글쓰기 초기에 제 주장이 맞다는 확신이 강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은 생각하지도 않고 밀어붙이곤 했습니다. 읽는 사람이 품을 만한 의문을 내가 먼저 꺼내서 풀어줘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읽는 사람이 가질 법한 의문을 무시하고 자기 논리만 밀어붙이는 건 명백한 실수입니다. "이 방법은 무조건 됩니다" 등과 같은 말은 신뢰를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과연 작가의 주장만이 사실일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읽는 사람의 의문을 외면한 글은 혼잣말일 뿐입니다. 글 쓴 사람의 주장이나 의견이 읽는 사람의 삶에 닿으려면, 그 길목을 막고 있는 물음표들을 글 쓴 사람이 먼저 치워줘야 합니다.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읽는 사람이 반박하기 전에 글 쓴 사람이 먼저 그 반박을 꺼내고 풀어주는 겁니다.
첫째, 읽는 사람의 입을 빌려 반론을 글에 등장시킵니다. 글 중간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혹시 그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니냐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등과 같은 문장을 넣습니다. 읽는 사람이 속으로만 생각하던 의문을 작가가 먼저 꺼내는 순간, 독자는 이 작가가 내 마음을 읽고 있구나 느끼며 경계를 풉니다.
둘째, 반론이 맞을 수도 있다고 일단 인정합니다. 반론을 가져오자마자 공격하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며 일단 받아줍니다. 작가가 반대 의견도 품을 줄 아는 모습을 보이면 글의 무게가 올라갑니다. 이어지는 반박이 감정 싸움이 아니라 차분한 설명이라는 걸 독자들이 느끼게 되는 거지요.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반전을 꺼냅니다. 반론을 인정한 뒤에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겁니다" 하며 다시 자기 논리로 끌고 옵니다.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원칙을 지켰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비율이 훨씬 크다면 이 길을 택하는 게 맞습니다" 이런 식으로 더 큰 그림을 보여주며 반론을 넘어서면 됩니다.
넷째, 반론을 내 주장의 근거로 뒤집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 쓰는 글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렇게 반론을 뒤집어서 주장을 더 세게 만들 수 있지요. 독자들은 작가의 논리가 빈틈이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반론을 미리 다루면 글 쓴 사람의 꼼꼼함이 드러납니다. 자기 주장을 반대쪽에서도 살펴봤다는 사실은 작가가 성실하게 따져봤다는 증거입니다. 여러 방향에서 검토를 거친 주장은 훨씬 단단한 힘을 갖습니다.
반론을 먼저 다루면 읽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줍니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질문과 답이 오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지요. 읽는 사람은 글 쓴 사람과 생각을 주고받는 듯한 재미를 느끼며 끝까지 읽게 됩니다.
또한, 반박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독자가 따질 만한 부분을 작가가 이미 꺼내서 풀어놨기 때문에, 독자는 논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머릿속에 찝찝한 의문 대신 명쾌한 답만 남습니다.
글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도 장점입니다. 반론을 다룬다는 건 여러 방향에서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한쪽 주장만 펴는 것보다, 반대 의견과 부딪힌 뒤에 나온 결론이 훨씬 무게감이 있습니다.
완벽한 글은 반론이 없는 글이 아니라, 반론을 이미 품고 있는 글입니다. 자기 주장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물음표를 먼저 꺼내서 풀어주는 순간, 글의 힘이 올라갑니다.
"물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
이 한 문장을 넣는 연습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